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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 안산 백구 가족 구출작전

지난 9일 서울 서대문 안산에서 만난 백구 가족 세 마리. 백구들은 주민들이 음식을 놓고 내려가고 난 1시간 뒤 산비탈에서 내려와 먹이를 먹었다. 다음 날 어린 백구 한 마리가 추가로 더 구조됐다. 현재는 열 마리 가족 중 두 마리가 아직 산에 남아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아유, 예뻐라. 정말 예쁘지 않아요?”

 지난 9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 안산(鞍山 ). 산 비탈 사이로 백구 3마리가 나타났다. 먹이를 들고 온 안산 인근 주민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오문택(50)씨의 손에는 족발 한 봉지가 들려 있었고, 유연희(53)씨는 먹고 남은 불고기로 죽을 만들어 가져왔다.

 비탈 아래 언덕 위에는 초록색 철제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주민들은 그 펜스 안에 있는 그릇에 먹이를 담았다. 백구들은 쉽사리 펜스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작은 백구 한 마리가 언덕 위에 서서 주민들을 향해 ‘컹컹’ 짖어댔다.

 “우리 보고 얼른 내려가라는구먼. 오늘은 그만 갑시다. 애들 밥 먹게.”

 백구를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 양미자씨는 기자에게 “쟤는 망보는 애라우. 지난 8월에 태어났는데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짖어댔다니까”라며 “쟤는 잘 먹지도 않아. 그래서 형제들에 비해 몸집이 작아”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백구들이 이곳에 처음 나타난 때를 약 3~4년 전으로 기억했다. 처음엔 암수 한 쌍이었다. 서대문구 재개발로 주민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버려진 백구인 듯했다.

 양씨는 그때를 회상하며 “오래 굶었는지 암컷 백구는 갈비뼈가 다 드러나 있더라고. 아무리 짐승이라도 굶어 죽게 할 순 없잖아.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 똑같은 생명인데. 그래서 백구들이 주로 다니는 곳에 음식을 갖다 놓았지”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국화’라고 이름 붙인 암컷 백구는 지난 2월 새끼 4마리를 낳았고, 8월엔 새끼 5마리를 더 낳았다. 아빠 백구는 5월에 죽었다. 10마리의 백구 가족. 주민들은 일정한 장소를 정해 백구 가족들에게 수시로 음식을 갖다 주며 식구처럼 돌봤다.

 백구들은 빨리 자랐다. 귀엽기만 하던 새끼 백구들은 두어 달 만에 꽤 큰 개가 됐다. 10마리가 떼로 몰려다닐 땐 위협적으로 보였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선 불평하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개체 수 증가는 더 큰 문제였다. 개는 임신 기간이 50~60일밖에 안 된다. 100마리 이상으로 불어나는 건 시간 문제였다. 개장수들에게 잡혀갈 위험도 있었다. 헤어지는 건 마음 아프지만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백구 가족을 중성화 수술을 시켜서 입양 보내기로 결정했다.

백구 가족을 돌봐 온 서울 서대문구 주민들. “개도 사람도 생명은 똑같이 소중하다”는 이들은 “백구들이 마당 넓은 집으로 입양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백구들은 사람 손을 타서 이젠 야생에서 혼자 살아가지를 못해요. 우리가 백구들을 길들였으니 잘 살아갈 방법도 마련해 주자고 했지요.”

 그 결정을 실행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 우선 산을 뛰어다니는 백구들을 잡을 방법이 없었다. 주민들은 잡는다는 말 대신 ‘구조한다’고 표현한다. 주민들은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유기동물 보호단체, 구청, 국회를 찾아다니며 방법을 모색했다.

 전문가들은 마취총으로는 야생 동물을 잡기 어렵다고 했다. 주민들은 백구들이 노는 곳에 펜스를 설치하고 그 안에 먹을 것을 갖다 놓기로 했다. 그걸 먹으러 펜스 안으로 들어올 때 문을 닫아 가둬 잡기로 했다. 서대문구청은 80여만원의 펜스 설치비를 지원했다. 경기도 고양시 ‘작은친구동물병원’ 한병진 원장은 중성화 수술을 맡아줬다.

 펜스 설치 나흘째 되는 지난달 25일 이른 아침, 어미 백구가 새끼 다섯 마리를 데리고 펜스 안으로 들어왔다. 마침 먹을 것을 갖다 놓으러 왔던 임씨가 문을 닫아 백구들을 펜스 안에 가뒀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주민들은 하루 종일 펜스 앞을 지키며 백구들을 돌봤다. 혹시나 개장수들이 백구들을 데려갈까 걱정해서였다.

 “어미 개가 마취총을 맞고 다리에 힘이 풀리니까 새끼 다섯 마리가 어미개 주변을 공처럼 둥그렇게 둘러싸는 거야. 새끼 백구들이 쓰러진 엄마 품에 파고드는 모습에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그날 일을 떠올리는 양씨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주민들은 지난 8일과 10일에도 한 마리씩을 더 구조했다. 오늘도 주민들은 더 추워지기 전에 남은 2마리가 무사히 구조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주민들이 바라는 건 백구들이 좋은 집에 입양돼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주인 없는 유기견은 대부분 안락사 시킨다잖아요. 그건 안 되지. 자식 같은 아이들인데. 백구들이 산에서처럼 맘대로 뛰놀 수 있도록 마당 넓은 집에 입양시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양옥희(50)씨는 이렇게 말했다.

 구조된 백구들은 현재 임시보호소와 훈련소 등에서 지내며 입양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보호소로 오지 못한 백구는 주민들이 나눠서 보호 중이다. 어린 백구 ‘통일’이를 집에서 보호 중인 오씨는 백구를 만나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개들이나 사람이나 생명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개도 사람도 자연 속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는 자연의 일부예요. 사람이 너무 사람만 생각하고 챙기다 보니 세상이 각박해진 거 아닐까요?”  

글=박혜민 기자 acirf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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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