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상병 이정협, 원톱 '별' 달았다

슈틸리케호(號)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무명의 군인 공격수 이정협이다. 이정협이 21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울리 슈틸리케(60) 축구대표팀 감독이 찾은 ‘숨은 진주’는 무명 공격수 이정협(23·상주 상무)이었다. 외국인 감독의 깜짝 선택을 받은 현역 육군 상병 이정협은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반란을 준비한다.



"잘 풀려라" 지난해 이정기서 개명
상주서 25경기 4골 프로 2년차
슈틸리케 "흥미로운 움직임 보여"
박주영?이동국, 부상 등으로 빠져

 슈틸리케 감독이 22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최종엔트리 23명을 발표했다. 발표 명단 마지막에 포함된 이정협은 이날 가장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 15일부터 1주일 동안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전지훈련에 참가한 공격수 5명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이정협이 발탁되면서 A매치 통산 68경기 24골을 넣은 박주영(29·알 샤밥)은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전지훈련을 마친 뒤 집에서 1일 휴가를 보내다 소식을 전해들은 이정협은 “깜짝 놀랐다”며 얼떨떨해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일 서귀포 전지훈련을 앞두고 “열정을 갖춘 배고픈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이 찾던 바로 그 ‘배고픈 선수’ 였다. 그는 부산 유스 출신으로 지난해 프로(부산)에 데뷔했지만 두 시즌 동안 교체 멤버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던 무명 선수였다. 같은 기간 출전한 27경기(2골2도움) 중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건 4차례 뿐이다. 18세 이하·20세 이하 대표팀에 간간히 선발됐지만 국제대회 출전 기회는 없었다.



 위기감을 느낀 그는 변화를 위해 선뜻 국군체육부대 입대를 선택했다. 이름도 이정기(李廷記)에서 이정협(李庭協)으로 바꿨다. 팀 선배였던 이원영(33)이 이름을 바꾸고 경기력이 좋아지면서 주장까지 맡은 걸 보고 개명을 결심했다. 여전히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올 시즌 상주 유니폼을 입고 25경기(4골)에 나설 수 있었다.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키 1m86cm, 체중 76㎏의 건장한 체격인 이정협은 ‘흙 속의 진주’를 찾던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띄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월22일 상주에서 열린 상주와 서울의 FA컵 4강전을 현장에서 관전하며 그를 눈여겨봤다. 이정협은 개명 당시 이원영이 추천해 준 ‘협력할 협(協)’자처럼 대표팀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짧은 출전 시간에도 폭넓은 움직임으로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친 이정협의 장점을 높이 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은 자신에게 주어진 출전 시간동안 매우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정협을 고교 시절부터 알고 키워왔던 윤성효(52) 부산 감독은 “공격수인데도 수비 가담을 잘 하고, 많이 움직일 줄 알아 어렸을 때부터 한번 키워보고 싶었다. 아직은 덜 익은 과일 같지만 경험을 많이 쌓으면 충분히 한 몫을 해낼 만한 선수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은 확실한 골잡이가 없어 고민했다. 그나마 확실한 공격 자원이었던 이동국(35·전북) 김신욱(26·울산)이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한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 새 둥지를 튼 박주영마저 소속팀에서 부진하자 그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정협 스스로도 성장했다. 처음 대표팀에 입소했을 때만 해도 “모든 훈련이 재미있다. 최고참인 차두리 형을 보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던 이정협은 “골욕심을 키우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문전 앞에선 이기적이어야 한다”던 박건하(42) 대표팀 코치의 조언도 받아들였다. 이정협은 “그동안 남을 돕는 플레이가 더 편했다. 그러나 이젠 골에 욕심을 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 슈팅 기회가 오면 확실하게 해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이정협은 중요한 순간에 한 방을 터뜨렸다. 21일 대표팀 자체 평가전에서 골을 넣었다. 전반 19분 상대가 걷어내지 못한 공이 골문 왼쪽으로 흐르자 머리를 갖다대 골망을 갈랐다. 90분 풀타임을 뛴 이정협은 수비 뒷공간을 침투하는 플레이뿐 아니라 2선까지 내려와 공을 잡고 버티는 적극적인 모습도 선보이며 원톱 공격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축구협회가 내세운 2015년 슬로건 ‘변화를 향한 시간(Time for change)’을 언급하면서 “박주영을 선택했다면 훨씬 수월하게 운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변화해야할 때라고 생각했다”면서 “기존에 있던 선수들과 다른 전형적인 타깃형 선수를 찾아다녔다. 그래서 이정협을 뽑았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동국·김신욱처럼 이정협에게 타깃형 스트라이커(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경쟁하며 공격 루트를 개척하는 공격수)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이정협 외에도 조영철(25·카타르SC)·한교원(24·전북)·김주영(26·서울) 등 메이저 국제 대회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을 과감하게 발탁한 슈틸리케 감독은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이동국과 김신욱·박주영 없이 치러야 한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목표는 우승이다. 결승전 날짜인 1월 31일까지 살아남겠다”고 말했다.



 이정협의 발탁에 대해 소속팀인 상주의 박항서(55)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도 무명이었던 수비수 최진철(현 16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발굴했다. 흙 속의 진주를 발굴해 한국 축구 수비진의 한 축을 맡겼다. 정협이도 앞으로 그런 공격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군복무중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 골을 넣고 지난 10월 전역한 이근호(29·엘 자이시)의 뒤를 잇고 싶어한다. 오는 27일 결전지인 호주로 떠나는 이정협은 “나도 근호 형처럼 큰 무대에서 골을 넣고 멋지게 거수경례를 하고 싶다. 군인으로서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