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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환 칼럼] 통진당 해산으로 끝일까

치열한 논란 끝에 통합진보당이 결국 해산됐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선 해산돼야 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론’과 정당 보호를 위해선 존속돼야 한다는 ‘민주주의 관용론’ 사이에서 전자의 손이 들려졌다. 경위나 결과가 어찌 됐건 간에 대한민국 사상 첫 정당해산 판결은 짧은 역사를 가진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흔히들 정당해산의 사례로 독일의 경우를 들곤 한다. 1952년의 사회주의제국당(SRP)과 56년의 독일공산당(KPD)의 해산 판결이 대표적이다. SRP는 히틀러 나치주의를 승계하는 극우파 정당이고, KPD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장악해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소비에트 체제를 수립하려는 극좌 공산주의 정당이다. 두 정당은 서로 성격은 다르지만 서독의 민주주의 체제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이유로 예방적 차원에서 해산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독일에선 현재 독일민족민주당(NPD)에 대한 해산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연방상원에 의해 두 번째로 해산이 청구된 NPD는 SRP처럼 네오나치를 표방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극우정당이다. 유대인 등 외국인을 혐오하고 나치당과 유사한 이념을 가지고 있다. NPD 튀링겐주 의장인 랄프 볼레벤은 2001~2006년 터키계 독일인 10명에 대한 연쇄살인을 자행한 극우파 지하조직 나치지하동맹(NSU)과 연계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독일에선 KPD같이 체제 전복을 노리는 공산주의 계열 정당의 위협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된다. 최근 동부 독일의 튀링겐주에서 동독 공산정권을 이끌었던 사회주의통일당(SED)의 후신인 좌파당이 주 총리 자리를 차지하고 주 연립정부를 주도하고 있지만 공산주의의 이념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히틀러 나치를 따르는 극우 네오나치는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다. 전대미문의 악랄한 나치 독재정권을 경험했던 독일인 다수는 다시는 이 같은 역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데 폭넓게 공감하고 있다. 독일에선 올해 상반기에만 네오나치 등에 의한 극우 범죄가 5200여 건이나 발생했다. 이 중 241건은 폭력행위였고 216명이 다칠 정도로 범죄 내용도 심각하다. 나치의 홀로코스트 희생자였던 유대인과 관련된 범죄만 340여 건이나 됐다. 나치주의는 배타적·폭력적 극우이념으로 독일은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척결의 대상이다.

이번에 헌재의 통진당 해산 판결의 경우 극단주의적 노선을 지향해선 안 된다는 다수 국민의 뜻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진보 운동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체제 안에서 자유민주주의 공동체를 인정하면서 추구하는 것이라야 한다. 네오나치와 같이 폭력적인 수단에 기웃거린다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뿐이다.

진보 진영은 이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헌재의 해산 결정을 보수 진영에 의한 친북·종북몰이라고만 치부해선 곤란하다. 기존의 방식과는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이 이뤄진 데엔 진보적 이념과 운동의 역할이 컸다. 앞으로도 진정한 진보의 역할을 자임하려면 일각의 종북세력이나 과격 종파주의를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가치를 잃지 않는다.

아울러 사회 전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극단세력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내부의 소통 수준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 소외되는 사람을 최대한 줄이고, 또 소외된 사람들이 극단적인 이념에 의탁하지 않도록 보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포용이고, 통합이고, 소통이다. 그런 노력을 게을리하면 제2, 제3의 통진당이 언제 다시 나올지 모른다. 깊어진 사회 갈등을 방치하면 극단주의자들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지는 법이다.


한경환 외교·안보 에디터 helmu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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