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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돈과 지하경제 덕에 … 북한 3년째 플러스 성장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지난 3년 동안 평양 대동강 주변에 아파트들이 빠른 속도로 들어섰다. 사진은 2014년 대동강 주변. 작은 사진은 2003년 모습. [노동신문]
“4년 만에 평양 시내를 구경했는데 웬 아파트가 그렇게 많아졌는지. 그 아파트들이 나에게는 모두 돈으로 보였어요. 지금이야말로 사업을 시작할 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김정은 등장 후 경제 성적표는

지난 10월 중순 평양을 다녀온 화교 출신 사업가 리창장(李長江·67)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최근 북한의 변화를 말로만 듣다가 직접 평양에 와서 직접 확인하니 믿기지가 않았다. 그는 침대 등 가구 사업을 하기 위해 13년째 북한 담당자들과 접촉해왔다. 그는 “평양 아파트들이 시장으로 보였어요. 그리고 그 아파트에 입주할 정도면 어느 정도 소득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고 그들은 아마도 침대 등 고급 가구가 필요할 겁니다”라고 자신 있게 전망했다.

평양의 일부 당 간부와 부유층 사이에선 몇 년 전부터 아파트를 통해 권세를 과시하는 풍조가 나타났다. 아파트에 인조대리석, 원목마루, 이중 창틀, 고급 커튼 등 실내장식을 꾸미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 영향으로 각 기관·공장 건축 부서가 돈벌이를 위해 실내장식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게다가 평양 시내 주택 실내장식 수요가 급증하자 중국 업체들이 평양 진출을 위해 현장조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평양에서 만난 북한 기업인들의 머릿속에는 돈이 모든 가치의 기준으로 돼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6년 제1차 핵실험 이후 줄곧 마이너스 성장을 하다가 2011년부터 3년간 플러스 성장을 했다(한국은행 자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1년 12월 17일 아버지 김정일 사후 권력을 승계한 뒤에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핵실험 후 유엔 제재에도 경기 좋은 편
이에 따라 경제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핵실험 이후 강화된 유엔 제재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제 사정이 생각보다 나쁘진 않다. 대북 소식통과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외부에서 중국 돈이 들어오고, 내부에서 비공식 경제가 확대되면서 플러스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돈은 공식·비공식으로 북한에 들어온다.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중국은 고도 경제성장을 하면서 부족한 지하자원을 북한에서도 수입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중국에 지하자원을 포함해 29억 달러어치를 수출했고, 원유·기계류 등 36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KOTRA 2013년 북한 대외무역동향). 이 숫자만 보면 북한이 대중국 무역에서 밑지는 장사를 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적인 중국 돈이 북한 경제를 일으키는 데 기여했다는 결론이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자 숨을 곳을 찾던 돈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북한 당국자들은 대북 사업가들에게 약속을 어겨 불만을 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부와의 금융거래가 차단된 북한은 자금 추적이 어려워 은밀한 돈이 숨을 장소로는 안성맞춤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과거와 달리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등 거물급을 수뢰 혐의 등으로 조사하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북한으로 돈이 조금씩 흘러 들어갔다”고 귀띔했다. 그는 “그 돈은 중국 권력층과 결탁한 사람들의 것이거나 부패와의 전쟁을 피해 북한에 투자한 것으로 대부분 대북 투자 명목으로 들어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중국 동포와 화교 상인들은 최근 평양의 새로운 주택단지와 호화 아파트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으로서는 굴러 들어온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 집권 후 비공식 부문 활발해져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지난 3년 동안 북한에선 비공식 경제가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시장의 부분적 허용과 제한적인 경제개혁 조치가 북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비공식 경제는 현금 거래가 이뤄지지만 국가에 신고하지 않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일종의 지하경제다. 대표적으로 텃밭·다락밭 경작, 장마당 등이 해당된다. 북한 주민들은 지금 먹고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고 결사적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1995~97) 이후 배급망이 붕괴하면서 북한 주민들은 믿을 곳이라고는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존 방법을 자생적으로 터득한 것이다. 협동농장 이외에 개인용 소규모 텃밭·다락밭 등을 경작하면서 개인 소득을 늘려나갔다. 여기에 지난 3년 사이 유통시장이 형성되면서 돈이 돌고 경제가 살아났다. 공안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가 확대되는 장마당을 간간이 단속·통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마당 자체를 없애지는 않았다. 장마당에서 무마용으로 건네 오는 뇌물이 그들에게는 큰 소득원이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400여 개의 장마당을 허용해 ‘장세’(판매대 사용료)를 받고 있다. 북한 돈 300~500원(쌀 1㎏=2000원) 정도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장마당 등 비공식 경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거기서 거둬들이는 세금으로 부족한 국가재정을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은 국영기업의 일부 구간을 개인사업자에게 임대해주고 사용료를 받고 있다. 장세와 국영기업 임대료가 공식 경제로 들어오면서 국가 살림살이가 조금씩 나아지게 됐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휴대전화의 공급이다. 휴대전화는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해줘 유통업을 발달시키는 데 기폭제가 됐다. 유통업의 발전은 결국 장마당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통일부는 2014년까지 북한에 휴대전화가 240만 대 정도 보급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유통·운수·음식숙박업 등 서비스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내년에는 그동안 실험적·시범적으로 추진했던 각종 경제 변화 조치(6·28 및 5·30 조치 등)들에 대한 평가와 보완을 통해 이를 경제 방침으로 내세우거나 실질적 이행에 필요한 조치들을 법제화해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ssk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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