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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발생 '땅콩회항' 재판 어디서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은 미국 뉴욕 JFK 공항 안에서 발생했다. 이륙하려던 대한항공 A380편 기내에서다. 비행기는 대한민국 국적기지만 공항은 미국 영토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조 전 부사장을 체포해 연방 법정에 세울 수도 있지 않을까? 미국 형법은 기내에서 승무원을 폭행·협박하거나 업무 수행을 방해하면 최고 징역 20년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무기를 사용했다면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 전 부사장 사건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동시에 관할권을 갖는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안전에 관한 사안이 아니라면 상대국의 관할권을 존중해왔다. 따라서 ‘항공 기내의 범죄에 관한 국제협약(도쿄협약)’의 적용을 받는다. 이 협약에 따르면 ‘운항 중(In Flight)’인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기내 난동 범죄는 항공사가 소속된 국가가 재판 관할권을 갖는다. ‘운항 중’은 ‘이륙 전 탑승구 등 모든 문이 닫혔을 때부터 목적지에 착륙해 문이 다시 열릴 때까지’를 의미한다. 도쿄협약은 유엔 산하 전문기관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1963년 일본 도쿄에서 채택했다.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해 100여개 국가가 이 조약을 비준했다.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한다.

 조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킬 당시 비행기 탑승구는 닫힌 상황이었다. 따라서 비행기 안에서 벌어진 범죄는 한국 형법과 항공보안법의 적용을 받는다. 우리나라 형법(2~4조)에는 해외에 있는 국민과 해외의 국내 선박 또는 항공기에 타고 있는 외국인을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또 항공보안법에 기내 난동죄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램프 리턴이 미국 보안당국의 허가를 받아 이뤄져 항공법 적용은 어려울 수 있으나 폭언·폭행이 있었다면 항공보안법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중국 난징으로 향하던 태국 국적의 에어아시아 기내에서 “자리를 바꿔 달라”며 난동을 부린 중국인 커플에 대해 태국 당국이 벌금형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항공보안법 적용 범위는 나라별로 차이가 있다. 한국은 71년 도쿄협약 비준을 계기로 74년 12월 ‘항공기운항안전법’을 제정했다. 올해 4월 ‘항공보안법’으로 개정됐다. 개정 전까지 처벌 대상은 ‘운항 중인 기내’였으나 개정 법은 운항 중을 빼고 ‘기내’로 바꿔 처벌 범위를 넓혔다. 탑승구 문이 열려 있거나 게이트 브리지(공항과 비행기를 연결하는 통로)가 연결돼 있을 때도 기내 난동죄로 처벌이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폭행죄 또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했다.

 미국은 연방항공규칙(FAR)에서 국적기 내부뿐 아니라 자국 영토·영공에 머무르는 모든 외국 항공, 외국 승객에 대해 사법처리 할 수 있는 ‘특별 관할권’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에서 “라면이 덜 익었다”며 승무원을 폭행한 포스코 계열사 왕모 상무 사건에서 미 당국이 그에게 한국에서 재판 받을지, 미국에서 재판 받을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왕 상무가 “한국에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혀 미국에 입국하지 않고 귀국했다. 국내 항공사 법무팀 관계자는 “미국법에 따르더라도 탑승구가 닫히면 기장이 사법권을 갖기 때문에 어떤 요구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처럼 특별 규정을 두는 경우가 아니라면 외국 항공의 기내 난동에 대해 도착·체류지 국가의 사법 권한은 최근까지도 제한적이었다. 도쿄협약에 관련 규정이 없어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ICAO는 올해 4월 기존 도쿄협약을 개정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했다. 골자는 비행기가 도착·체류하는 국가에도 재판 관할권이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 7월 대법원이 한국에 지점을 두고 노선을 운영하는 중국국제항공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한국에서 사고로 사망한 중국인 승무원에 대해 한국 법원의 민사소송 관할권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글=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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