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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나라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을 달라

지난 주말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일본 총선거는 이상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늘어난 소비세, 기록적 엔저와 높은 물가. 다른 나라 같으면 여당은 숨어 다니고 야당이 기세등등할 선거였다. 일본은 정반대였다. 심지어 야당 대표주자인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민주당 대표는 도쿄 지역구에서 낙선했다. 반면 아베노믹스의 설계자인 하마다 고이치(濱田宏一)예일대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 내내 “아베노믹스 덕에 모든 게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뭐가 잘된다는 건가. 의문은 도쿄 길거리에서 만난 샐러리맨의 말에서 풀렸다. 신주쿠(新宿)에서 만난 30대 회사원 겐타(健太)의 해석은 이랬다. “야당은 대안이 없는 반면 자민당은 그나마 앞으로 뭔가 잘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금융완화·재정지출·구조개혁으로 일본 경제를 살리겠다는 아베 총리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주식시장 활황, 역대 최저 실업률은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기에 “이 길밖에 없다(아베 총리 유세 발언)”는 절박함을 가미하면 “다 잘못됐다”는 야당에 비해 책임감도 있어 보인다.

이제 눈을 한반도로 돌려보자. 관료주의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대한민국은 달라진 게 없다. 몇 번을 말해도 끝까지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예감이 더 암울하다. 권한을 강화한 국가안전처를 신설했지만 살을 에는 러시아 베링해에서 수십 명의 오룡호 선원이 사망했다. ‘땅콩 회항 사건’을 자체 감사하는 국토교통부 조사단에는 대한항공 출신들이 포함됐고, 예술과 스포츠를 논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선 장관이 센지 차관이 센지 싸움이 벌어졌다. 낙하산 논란이 수백 번 되풀이돼도 대선 캠프·서금회 출신들은 자기 몫을 챙겼다.

미국이 쿠바와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국제유가를 둘러싼 각국의 국익 챙기기가 전개되는 마당에 십상시와 마카다미아가 국론의 중심에 서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 우리 사회에 국가의 앞날보다는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냉소주의가 뿌리내린 건 아닌지 안타깝다. 위안부 망언을 하는 아베를 보면 그 후안무치에 분노하게 된다. 그래도 아베는 일본 국민으로부터 뭔가 할 것 같다는 기대를 받는다.

아베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도 ‘앞으로 나라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을 줬으면 한다. 아베노믹스를 본떠 닻을 올렸던 초이노믹스는 이젠 무엇을 하겠다는 정책인지 가물가물하다. 저출산(국·공립 어린이집), 고령화(연금), 건강(4대 중증질환), 교육(대입 개혁) 가운데 뭐 하나라도 가능성을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 영국의 저명한 언론인 존 미클레스웨이트는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를 개혁하는 것이 그 어떤 사회 현안보다 시급하다. 혁명적인 개혁을 통해 정부를 효율적으로 만들지 못하면 국가라는 개념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 바뀌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경고다. 제발 이제 조금씩이라도 바꿔 보자.


박성우 경제부문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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