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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숨 날숨만으로는 숨 막히는 세상 떨어진 두 원 맺어주는 제 3의 원

“정 부장, 뫼비우스의 띠 알지?“

“그럼요. 안과 밖이 서로 바뀌며 무한대로 이어지는 띠죠.”

“그럼 보로메오의 고리는 알아?”

어쩐지 첫 질문이 쉽다 했다. 이건 또 뭘까. 우선 뫼비우스의 띠(Mobius Strip)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부터 이 교수의 설명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안과 밖으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한 가정에서도 안사람 바깥사람으로 구분하잖아. 모든 건축도 벽이 있고 안과 밖을 나누고 있지. 그런데 무엇이 안이고 바깥인지, 이 분명한 사실이 뫼비우스의 띠 하나로 금세 무너지고 말아. 밖이 안이 되고 안이 밖이 되는 세상,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인 무한의 세계, 그 신기한 공간을 볼 수 있잖아. 뭐 이젠 신기할 것도 없어. 리사이클 운동의 로고로 쓰이고 있으니까. 하지만 한 걸음 더 나가면 난해하기로 이름난 자크 라캉이 자주 사용한 이런 도형이 되는 거요.” 

이 교수가 노트북 화면에 낯선 도형 하나를 띄우면서 말을 이었다. “보로메오의 고리(Borromean Rings·사진)라고 하는 건데….” 라캉이란 말에 바짝 긴장하자 눈치를 챘는지 이 교수는 “어려운 것 아냐. 르네상스시대 이름을 떨쳤던 보로메오가(家)의 문장(紋章)이었던 거야”라며 구슬리듯 말했다.

자세히 보니 정말 이상한 생각이 든다. 두 원만 보면 서로 연결이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다른 한 개의 원이 그 중 한 원과 매듭지어 있기에 세 원이 얽혀지게 된다. 그래서 한 고리만 풀려도 전체가 흩어진다. 수식으로 표기하자면 세 원은 a>b>c>a의 순환관계로 되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왜 중요한 거죠?” 설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성급하게 질문을 했다. 늘 그랬듯 이 교수는 상대를 궁지에 몰아놓고 스스로 쥐가 고양이를 무는 역전의 힘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번만은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본인에게 직접 그 해답을 듣고 싶었다.

플라톤 때부터 서양사람들의 사고법은 동전 던지기와 같은 것이었다. 안/밖, 육체/정신, 선/악, 미/추 그리고 진실과 허위가 동전이 앞과 뒤로 엎어지듯 갈라진다.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끝난다. 햄릿처럼 ‘to be’가 아니면 ‘not to be’다.

그런데 가위바위보는 어떤가. 주먹과 보자기 사이에 반은 펴지고 반은 닫힌 가위가 있다. 보르메오의 두 원은 대립되어 있지만 또 하나의 다른 원이 그 둘을 잡아주듯 말이다. 가위가 있기 때문에 전체가 물리고 무는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무엇을 결정할 때 서양사람은 동전 던지기를 하고 동양사람들은 가위바위보로 정한다.

이 교수는 가위바위보가 원래 도교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뱀은 두꺼비를 이기고, 두꺼비는 지네를 이긴다. 그리고 지네는 뱀을 이기는 것이다.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에서 최고의 강자란 없다.

설화가 아니라 한중일의 정치현실을 봐도 그렇단다. 관료는 정치가에게 약하다. 국회에 불려다니며 진땀을 흘린다. 그러나 관료들은 기업하는 사람에게는 큰소리친다. 규제라는 보도(寶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가는 어떤가. 기업가에게 약하다. 정치자금의 후원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항대립의 서양사상에서 평등이라고 하면 동시적인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동아시아 사회에서의 평등은 ‘화무십일홍’이니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느니 하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시간과 그 순환 속에서의 평등이다.

그런데 21세기 새로운 지(知)의 전선은 서양을 지배해온 이항대립의 사상에서 벗어나 삼항순환의 가위바위보 사고법을 도입하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계·상상계·상징계의 세 삶의 공간을 탐색하던 라캉이 보로메오의 고리에 눈을 뜬 것처럼 말이다.  

들숨과 날숨밖에 모르는 서구 사상을 좇아가다 보면 숨이 막히고 만다. 들숨과 날숨 사이의 멈추는 순간, 지식(止息)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들숨이 날숨으로 바뀌고 날숨이 들숨으로 변할 수 있다. 정치를 숨 쉬게 하라. 이념을 숨 쉬게 하라. 모 든 사고와 경쟁을 숨 쉬게 하라. “정 부장, 어디 한번 시원하게 숨 쉬어봐. 이항대립이 아니라 삼항순환으로 크게 심호흡해 보란 말야.”


글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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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