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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고수에게 듣는다] 세계 주식시장 조정, 언제까지 갈까

종합주가지수가 다시 하락세다. 1900선 위에서 올해 시장을 끝낼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들다. 주가가 갑자기 하락한 것 같지만, 10월 반등 과정에 이미 가능성이 보였다. 하락에 비해 반등이 작아 힘이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시장 환경이 나쁘지 않았다.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럽·일본도 상당히 올랐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데다 금리 인상 시기를 특정하지 않아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부양 대책을 발표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유독 상승이 더디게 나타났는데, 8월 이후 하락률과 10월 이후 상승률을 비교하면 명확히 알 수 있다. 한국 시장이 8.7% 하락하고 4.3% 오른 반면 미국과 일본은 각각 6.2%와 11.2%가 하락한 후 7.1%와 23.3%가 올랐다. 경기 둔화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조차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 상승률을 보일 정도였다.

유가하락 주가에 부정적
한국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한 모습을 보인 건 경기와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국내 경제가 전 부문에 걸쳐 둔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7월에 발표된 부양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입법화 등 후속 조치가 진행되더라도 큰 흐름이 바뀌진 않을 걸로 전망된다. 3분기에도 상장기업들은 지난해 대비 감익을 면치 못했다. 실적의 선행지표인 경제 지표를 통해 4분기를 유추해 봐도 쉽지 않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저조한 수익성으로 인해 주가 상승이 한계에 부닥치는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환율·유가의 변동성도 부담이 되고 있다.

일러스트 강일구
7월에 배럴당 104달러였던 유가가 50달러대 중반으로 내려왔다. 불과 5개월 사이에 50%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유가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유가를 움직이는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공급 감소로 유가가 상승한 경우는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지만,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를 때에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석유 수요가 늘어날 정도로 경기가 좋은 부분이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부분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유가 상승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당시에는 중국 등 이머징 국가가 세계 경제에 본격 참여하면서 원자재 수요가 늘었다. 90년대 낮은 유가로 유전 개발이 줄어든 상황에서 신흥국의 석유 수요가 확대되자 곧바로 가격이 올랐다. 결국 배럴당 145달러라는 초유의 상황이 된 후 상승이 멈췄다.

최근 유가 하락은 공급이 늘고 수요가 둔화한 결과다. 수년간 유가가 100달러 밑으로 내려오지 않자 유전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다. 여기에 셰일가스란 새로운 형태의 석유 개발이 더해졌다. 반면 수요는 신흥국 경기 침체로 대폭 감소했다. 이런 가격 결정 구조를 감안할 때 유가 하락이 주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환율도 만만치 않다. 11월 이후 달러 강세가 뚜렷해졌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통화가 한 달 동안 5% 내외, 이머징 마켓은 10% 가까이 절하됐다. 2003년 이후 안정적으로 유지돼 오던 달러와 여타 통화 간 관계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격 변수의 급격한 변동은 주식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환율은 움직임에 따라 기업 실적이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영향력이 더 크다. 환율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상태여서 주식시장이 압박을 받고 있다. 이번 주가 조정은 올해에 이어 내년 초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국내외 모두 경기 부양 정책이 최고 수준을 넘었다. 선진국 대부분이 기준금리를 0.25% 이하로 내렸고, 돈이 돌지 않는 공백을 돈의 공급을 늘려 메우는 등 과거 같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조치들이 나왔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금리를 내리고 부동산에 대한 수요 확대 정책을 내놓는 등 경기부양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모든 정책이 발표됐다.

기준금리 더 내려도 효과 확신 어려워
앞으로 한두 차례 더 기준 금리를 내릴 수 있지만 이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더 강한 부양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경제에 약간의 부정적 변화가 발생하거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약해질 경우 곧바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선진국 주식시장도 몇 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상승을 촉발했던 선진국의 집단적 경기 부양이 주가에 반영됐다. 주가가 다시 오르려면 정책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야 하는데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유럽시장이 한 해 내내 고점에서 옆으로 움직였다. 미국 시장은 몇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지난해에 비해 상승 탄력이 현저히 둔화됐다. 이런 흐름이 5년간의 대세 상승 이후 새로운 상승을 준비하는 단계인지, 아니면 상승을 끝내기 위한 것인지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 어떤 경우가 됐든 당분간 주식시장에 도움될 부분은 없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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