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한땀 한땀 되살린 조선 궁중의상 은막서 패션쇼

24일 개봉한 영화 ‘상의원’은 일종의 코스튬 드라마다. 그래서 연출을 맡은 이원석 감독만큼 또 다른 이름 석 자를 가진 인물이 매우 중요했다. 바로 의상감독인 조상경(41)이다. 이 영화에서 의상감독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그녀의 비중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다음의 수치가 말해준다.

‘상의원’의 순 제작비는 72억 원이다. 그 중에 의상에만 쓰인 비용이 10억 원이다. 한복 제작에 동원된 전문가만 6개월간 총 50명이었으며 이들이 만든 의상은 1000벌이 넘었다. 그 중 왕비 옷만 30벌이었다. 여기에 맞춰 사용된 진주와 비즈의 양도 5000개가 넘었다. 동원된 원단만 2500마(1마=91.44cm)다. 극중에서 주인공이 옷 물을 들이는데 5t의 물을 썼을 정도다. 왕비가 착용한 가체(加<9AE2>·머리 숱을 많게 보이게 하려고 궁중 여인들이 사용하는 것)의 평균 무게만 20Kg이었는데 이는 보통 사극에서 쓰이는 것의 네 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상의원’은 한자로 ‘尙衣院’이다. 조선시대 임금의 의복을 관리하고 공급하던 관청을 말한다. 그 수장을 어침장이라고 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조돌석(한석규)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3대 임금을 모시며 어의(御衣)를 만든 공을 인정받아 이제 곧 정6품 양반의 길로 들어설 참이다. 그런데 여기에 기생 집에서 숙식하며 파격적인 옷을 지어 온 ‘듣보잡’ 침선비 이공진(고수)이 끼어 든다. 중전(박신혜) 시녀들의 실수로 면복(冕服: 임금의 정복인 곤룡포)이 훼손됐고 그걸 하루 만에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일을 계기로 이공진의 한복은 궁궐뿐 아니라 장안 전체에 화제를 뿌리기 시작한다. 조돌석은 그런 이공진에게 부러움과 질투를 동시에 느낀다. 마치 아마데우스를 지켜 보는 살리에르처럼. 그러나 이공진의 옷은 곧 중전 폐위를 둘러싼 궁중 내 권력다툼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치열한 암투속 비극으로 치닫는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상의원’을 보고 있으면 조선의 옛 여인들이 갑자기 어느 휘황찬란한 패션쇼에 나타나 온갖 현란한 자태를 뽐내며 런웨이를 걸어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마치 조상경의 한복 패션쇼를 보는 느낌인데, 이건 그녀가 복식에 대한 시대적 고증에만 입각해 영화 의상을 만든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상상을 통해 완벽하고 새로운 디자인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에서 조상경은 단순히 바느질을 통해 ‘옷을 짓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디자인’하고 ‘재해석’해내는데 성공했다. 예컨대 공진이 처음으로 중전에게 만들어 준 한복(사진)은 조선백자가 빙그르르 돌아가는 것을 연상하면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속에서는 일군의 하녀들이 큰 항아리 속을 닦다가 상반신을 항아리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공진이 보고 생각해 내는 것으로 나온다. 공진이 머무는 기방의 여인과 당시 사대부들이 쓰던 갓, 조돌석의 상의원 전경 등은 이 영화가 의상과 미술에 각고의 신경을 썼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해 준다.

시대는 가도 옷은 남는다. 권력과 사랑과 욕망 따위, 시간 속에 묻혀 사라지지만 그것의 체취가 녹아 있는 의상은 남는 법이다. 사람들은 종종 패션을 통해 역사를 목격하고 경험한다. ‘상의원’을 통해 느껴지는 체감도 그렇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조선의 왕조가 복식(服飾)이라는 기제를 통해 머릿속으로 고스란히 스며들어 온다. 그 형형색색 비주얼의 쾌감이라니. 비단결 같은 촉감이라니.


글 오동진 영화평론가 ohdjin@hanmail.net, 사진 비단길 제공·중앙포토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