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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대도시 자치구 폐지 맞나



서울과 인천 등 특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 의회를 폐지하고 자치구 단체장 직선제를 수술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아울러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지방자치 발전 종합계획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고 밝혔다. 지방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방 행정이 정치적 고려로 흔들리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폐지론의 근거다. 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치구 의회 폐지는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중앙집권적 발상이며, 지방화와 분권화라는 시대적 조류에도 역행한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두 가지 입장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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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 폐지, 지역 활성화 촉진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의 특별시·광역시와 같은 대도시에 2층제의 행정체제가 적합한지, 단층제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교과서적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론적인 주장도 대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외국 사례도 국가의 역사성과 각종 상황에 따라 매우 상이하다. 대도시를 작은 규모로 분할하는 것이 민주성 제고에 유리하다는 ‘분절정부’ 옹호론과 대도시 행정의 ‘일체성’을 강조하는 이론이 병존하고 있다.



 도쿄와 런던은 2층제다. 반면 단층제의 토론토와 바르셀로나도 존재한다. 1.5층제라고 할 수 있는 중간 형태로서 뉴욕·파리·베를린 등이 있다. 뉴욕시는 구의원은 없고 구청장만 선출하며 파리와 베를린은 구청장은 선출하지 않고 구의회만 구성한다. 이들은 준자치구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광역시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도시는 단층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론과 실제의 다양성은 2층제의 대도시 행정체제가 민주성과 효율성을 충족시키는 이상적인 체제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히려 대도시의 행정체제는 시대적 상황에 부응해 실험적으로 개혁하자는 논의가 설득력이 있다. 영국은 19세기 말부터 ‘카운티-버로우’라는 단층제 도시정부를 설치해 대도시 행정의 일체성을 강조했다. 최근 영국의 단층제 논의도 이 ‘카운티-버로우’의 기초 위에서 진행되었다.



 뉴욕은 19세기 말 뉴욕시의 광역화를 추진하면서 단체장만을 선출하는 1.5층제를 채택했다. 일본의 도쿄는 1947년 2층제, 52년 단층제, 75년 2층제를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시와 카운티를 통합하는 작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이러한 사례들은 대도시 행정체제가 시대적 상황에 따른 실험의 대상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가별·시대별로 보았을 때 대도시 행정체제의 이슈는 실질적인 관점에서 주민의 삶의 질의 제고이며, 절차적으로 민주성과 효율성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대도시 행정체제 개편은 우리나라의 대내외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으로부터 도출돼야 할 것이다. 대외적 환경으로 경제의 글로벌화를 꼽을 수 있다. 경쟁을 강조하는 경제의 글로벌화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세계도시들 간의 도시 경쟁력 지표가 도시경제의 잠재력을 시사하는 자료로 활용됨으로써 이를 제고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도시행정체제를 포함한 거버넌스가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고려해야 할 대내적 상황도 있다. 현행의 자치구가 다양한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치구 간에 행정구역, 인구의 수, 재정력 등 자치역량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구가 40만 명이 넘는 자치구가 있는 반면 인구 5만 명 미만의 자치구도 존재한다. 공무원 1인당 주민의 수를 보더라도 5배 이상 차이 나는 곳이 있다. 재정자립도의 측면에서도 자치구간 4배 이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 결과 자치구 간 행정 서비스의 양과 질에도 적지 않은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특별시·광역시와 자치구 간의 마찰과 갈등으로 광역적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광역시에 광역자치단체의 지위를 부여한 것도 매우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행정적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광역시에 해당하는 일본의 지정 도시, 시카고·로스앤젤레스 등은 모두 단층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대구·대전·광주·울산 등이 광역시로 승격해 이들 외곽의 도는 매우 비효율적인 행정을 수행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상기의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대도시의 자치구를 폐지하는 실험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특별시나 광역시에서의 시민참여가 자치구에서의 참여보다 더욱 활성화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자치구를 폐지하는 단층제로의 전환이 민주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지역 격차 조장, 반자치적 발상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광역도시 체제는 매우 다양하다. 광역도시를 설치하지 않고 여러 자치도시들이 상호협력으로 광역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광역도시를 설치하되 권한을 제한하고 소속 기초자치단체에 많은 자치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있다. 또 권한이 집중된 광역도시를 설치하되 자치구의 자치권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방식, 광역도시를 설치해 모든 권한을 집중시키고 기초자치를 인정하지 않는 방식 등이 존재한다. 전자에 가까울수록 분권적이고, 후자에 가까울수록 집권적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권한과 재원을 특별시와 광역시에 집중하고 자치구는 제한된 자치권만 부여하는 ‘집권적인 광역도시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대도시의 일체성에 치우쳐 있지만 부분적으로 다양성과 이질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자치구들은 지역 특성과 주민 요구를 고려해 자치구마다 차별화된 주민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해 왔다. 자치구 간의 서비스 경쟁으로 아래로부터 혁신을 시도해 행정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이려고 노력해 왔다. 서울 강남구에서 시작된 도심하천 정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으로 이어졌다. 범죄예방을 위한 CCTV 설치도 한 자치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자정부의 확산과 해외수출도 마찬가지다. 자치구는 대도시의 통합성을 존중하면서도 관료적 획일주의를 극복해 지역마다 차별화된 도시를 탄생시키는 창조공간이고, 혁신제작소가 되고 있다.



 이번 정부의 개편안은 자치구를 폐지해 시청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하급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생활권 안에 있는데도 자치구가 다르다는 이유로 행정서비스가 달라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도 권한과 재원이 집중된 시청은 지역 간 격차 문제를 충분히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치구를 폐지하면 대도시 안에서 구역별 발전거점이 사라진다. 모든 민원은 시 본청에 집중되어 획일적 잣대로 결정된다. 지역별 특수성은 살리기 어렵게 될 것이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를 도입하면서 시·군을 자치권이 없는 행정시로 전환한 결과 도청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들은 지역민원을 해결하는 데 심각한 애로를 느끼고 있다. 자치권이 없는 행정시는 지역발전의 구심점이 되지 못한다. 본청의 지침을 이행하는 하급기관에 불과하다. 제주도에서 시·군 폐지는 이미 실패사례로 거론된다. 이에 제주도청은 기초자치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자치구 폐지안은 동일한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된다. 구청장을 임명제로 하는 경우는 물론 주민이 직접 선출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자치권이 없는 구청장이 어렵게 결정한 민원사항도 본청에 들어가면 다시 하급 실무자부터 결재라인을 거치면서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고, 원래의 취지는 변질되어 지역실정과 거리가 먼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치구가 폐지되면 대도시에서 지역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광역도시 내에서 자원배분은 인구와 여론주도층이 많은 지역에 편중될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표를 의식한 정치행태는 제주도처럼 일부 지역에 편향된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도시 내 자원쟁탈을 위한 소지역 간의 갈등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자치구 폐지는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자기책임하에 추진하는 구심점의 상실을 가져온다. 도시 내에서 지역 간 서비스경쟁에 의한 혁신기능도 소멸되고 만다. 도시는 획일화되고 다양성과 창조성은 후퇴한다.



 광역도시 본청이 주민의 일상적인 작은 생활문제까지 모두 챙기려 하면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만성적인 과부하 현상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에 광역도시의 분권화가 중요하다. 자치구 제도는 유지되고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자치구 제도가 갖는 약간의 문제는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배제와 주민에 의한 통제 강화, 자치구 간의 협력확대 등 다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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