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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화장품, 나노 포장기술, 스마트 팜 ‘돈 되는 특허’

‘제3회 특허 관점의 미래 유망기술 콘퍼런스’에서 2억5000만 건의 특허 빅데이터와 전문가 논의를 거쳐 도출된 5대 산업 분야, 10대 미래 유망기술이 소개됐다. 서보형 객원기자
기술은 특허로 대변된다. 하나의 특허는 기업을 먹여살리고, 또 다른 시장을 창출해 내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한다. ‘돈 되는 특허’를 둘러싼 세계의 ‘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특허 보호와 선점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두뇌싸움과 수천억원대 특허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철저한 시장 분석과 수억 건의 특허 빅데이터를 통한 전략만이 ‘특허 전쟁’의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 특허청이 2억 건이 넘는 빅데이터와 산학연 전문가 회의를 거쳐 발표하는 세계 유일의 ‘특허 관점의 미래 유망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특허 빅데이터로 신성장동력 찾는 특허청

해외 기술 도입액이 수출액의 2배
우리나라가 2012년 특허권 사용료로 지불한 금액은 무려 40억5500만 달러(약 4조5000억원)다. 같은 해 해외로 수출된 기술무역 총액은 53억1100만 달러, 기술도입액(110억5200만 달러)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특허 생산국이지만 그 속내는 초라하다. 기술과 시장을 개척할 ‘파워 특허’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허청이 2012년부터 기존에 보유한 특허 및 논문 기술정보, 기술순환주기 특성을 종합해 분석한 ‘특허 관점의 미래 유망기술’은 의미가 남다르다. 김영민 특허청장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객관적 자료로서 국가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에 사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데이터”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12년 ‘특허 관점의 유망 R&D 과제’에는 사물인터넷 기술(당시 셀룰러 기반 Machine To Machine)이 선정됐다. 특허청은 당시 사물인터넷 기술을 “스마트 그리드와 전력 인프라 모니터링, 홈 네트워크 기술의 기반이 되는 유망기술”이라고 평가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사물인터넷 관련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신(新)산업’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사물인터넷 기본계획’ 등 정부 차원의 R&D 정책으로 추진된다. 정책적인 뒷받침으로 조성된 ‘과학기술 생태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토양이 된다.

 특허청이 올해 발표한 ‘특허 관점의 미래 유망기술’은 한국·미국·유럽·일본·중국의 누적 특허 2억3500만 건을 18대 산업분야로 나누고, 이 중 5개 세부 분야를 추려 발굴한 ‘미래 유망기술의 정수’다.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국내 경쟁력과 시장 파급력,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기존에 1차산업이었던 농업·수산업·식품 분야는 가공 및 서비스산업의 융합을 거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천연화장품이 좋은 예다. 자연에서 자란 식물에서 미백이나 노화방지에 필요한 성분을 뽑아내 화장품 원료로 사용한다.

사물인터넷 기술은 정책에 반영
신선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농·수산물의 포장·가공 기술은 시장 선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0억분의 1m의 나노입자를 활용해 저장 기간을 늘리고 작물 맞춤형 포장기술이 주목을 받는다. 정보통신기술(ICT)로 작물의 생육 환경을 자동 조절하는 ‘스마트 팜’, 미생물을 이용해 농가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기술 등이 농림수산식품 분야 10대 유망기술에 이름을 올렸다.

 부품산업은 가전제품부터 항공기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기초산업이다. 부품 분야에선 특히 우리나라가 강세인 자동차(3개)와 IT 및 가전기술(3개) 분야 유망기술이 눈에 띈다.

 도로에 깔린 센서와 GPS를 기반으로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지원시스템은 운전대-페달 동시자동제어나 운전자 제어·감시 기술. 도로매핑 기술 등 기존 능동제어 기술에서 한발 더 나아간 완전 자율주행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차량에 설치된 센서가 서로 통신을 통해 충돌 전에 경고음을 내거나 자동적으로 회피하는 지능형 교통시스템(V2X) 기술은 주변 환경이나 교통체증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구글 글라스와 갤럭시 기어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친숙한 웨이러블 디바이스도 유망 분야로 점쳐진다. 짧은 배터리 수명을 해결하는 게 핵심 과제다. 인체 움직임이나 태양 빛, 체열 등으로 에너지를 얻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 휘어지는 대용량 배터리 등이 새 시장 개척을 위한 우선 기술로 꼽혔다.

 조선해양 분야에서는 원유의 생산·운반·하역 등이 가능한 ‘떠다니는 발전소’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LNG 운반선, 남극·북극 등 얼어붙은 지역을 떠다니는 빙해상선, GPS 정보를 기반으로 배의 위치를 자동조절하는 다이내믹 포지션 시스템(DPS) 등 선박 관련 기술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여기에 최근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안전성능 기술과 수중환경 보호기술 등도 해양분야 10대 유망기술에 포함됐다.

에너지 하베스팅, LED 기술 뽑혀
위성 및 발사체 관련 기술이 다수 선발됐다. 국방·안보에 필수기술로 꼽히는 항공에서는 특히 무인기에 관련된 충돌 탐지기능 및 회피기능, 항공기 정보공유 기술 등이 유망기술에 이름을 올렸다.

 태양열·풍력·지열·수소·바이오·폐기물 등 재사용이 가능하고, 고갈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도 관심을 받는다. 빠른 사용화가 이뤄진 태양광 분야는 모두 3개 기술이 유망기술로 선정됐다. 기존에 널리 사용되는 실리콘 소재 태양전지 관련 기술, 건축물이나 전자기기 등 실생활에서 태양광을 전력으로 사용하는 응용기술,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차세대 박막 태양전지 제조기술 등이다. 정보통신기술로 풍력발전의 최적 조건을 선택해 운영하거나 해상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부유식 해상 풍력시스템도 눈여겨볼 신재생에너지 기술이다.

 ‘지능형 조명’인 LED·광 산업은 원천, 핵심 특허의 선점을 위해 기존 제조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논 사파이어(Non-sapphire) 기술과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영역을 다루는 비가시광 및 나노 LED 기술, 전자 옷의 제작에 사용되는 플렉서블 광소자 기술 등이 유망기술로 꼽혔다. 센서나 인터넷과 연결돼 조명의 동작·색·강도를 알아서 조절하는 시스템 조명은 반도체로 LED의 활용범위를 확대할 기술로 꼽혔다. 레이저와 광기술 분야에서는 혈류·맥박 등 인체정보를 빛으로 인식하는 메디바이오 광계측과 광학센서를 통해 이미지를 만드는 레이저 광 이미징, 빛의 위상과 편광정보를 신호 전송에 사용해 통신하는 광통신용 부품 및 연결기술 등 다양한 기술이 선정됐다.

 특허청은 특허 관점의 미래 유망기술 및 분석 결과를 정부와 기관, 연구소 등에 제공할 계획이며, 513개 후보 유망기술까지 분석한 종합보고서를 내년 2월에 발간·배포한다는 방침이다.


박정렬 기자 lif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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