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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투우의 종말

머지않아 투우는 실제로 볼 수 없는 역사 속 유물이 될지도 모른다.


2013년 아카데미상에서 최고의 외국어 영화 후보에 올랐던 스페인 흑백 무성영화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제작진이 실제 투우 장면 촬영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투우가 잔인하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마드리드 법원은 황소 9마리를 사망케 한 그 영화의 투우 촬영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제작진은 지역 당국의 허가를 받아 아랑후에즈의 한 투우장에서 비공개 투우를 벌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국의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마드리드 동물보호법의 법망을 피해가진 못한다. 이 법에 따르면 “동물을 실제로 잔인하게 학대하거나 고통을 주는 장면 촬영”은 불법이다.

투우에 반대하는 모임 ‘고문은 문화가 아니다’는 마드리드 지방 정부에 두 차례 조사를 요청했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 이번엔 마드리드 최고 법원이 운동가들의 편을 들며 환경부서에 제작진 처벌 절차를 개시하라고 명령했다. “투우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법에 명시된 사항으로 제한된다. 법률만이 우리의 유일한 무기다. 우리는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고문은 문화가 아니다’의 산드로 자라는 말했다. 이 단체는 투우 불법화와 18세 미만 청소년의 투우 관람 즉시 금지를 추진한다.

하지만 머지 않아 산드로 자라나 ‘투우와 동물학대에 금지하는 수의사 모임’의 호세 엔리케 잘디바처럼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고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동물권리 운동가들을 더 즐겁게 할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른다. 지난 5월 선거에서 정당 등록 2달만에 8%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한 대안 정치세력 포데모스는 투우 전면 금지를 지지한다.

스페인 투우사 호세 마리아 라자로가 투우 공연에 앞서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참여를 통해 만들어진 포데모스의 정당은 “투우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포데모스의 최고 지도자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10만 명 이상의 당원들이 실시한 온라인 투표로 당 사무총장이 된 이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급진적 주장을 꺼린다. “실험 삼아” 만들어 본 정당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25%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자 이 머리를 뒤로 묶은 정치학 강사는 내년 10월 37세 생일을 맞이한 직후 자신이 스페인 총리가 될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자면 당 지지기반인 젊은 도시 거주민뿐 아니라 주류 스페인 인구까지 포섭해야 한다.

지난 11월 중순 TV 인터뷰에서 이글레시아스는 자신의 정당이 어떻게 산더미 같은 외채를 어떻게 상환할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환을 거부하겠다던 초기 입장과 다른 견해다. 고객의 접근을 차단하는 공기업을 몰수한다는 정책을 언급하는 것도 불편해했다. 그러나 은행 부문이 곤경에 빠지면서 터지고 있는 부동산 거품의 여파로 발생하는 강제 퇴거에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처럼 복잡한 유권자 관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포데모스 시민의회의 의원 62명은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내년 총선에 내놓을 정관을 만든다. 그들은 “동물에 해로운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 기금을 폐지”하는 동물권리 공약을 통해 “투우가 스스로 무너지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더 쉽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투우에 대한 여론조사는 드물다. 마지막으로 정부 공공여론조사 기관이 투우 여론을 조사한 시기는 1995년이었다. 당시 45.5%가 찬성했고 반대는 39.9%였다. 2010년 여론조사 업체 메트로스코피아가 언론사 엘 파이스의 의뢰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스페인인 60%가 투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지만, 같은 해 카탈루냐 의회가 의결한 지역 내 투우 금지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도 거의 그만큼이었다.

마드리드 라스 벤타스 투우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라자로.


투우는 투우 애호가들이 나이를 먹고 가난해지면서 자연히 사라질 듯하다. 스페인은 경제 위기로 실업율이 25%로 치솟고 연금도 삭감됐다. 투우는 값비싼 취향이다. 황소 사육사들은 혈통 있는 황소 6마리에 수 만에서 많게는 수십 만 유로를 받아 챙긴다. 투우사에게 들어가는 돈도 있다. 대다수 투우는 지역 당국의 보조금을 받지만 경제 위기로 이조차도 크게 줄었다. 스페인 내무부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10년 사이에 스페인 전역에서 치러진 투우 수는 34.5% 감소했다. “보조금이 없었다면 투우는 진작에 사라졌을 것”이라고 자라는 말했다. 보수 성향인 국민당이 다수를 차지한 의회는 2013년 투우에 ‘국가적 문화 관심 사안’ 지위를 부여하고 막대한 양의 재정 지원을 받도록 했다.

투우라는 상징적 이슈를 둘러싸고 명백한 세대 분열이 일어나자 주류 정치인들은 어느 쪽을 택할지 고민에 빠졌다. 새로 선출된 사회당 지도자 페드로 산체스는 지난 9월 생방송에서 자신이 총리가 되면 매년 전국적으로 열리는 투우 축제 ‘토로 델 라 베가’를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 정치적 연출이 빚어낸 민망한 순간이다. 다음날 산체스는 충실한 당원들 앞에서 결코 “최고 투우사 호세 토마스의 투우를 보는 즐거움을 빼앗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했다.

한편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제작진은 투우 장면 촬영이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 “영화 촬영에 황소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겠다. 하지만 우리가 황소를 학대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아카디아 영화사는 “지역 당국의 규정에 따라서” 동물을 이용했다고 주장하며 법에 따라 투우에 사용된 동물은 이후에 모두 도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마드리드 행정부가 영화 제작진이 “영화 제작에 동물을 사용해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라 명시된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정하면 제작진은 최대 1만5000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에서 백설공주 역을 맡았던 마카레나 가르시아는 영화 개봉 당시 영화관 밖에서 벌어진 시위에 놀라움을 표했다. “우리 영화에선 황소가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 투우 반대자들의 생각과 전혀 다르다.” 가르시아는 그녀 자신도 투우에 반대하지만 제작진으로부터 동물을 해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문은 문화가 아니다’ 측이 투우 조수가 촬영 중 몰래 찍었다며 제시한 동영상은 누가 봐도 진짜다. 투우사가 황소를 제압했으며, 그 뒤 황소는 외양간에서 도축됐다고 한다. 동화 속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한때 스페인의 자부심이었던 것이 머지 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글 = JAMES BADCOC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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