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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듯 풀어낸 인간 신해철의 삶과 음악과 꿈

저자: 신해철 출판사: 문학동네 가격: 1만6800원
올해 문화계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누가 뭐래도 ‘마왕’ 신해철의 죽음이다. 평소 팬도 아니었고, 그의 발언들에 동조하지 않았던 이들마저 갑작스러운 이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고인의 음악과 과거 행보가 여기저기서 재생되는 가운데, 끼 있는 뮤지션 그 이상의 존재감이 새삼 부각됐다.

책은 이를 증명하듯 신해철이란 세 글자를 다시 세상 속으로 불러 들였다. ‘유고집’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부인 윤원희씨가 고인의 물품을 정리하던 중 컴퓨터 안에 든 ‘book’이란 폴더를 발견한 것이 출간의 계기. 폴더 안에는 원고지 2000장 분량의 글이 들어 있었고, 유고집은 그 원고의 거의 전부를 실었다.

자서전은 아니지만 시간 순으로 배열한 편집 덕에 인간 신해철에게 빠져드는 건 순식간이다. 신기한 건 글을 읽고 있는데 목소리로 감지된다는 것. “편집자가 거의 손을 안 댔다”는 출판사의 말이 곧이곧대로 들릴 정도다. 이야기하듯 써내려 간 전형적인 구어체인데다, 스스로를 망가뜨리며 빛을 발하는 그만의 블랙 유머까지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첫 장은 “어머니는 전형적인 한국 여성에서 매우 삐딱선을 탄 여인으로, 나의 음악적 감수성이나 사고의 탄력성은 모두 이 여인에게서 왔다”는 고백을 시작으로, 동창 네트워크로 엮인 밴드 ‘무한궤도’의 뒷이야기를 전한다. 1987년 MBC대학가요제의 대상곡 ‘그대에게’가 “한 방에, 시작부터 튀어, 관객에게 어필해야 한다”는 고도의 전략 속에 탄생됐고, 고인이 한밤 이불 속에서 멜로디언을 불며 하루 만에 완성했다는 일화 역시 흥미롭게 다가온다.

어쩌면 인간 신해철의 속내는 두 번째 장에서 제대로 읽힐지 모르겠다. 그는 뮤지션이 아닌 386세대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생각을 글로 옮겼다. “나의 자리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갖지 않겠다”는 의지로 각종 사회적 이슈들에 독설과 고집, 소신을 드러낸다. 고3이 무슨 벼슬이냐며 사회 전반에 깔린 수험생 우대 분위기를 비꼬는가 하면, 주변 사람들까지 민폐가 되는 이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동거는 필수라고 주장한다. 또 대마초 합법화 문제에 대해 ‘확실히 지는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밑밥을 깔아놓고는 가장 공들여 논리를 내세운다.

글 중간중간 ‘성격 더럽고 싸가지 없고 거만한’ 캐릭터에 대한 항변도 적어 놨다. 기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실망스럽게도) 듣던 바와 많이 다르다” 라면서 말이다. “신해철의 성깔을 재미있어 하는 일부 팬들은 내가 더더욱 그러한 캐릭터에 부합하기를 바라고 역시 저 꼴리는 대로 마구 휘둘러 신해철이지, 한다. (중략)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이랄까.”

책의 말미는 남은 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황석영·손석희·진중권·허지웅·강헌이 써내려 간 추모글은 호기심 많았던 뮤지션, 주관이 뚜렷했던 논객의 부재를 다시금 일깨운다. 그리고 가장 가슴 아픈 두 사람, 어머니와 아내의 편지가 고인을 다시 세상 밖으로 떠나 보낸다.

신해철은 팬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있을 때 잘하라고. 나는 여러분의 곁에 영원히 있지 못할 것이기에.” 오만하게 들리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의 노래가, 이야기가 벌써부터 그리워지니 말이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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