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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서 한국인 암매장 시신발굴



















지난달 25일 필리핀 마닐라 외곽 따이따이리잘 지역의 주택. 방바닥을 파내는 굴착기 작업 소리가 요란했다. 타일을 걷어내고 1.5×1.5m 네모칸을 파내는 구덩이는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면서 작업이 어려워졌다. 다음날인 26일 오후에 백골상태의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이 시신은 2011년 9월 필리핀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실종된 홍모(29)씨 등 한국인 2명이었다.



필리핀 경찰의 지휘 아래 이뤄진 이 시신 발굴 작업에는 한국경찰도 참여했다. 한국경찰이 해외에서 발생한 강력사건 피해자 시신을 직접 발굴하기는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살해 암매장했다는 최모(46)씨의 범행을 자백을 받은 지 약 1년이 지난 뒤였다. 그러나 암매장 장소가 범행 때는 주택 뒷마당이었으나 나중에 집주인이 그 위에 별채를 지어 버린 것이었다. 최씨 일당들은 2007년 경기도 안양의 한 환전소에서 여직원 임모(27)씨를 살해하고 1억원을 훔쳐 필리핀으로 달아났었다. 이후 최씨 등은 2012년 5월까지 한국인 관광객 19명을 대상으로 납치와 강도짓을 해 5억여원을 빼앗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하고 1명은 실종됐었다.



이번에 살해된 3명 중 2명의 시신을 찾아낸 것이다. 한국인 피해자는 모두 19명으로 3명 사망, 1명 실종이고 15명은 강도를 당했었다.



시신 발굴 조건은 까다로웠다. 집주인을 설득해 받아낸 조건은 ‘방바닥 1.5×1.5m크기를 한 번만 파라’였다. 부산경찰청 조중혁 국제범죄수사대장을 발굴 조사팀장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박사, 법인류학 교수 등 총 7명으로 발굴 조사팀이 꾸려졌다. 발굴팀은 지난달 23~28일까지 현지로 떠났다.



문제는 1.5×1.5m크기를 정하는 것이었다.



공범들의 진술을 더 분석하고 국과수가 비파괴탐측장비(GPR)를 이용해 땅 속 흙 성분을 분석했다. 지하 3m까지 흙의 경도 등을 분석해 흙이 아닌 다른 성분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정했다. 시신발굴에 대비해 휴대용 치과X선 촬영기도 준비했다.



인부들이 타일바닥을 깨고 흙을 파내기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백골상태의 한국인 시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발굴에는 필리핀 경찰청 납치사건전담반(AKG)내 설치된 코리안 데스크가 큰 역할을 했다. 코리안 데스크는 한국경찰 1명과 필리핀 경찰 6명으로 이뤄졌다. 한국경찰이 주도하면서 필리핀 경찰의 협조를 받는 형태여서 수사가 빨리 진행됐다.



조중혁 발굴조사팀장은 “시신을 찾지 못하면 ‘시신없는 살인’으로 공소유지가 어려울 뻔 했다”며 “과학적이고 끈질긴 수사의 결실이었다”고 말했다.



이로써 필리핀 납치강도 사건 피의자 8명 중 한국인은 6명이다. 한국인 6명중 1명은 자살했고 김모(44)씨만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중이다. 나머지 4명은 구속된 상태서 국내서 재판이 진행중이다.



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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