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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 유주열]중국인과 비즈니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경제를 가지고 있다. 미국이 쇠퇴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에 중국 경제는 계속 상승국면이다. 구매력 기준으로 이미 세계 1위가 되었다. 이제 중국인과의 비즈니스는 상식에 속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의 주요 대학에서 중국인과 비즈니스를 할 때 알아 두어야 할 몇 가지 요령을 가르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같은 한자문화권이면서 미식(米食)문화권(rice culture)인 한국과 일본에도 일부 적용된다.

중국인은 큰 글자(big picture) 사상으로 자세한 약관은 싫어한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약관의 작은 글자조항(fine print)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글자(漢字)는 대개 상형문자이므로 산(山)은 산처럼 생겼고 천(川)은 냇물처럼 생겼다. 형상의 특징을 잡아 문자화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대륙적 기질과 실용성을 가지고 있다. 중국인의 대륙적 기질과 실용성을 이야기할 때 “상유정책(上有政策) 하유대책(下有對策)”이라는 말은 자주 쓴다. 이는 위(중앙 또는 황제)에서 정책을 만들어 놓더라도 현지(지방)에서는 반드시 그대로 따르지 않고 현지의 사정에 맞추어 실용적으로 응용한다는 것이다.

사실 황제가 있는 수도 중앙(베이징)은 광둥성(廣東省)이나 스촨성(四川省)의 지방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황제의 힘이 그만큼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광둥성이나 쓰촨성의 경우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지방 고유의 특색 있는 문화를 만들어 왔다. 오늘 날 중국의 부상을 가져 온 개혁 개방도 사실은 이 지역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말이 있다. 나라가 얼마나 크면 술이 못(池)을 이루고 고기가 숲(林)처럼 많겠느냐고 한다. 그러나 중국에 가 보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지대물박 즉 땅이 크고 물자가 풍부하여 마음먹기에 따라 술로서 못을 만들 수 있고 고기로 숲을 이룰 수도 있다. 부패의 경우에도 뇌물액수가 보통 조(兆) 단위를 훌쩍 넘긴다고 한다. 비즈니스 상대의 중국인은 어떤 형태든 그 만큼 스케일이나 배포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대륙 국가로 해양국가인 서양과 다르다. 경계는 항상 육지에서 갈라진다. 경(境)에는 흙 토(土)변이 들어가는 이유이다. 서양문화의 시작은 그리스 문화인데 그리스는 섬(島)으로 이루어진 해양 국가이다. 섬 하나하나가 경계이므로 중국의 경계와 다르다. 섬은 고립이다. 고립(isolation)이란 말은 섬(island)에서 파생된 것이다. 섬 출신들은 바다로 고립되어 독립성(independent)이 강하고 개인주의적(individual)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리스 문화를 이어 받은 구미의 사람들은 주로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다. 반면에 중국은 육지로 나누어져 있어 쉽게 침범을 당하거나 연대를 할 수 있으므로 상호의존성(interdependent)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사회심리학자들의 재미있는 연구보고를 중심으로 한 칼럼이 최근 외지에서 보도되었다. 동 칼럼에 의하면 독립성과 상호 의존성은 주식(主食)문화와 관계가 깊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밀가루 음식인 빵을 먹기 위해 밀(麥)농사를 지어야 하고(wheat people), 중국인을 포함 미식의 동양 사람들은 쌀(米)농사를 지어야 한다(rice people).
밀농사(wheat farming)는 비교적 간단하다. 씨앗을 한번 뿌려 놓으면 큰 수고 없이 거두어들인다. 가끔 내리는 빗물로 충분하다. 별도의 관개시설이 필요 없다. 씨 뿌리고 수확하는 데는 개별적(independent)으로 주변의 도움이 거의 필요 없다.
그러나 쌀농사(rice farming)는 다르다. 벼는 기르기 까다로운 곡식이다. 상시 물을 주어야 하므로 공동 관개 시설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논에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이웃의 논에 물이 마르게 된다. 물(하천 또는 우물)은 대개 공동 소유 이므로 서로 협의하여 논에 물을 댄다는 것이다. 쌀농사는 서로 협동할 수밖에 없는 상호 의존적(interdependent)이 된다.
따라서 쌀농사가 중심이 되는 동양의 미덕은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해야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원만(圓滿)을 중시하고, 우리나라에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일본에서도 들어 난 못은 망치를 맞는다는 속담도 있다. 그러나 서양에는 삐걱거리는 수레바퀴가 윤활유를 얻는다(The squeaky wheel gets the grease.)는 속담처럼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것이 인정받는 사회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사회심리학의 어느 연구자에 의하면 어항에 물고기가 노는 것을 보고 동양과 서양 사람들의 기억이 다르다고 한다. 밀가루 음식을 주로 하는 서양 사람들은 활발하게 움직이는 물고기만 기억하지만 쌀밥을 주로 먹는 동양 사람들은 물고기보다 어항 속에 있는 수초라든가 물고기가 노는 환경을 더 기억한다고 한다.

국제공항에서 출입국 신고를 하는 장소에 오렌지 색깔을 가진 펜 네 개 와 그린(綠) 색깔을 가진 펜 하나를 두고 동서양 사람들의 행태를 비교 관찰해 보았다고 한다. 서양 사람들은 단 하나인 그린 색깔의 펜을 집어 들어 주변과 구별하고 싶어 하는 반면, 동양 사람은 오렌지 펜을 들어 주위와 같이 보이려고 하는 성향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중국인과의 비즈니스를 잘 하기 위해 역사적, 문화 인류학적 그리고 사회심리학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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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