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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자칼과 들개의 오묘한 동거

강갑생
JTBC 사회 1부장
우연히 아프리카의 야생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다. 자칼 가족과 아프리카 들개 얘기였다. 아프리카 들개는 리카온으로도 불린다. 암컷 들개는 홀로 떠돌던 중이었다. 어느 날 굴에 숨어 있던 자칼 새끼 네 마리를 발견한다. 포식자들은 경쟁자의 새끼를 보면 대개는 죽인다. 이래저래 화근을 없애기 위해서다. 그런데 들개는 오히려 자칼 새끼들에게 먹이를 구해다 준다. 마치 자신의 새끼를 돌보는 듯했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부모 자칼은 당황한다. 잠시 뒤 꾀를 내어 들개가 쉬는 사이 새끼들을 불러내 도망친다. 얼마 뒤 굴로 다시 돌아온 자칼 가족에게 커다란 위기가 찾아온다. 먹이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 한 마리가 다가온 것이다. 자칫 새끼들이 몰살당할 상황이었다. 수컷 자칼이 맞섰지만 몇 배나 큰 덩치를 당해낼 순 없었다. 이때 어디선가 그 들개가 달려 나왔다. 자칼과 합세해 하이에나를 공격했다. 꿈쩍도 않던 하이에나는 결국 도망친다.

이후 자칼 가족과 들개는 말 그대로 동거를 시작한다. 함께 사냥에 나서 새끼들을 먹인다. 폭우가 몰아칠 때도 들개는 자칼 새끼들을 위해 사냥에 나선다. 덕분에 자칼 새끼 네 마리는 첫 번째 생존의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평상시였다면 네 마리 중 한두 마리만 살아남았을 것이다. 자칼 가족에게 들개는 든든한 친구이자 후원자였다. 들개에게 자칼은 소중한 가족이 됐다. 동물원에서 암컷이 다른 동물의 새끼를 돌보는 모습은 종종 소개됐다. 하지만 들개와 자칼은 동물원이 아닌 야생의 한복판에서 만났다. 결말이 어떻게 날진 모르겠지만 참 오묘한 느낌의 동거였다. 어떻게 이런 동거가 가능했을까. 사나운 육식동물들이지만 본능적으로 때를 안 게 아닐까 싶다. 생존을 위해선 싸우기보단 손잡아야 할 때란 걸 말이다.

 문득 올 한 해를 돌이켜봤다. 공존·협력이란 단어를 찾기 어렵다. 극한 대립과 불통만이 떠오른다. 같은 땅을 딛고 산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격한 갈등이 이어졌다. 정치권은 새삼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대통령은 논란이 불거질 때면 언제나 제3자였다. 당사자가 아닌 심판관인 것처럼 비판과 재단만 했다. 책임은 어디로 갔느냐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은 뭘 했는지 모르겠다. 야당도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란 한탄까지 나온다. 사회 지도층이 이렇게 흔들리니 시민들의 삶은 어떠한가. 고달프고 힘겨울 수밖에 없다. 경제 상황도 가뜩이나 나빠지고 있다. 그런데도 초당적인 공조나 협력 분위기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진실 규명할 건 하고 책임자 처벌할 건 명확히 해야 한다. 하지만 협력할 땐 협력하자. 그래야 이 힘겨운 나날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들개와 자칼의 동거를 보며 너무 거창한 생각을 한 건 아닌가 싶다. 2014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자꾸 아쉬움과 안타까움만 밀려온다.

강갑생 JTBC 사회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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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