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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전후 사진 노출하면 수술 공짜 … 의사 1명인데 입소문 담당 직원 7명

#1. 지난 23일 오후 기자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D성형외과를 찾았다. 원장에게 “뭉툭한 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자 “날렵한 콧대와 콧날을 만드는 최신 3D-CT(컴퓨터단층촬영) 수술”을 권했다. 가격은 300만원.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싸게 하실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데….” 이어 나타난 상담실장은 수술 전후 사진을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코만 노출하면 50% 할인, 얼굴 전체를 하면 공짜예요.”

 #2. 비뚤어진 코가 늘 불만이었던 한모(35·여·서울 강북구)씨. 그는 올해 초 코 성형수술을 받았다. 수술할까 말까 고민을 거듭하던 중 유명 인터넷 성형 카페에 올라온 경험담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 “성공적인 수술 전후 사진이 올라와 있어 의심하지 않았어요.” 수술 후 한씨의 콧구멍은 짝짝이가 됐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형외과 광고. 자극적인 문구와 이미지로 수술 전후의 극적인 변화를 표현했다. [중앙포토]

 ‘비포 앤드 애프터(Before and After)’의 유혹이 성형 시장을 점령했다. 이는 성형수술 이전과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 기법이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광대뼈 축소 수술을 받고 사망한 대학생 정모(21·여)씨도 이와 관련이 있다. 정씨는 성형 전후 사진을 병원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1000만원대의 수술을 100만원에 받았다. 성형외과가 비포 앤드 애프터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병원·의료진을 소개하는 일반적인 광고보다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김록권(전 국군의무사령관)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일반인의 수술 전후 사진이 미용성형 광고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수술만으로 누구나 이렇게 예뻐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포 앤드 애프터 광고에는 과장이 성행한다. 전혀 다른 조건에서 촬영한 수술 전후 사진이 넘친다. 차상면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장은 “수술 전후 사진을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가공하거나 여러 개로 복제하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장 또는 왜곡된 사진은 인터넷으로 빠르게 퍼진다.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입소문 마케팅)이다. 상당수 성형외과는 월 300만~500만원을 내고 대행업체에 이를 맡긴다. 한 바이럴 마케팅 업체 이모(36) 팀장은 “병원에서 환자 전후 사진을 넘겨주면 포토샵으로 예쁘게 다듬어 인터넷에 올리는 게 주된 업무”라고 말했다.

 수술 전후 사진이 귀하다 보니 ‘뻥튀기’는 기본이다. 지난해 강남구의 A성형외과에서 바이럴 마케팅 업무를 하다 그만둔 정모(23·여)씨는 “사진 각도나 색상을 바꾸거나 다르게 잘라 1명 사진을 10명 사진인 것처럼 불려 수술 후기를 올린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사진에 회사원·대학생 등의 다른 사연을 붙여 카페·블로그에 올린다”고 덧붙였다. 정씨가 하루에 올리는 글은 10개 정도. 그는 “성형외과 의사는 1명인데 이 병원의 바이럴 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원은 7명”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성형외과 마케팅이 결국 대리 수술의 피해와 연결된다고 본다. 김선웅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이렇게 광고를 많이 하면 환자들이 몰리게 되고 해당 병원의 의사가 수술할 용량을 넘게 된다”며 “병원에서 얼굴을 알린 의사가 상담하고 수면마취를 하면 다른 의사가 대신 수술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R성형외과의 송현화(가명) 상담실장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대리 수술을 하는 경우는 그나마 양심적이고, 일부 비양심적인 곳에서는 인건비가 비교적 싼 비(非)성형외과 전문의가 수술한다”고 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약 10만 명 이상이 대리수술 피해를 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에 넘치는 비포 앤드 애프터 광고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바이럴 마케팅 수단인 인터넷 홈페이지·인터넷 카페·블로그에 올리는 광고는 의료광고 심의 대상이 아니다. 현행 의료법 57조(광고의 심의)는 신문·인터넷신문·잡지 등의 정기간행물, 현수막, 전단, 버스·지하철 외부 광고 등만 사전심의를 받도록 규정한다. 지하철이나 버스 내부 광고도 심의 대상에서 빠진다.

 이런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된다. 6월 한국생활과학회지에 실린 논문(시술 부위에 따른 성형외과의 비포 앤드 애프터 광고에 대한 소비자 태도 연구)에 따르면 비포 앤드 애프터 광고가 다른 것보다 긍정적이고 믿을 수 있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여성 27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다. 연구를 진행한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이현선 교수는 논문에서 “수술 전후를 보여주는 광고가 현실성이나 과장에 문제가 있는데도 젊은 여성들이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폐해가 확산되자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치료 경험담이나 수술 전후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의사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에 보냈다. 복지부는 공문에서 환자의 치료경험담을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는 의료법 시행령(제23조)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김록권 위원장은 “성형외과·치과·한의사협회 등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수술 전후 사진은 조만간 광고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성형광고를 없애자는 의견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 4월 모든 매체에 성형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남 의원은 “현재의 광고 심의로는 비정상적인 성형 광고 열풍을 제어할 수 없는 만큼 성형의 직접적인 대중 광고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미·류장훈 기자 cre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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