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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스마트폰을 프라모델처럼 만들면 …

양선희
논설위원
요즘처럼 입이 떡 벌어지는 뉴스가 넘치는 때 유독 외신을 타고 들어온 ‘작은 뉴스’ 하나가 눈에 꽂혔다. 핀란드의 서큘러 디바이스가 ‘퍼즐폰(Puzzle Phone)’이라는 조립식 스마트폰(모듈러 스마트폰)을 내년 2분기께 출시한다는 발표였다. 모듈러 폰은 말 그대로 카메라·액정·배터리와 각종 기능 모듈을 ‘프라모델’처럼 직접 조립해 만드는 스마트폰이다.



 이런 모듈러 폰 아이디어는 올봄 구글이 발표한 ‘아라 프로젝트’ 이후 굉장히 빨리 실현되는 느낌이다. 구글은 내년 1월, 그러니까 다음달에 50~100달러 정도의 모듈러 스마트폰 키트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발표와 엇비슷하게 중국 ZTE도 조립식 스마트폰 ‘에코 뫼비우스’ 시제품을 선보였고, 노키아 출신이 공동창업한 핀란드의 스타트업 기업도 모듈러 폰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구글은 각 부품 간 인터페이스와 소프트웨어 등 생산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공개하기로 했다. 원하면 누구든 부품을 만들어 공급하라는 것이다. 중소업체나 기발한 개발자들의 아이디어가 보태지면 독창적 디자인의 쉬운 스마트폰 키트는 계속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성능은 더 보탤 것도 없이 발달했고, 플레이어는 늘어났고, 제품은 평준화됐다.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스마트폰은 이제 일상 생활용품이 돼가고 있다. 어떤 제품이든 이즈음은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곡점이다. 물론 모듈러 폰이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주역이 될 거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모듈러 폰에 대해 국내 전문가와 스마트폰 제조업체 담당자들은 시큰둥하다. 실험적이고 시장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 “디자인과 쾌적성도 중요한데 조립 폰이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스마트폰은 기능보다 문화를 향유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프리미엄폰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수의 소비자는 모험보다 안전성과 편의성을 좇는다는 점에서 복잡한 스마트폰을 스스로 만들겠다고 나서는 모험은 일부 매니어층에 머물 수 있다고도 했다.



 한데 사람은 이상하게도 투박하면 세련되려고 하지만, 세련의 정점에선 다시 투박함을 그리워하는 복고주의로 회귀한다. 게다가 ‘독특한 내 것’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또 조립 상품은 묘한 매력이 있다. 지난 주말 나는 모듈 형태의 책상을 사서 조립했다. 우리 집 웬만한 소품 가구는 내가 조립한 거다. 착한 가격에다 순서대로 끼워 맞추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 손으로 만든 가구는 못생겨도 기특하고, 이들이 집안 곳곳에 있으니 집은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다. 인간은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려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적 욕구가 있는데 조립제품은 현대인에게 이런 욕구의 단면을 충족해준다.



 게다가 3D프린터가 대중화될 날도 멀지 않았다. 디자인만 하면 금형 없이도 물건을 찍어낼 수 있게 된다. 기술적 환경도 갖추어졌다. 기술과 호모 파베르의 욕구, 트렌드가 겹친다면 개인 제작 혹은 작은 공방의 맞춤 디자인 스마트폰이 뜨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는 일이다.



 제조업체 담당자에게 물었다. “만일 이런 시장이 커진다면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어떻게 될까.” 그는 대답했다. “솔직히 답은 안 보인다. 그래도 스마트폰은 대량생산 체제가 유리하다.” 그들의 전망이 맞기를 바란다. 한데 코닥도 디지털카메라를 무시했고, 노키아도 스마트폰이 이렇게 빨리 확산될지 몰라 몰락의 길을 걸었다. 모듈러 폰은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시장은 새로운 스마트폰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한때 휴대전화의 최강자였던 노키아의 나라 핀란드까지 나서 새로운 스마트폰 개념을 시장에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게 왠지 뒷골 당긴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우리 핵심 산업이 요즘 우리 사회 전반에 번지는 ‘과거 회귀형’ 혹은 ‘제자리 걷기’식 사고에 전염돼 머뭇거리는 일이 없기만을 바란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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