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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나폴레옹 도전 정신 일깨우려 26억 썼지요”

시골 출신인 김홍국 회장은 역시 코르시카(Corsica)라는 시골 출신으로 대업을 이룬 나폴레옹을 좋아했다. 나폴레옹이 혁신가로서 하나의 새로운 국가 체제를 만드는 대단한 일을 했기 때문이다. 김춘식 기자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돈은 따라오기 마련(Do What You Love, The Money Will Follow)』이라는 ‘역설적’ 책 제목은 참말일까. 지난달 16일 프랑스 오세나 경매소에서 나폴레옹이 쓰던 2각 모자(작은 사진)를 26억원에 낙찰받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인생을 살펴보면 정말 맞는 말이다. 어려서부터 닭을 키워 파는 것을 좋아했다. 47년 전인 11세 때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 오늘날 매출 4조원을 바라보는 굴지의 식품 대기업을 일궜다. 김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26억이라는 돈이 큰돈이기는 하지만 그 모자에 담긴 가치에 비해서는 싸다. 우리 회사는 나폴레옹의 도전 정신을 샀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나폴레옹 모자’의 새 주인공 하림 김홍국 회장

-누구나 ‘나는 한마디로 얘기하면 이런 사람이다’라는 자기정의(self-definition)가 필요한 때가 있다.
“저는 ‘항상 안전지대에서 떠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익숙한 현재에 머물지 않고 항상 미래를 향해 도전의 모험 길을 떠난다.”

이번 경매에서 사들인 나폴레옹 2각 모자.
-예를 든다면?
“닭고기 가공 공장을 기존의 10배 규모로 신설한다고 했더니 직원들이 ‘이대로가 좋다. 큰일 났다. 이러다 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규모화를 통해 원가가 떨어지고 품질이 좋아졌다. 공장 규모가 커지니 사료 공장이 필요해져 사료 산업에도 진출하게 됐다. 하림은 닭고기로 알려졌지만 닭고기 관련 매출이 1년에 1조1000억원, 사료 매출이 1조4000억원이다. 또 사료 사업을 하다 보니 곡물 메이저가 될 필요성이 제기됐다. 해외에 있는 16개 사료 공장과 국내 수요에 곡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일본에는 곡물 메이저가 5개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다. 국가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뭔가 잘되면 딴 데서도 끼어들지 않을까.
“아무 상관없다. 이 세상은 기본적으로 경쟁이다. 경쟁하는 가운데 창의력이 나오고 발전한다. 뭔가 보장해주면 좋을 것 같지만 보장과 보호 속에 창의력과 경쟁력은 없어진다. 자식이 어렸을 때는 업어줘야 한다. 예쁘다고 걸을 수 있는 나이가 됐는데도 업고 다닌다면 환갑 때도 못 걷는다. 동반성장을 이야기하지만 친형제 간에도 보장을 통한 동반성장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은?
“제 경우는 직업을 잘 선택했다. 닭 키우기가 취미·적성에 잘 맞았다. 적성 따라 일하다 보면 창의력이 생긴다. 연구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잘 풀 수 있는 문항으로만 구성된 지능지수(IQ) 검사를 한다면 모두 다 IQ 150 이상 천재로 나올 것이다. 제 적성에 맞는 이 분야에서는 저도 천재다. 재미있으니까 일을 해도 질리지 않고 지치지 않는다. 일하는 게 아니라 노는 거다. 잘할 수밖에 없다.”

-적성에 맞아도 누구나 위기는 있다.
“이런 제 적성을 부모님이 ‘커서 뭐가 되려고 하느냐’며 무시했다. 일종의 위기였다. 중학교 3학년 때 반장이었고 공부도 꽤 잘했지만 이리농림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싶었다. 못 가게 하니까 가출을 해서 1년을 쉬었다. 농고에 가고 나서 본격적으로 크게 했다. 고3 때 사업자 등록을 했다. 20대 초반에 한번 쫄딱 망했다. 닭·돼지 값이 폭락했다. 빚쟁이들한테 쫓겨 다녔다. 수퍼에 가보니 돼지 값은 폭락했는데 소시지 값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가공업에 진출했다. 농장·공장·시장으로 구성된 ‘3장’ 통합경영을 하게 된 것이다.”

가족·직원에게 ‘단순하게 살라’ 강조
-식구들이나 사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지론이 있는지.
“‘단순함을 추구하라. 단순하게 살라’는 얘기를 한다. 진리는 단순하다. 또 단순해야 효율이 나온다. 팔방미인은 없다. 우리 회사 인사철학은 적성과 훈련 딱 두 가지다. 적성대로 배치하고 반복적으로 훈련한다. 그렇게 하면 모두 다 천재다.”

-의사결정은 어떻게 하는가.
“사람들 얘기를 듣지만 종합해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얘기가 ‘맞다’ ‘안 맞다’를 판단해 최종 결론을 내린다.”

-운명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하나님의 섭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섭리는 자연이 돌아가는 시스템과 일치한다. 우주는 하나님이 창조했기 때문이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속성은 도전·모험·긍정이다. 창세기 12장 1절부터 나온다. 아브람에게 익숙한 마을을 떠나라고 한다. 어디로 갈 줄도 모르면서 믿고 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게 도전이다. 또 하나님의 속성은 사랑이다. 사랑의 본질은 인내다. 사랑이란 뭐냐. 오래 참는 것이다. 한데 견디는 게 참는 것보다 차원이 더 높다. 빨갛게 달군 인두로 고문을 당한다면 ‘참았다’고 하지 않고 ‘견뎠다’고 한다. 기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내다. 참고 극복하고 견뎌내는 것이다.”

-뭐를 견뎌야 하는가.
“모든 게 다 그런데··· 무시당해도 참고 겸손해야 한다. 어려움을 당할 때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회사에 불이 난 적이 있었다. 뼈에서 땀이 났다. ‘포기하면 끝이다’ ‘포기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헤쳐나가면 된다’는 것을 체험했다.”

-기업인 입장에서 창조경제란?
“창조경제의 바탕은 창의성이다. 창의의 바탕은 자유·자율이다. 규제 속에서는 창조가 불가능하다. 움직일 수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규제를 많이 해놓고 창조경제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차별규제를 통해 중소기업의 규제는 풀고 대기업은 계속 옥죄고 있다. 대기업이 많아져야 중소기업이 납품할 곳이 많아진다. 지금은 대기업에 납품하려면 하늘에 별따기다. 워낙 숫자가 적어서 그렇다. 독일의 글로벌 강소기업 히든챔피언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울산이 비교적 독일에 가까이 갔다. 울산에선 중소기업들이 잘된다. 역내 대기업 비중이 높아서다. 울산 1인당 소득이 서울의 두 배다. 규제 철폐로 대기업이 많아지면 세금이 더 걷히고 청년실업이 해소된다.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좋은 일자리는 결국 현재로서는 대기업이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면 대기업을 늘리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지금은 대기업이 되고 싶어도 상속세 등 규제가 많아 엄두를 못 낸다. 상속 과정에서 자칫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해외 언론 집중 보도해 회사 위상 높아져
-기업인으로서 행복과 보람은.
“구상한 것이 현실에서 이뤄졌을 때, 도전했던 것이 달성됐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지난해 법인세를 600억원 정도 냈다. 한국에서 8000명, 해외에서 2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국가에 세금을 내고 고용을 창출하는 게 보람이다. 돈 버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가장 보람 있는 것은 우리가 이 분야에서 리딩컴퍼니(leading company)라는 것이다. 선두 기업은 힘들다. 방패막이 역할도 많이 해야 한다. 힘은 들지만 이 또한 큰 보람이다.”

-‘나폴레옹 모자’는 어떤 의미인가.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을 때 식량이 닭고기와 계란이다. 모자 모양과 닮은 수탉은 프랑스의 상징이다. 그런 인연도 있다. 모자 경매 일주일 전에 차 안에서 나폴레옹 모자를 경매한다는 소식을 라디오에서 들었다. 듣는 순간 ‘어, 저거 내가 사야 하는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복잡한 게 없다. 모자를 사다 놓고 ‘끊임없는 도전과 개선’의 정신을 늘 새롭게 하자고 다짐하기 위해서다.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판단했다. ‘마피아식 나눠먹기’‘규제 만들기’ 때문에 도전 의욕이 사라진 사회에 나폴레옹이라는 도전의 아이콘이 절실하다고 본 것이다. 세계 언론도 우리가 나폴레옹 모자를 샀다는 것을 집중 보도했다. 우리가 6개 나라에서 사업을 하는데 위상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모자를 새 사옥에 전시할 생각이다. 젊은이들, 학생들이 와서 보고 꿈을 갖는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부가 되겠다고 기대한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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