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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나이듦에 태연하라, 오늘을 즐겨라 … 마음의 평정에 이르는 열 갈래 길

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
빌헬름 슈미트 지음
장영태 옮김, 책세상
168쪽, 1만2000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어울리는 책이다. 『살면서 한번은 행복에 대해 물어라』 등을 쓴 독일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61)가 ‘행복하게 늙어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50세 되던 해 나이듦에 대해 첫 강연을 한 후 청중들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멋진 강연이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선생님이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겠지요!” 예순이 되자 이런 깨달음이 찾아온다. “오랫동안 나는 노년을 ‘볕 좋은 테라스에서의 삶’으로 상상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내겐 이런 테라스가 없다. 단지 확실한 것은 내가 조롱의 대상이 되면서까지도 젊은 채로 남아있으려 하는 노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나는 자신의 사그라지는 인생에 대한 울분을 피어나는 생명에 분풀이하는 그런 ‘분노의 노인’은 결코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는 노화 방지(Anti-Aging)가 아닌 노화의 기술(Art of Aging)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이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며 그것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건 어떤 것이며, 그것을 위해 나는 어떤 준비를 할 수 있는가. 저자는 늘어가는 나이와 그로 인한 몸과 마음의 변화를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평정’을 목표로 삼아, 이에 이르는 10단계를 제시한다. 지나온 그리고 다가올 삶의 국면을 꼼꼼히 성찰하고, 습관을 관리하며, 즐거움을 의식적으로 누리고, 관계를 세심하게 돌보라 등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 나이에 맞서 싸우느라 힘을 낭비하는 대신, 주름살에 새겨진 삶을 자신있게 내 것으로 가져오는 ‘내 삶의 마이스터(Meister)’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분하고 사색적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유머도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저자가 보기에 늙는다는 건 ‘아직’과 친숙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젊어 보입니다” “아직 건강하시네요” “아직 만사 오케이지요?” 등의 말에 기분나빠하지 말라 충고한다. 혹시 당신이 일생동안 체념할 수밖에 없었던 삶이 있다면, 노년은 그것에 도전할 수 있는 딱 좋은 때다. 목적 없는 자유로움과 현저한 시간을 활용해 어린아이처럼 나를 흥미롭게 하고 매혹시키는 일에 몰두할 수 있다. 그러니 ‘카르페 디엠(Carpe diem·오늘을 즐겨라)’은 노인들의 특권이다. 딱히 몰두할 만한 일을 찾지 못했다고 절망하지도 말자. 이 시기가 되면 젊었을 땐 절대 알 수 없었던, “그 어떤 즐거움도 동경하지 않는 즐거움”마저 누릴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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