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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쓰는 해외교육 리포트]<27>남아공 크라포드 칼리지 샌턴

강남통신이 ‘엄마(아빠)가 쓰는 해외 교육 리포트’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자녀를 키우는 한국 엄마(아빠)들이 직접 그 나라 교육 시스템과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 드립니다.





"마약에 왜 중독되나" 암기 대신 생각 키워주는 남아공 교육



엄마 김은수(46·주부·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샌턴 시티)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2006년 아프리카에 왔다. 처음 정착한 곳은 아프리카 대륙 남쪽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였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딸 별이와 여섯 살 난 아들 병찬이는 그곳에서 에쉬콜라 인터내셔널 스쿨(미국계 국제학교)에 다녔다. 입학금만 5만달러(약 5500만원)가 넘는 비싼 국제학교지만 가정집 3채를 합해놓은 정도의 작은 크기에 운동장도 없었다. 커리큘럼도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 편이다. 나라 전체가 워낙 열악해 아무리 국제학교라도 교육의 질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앙골라는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위험한 나라는 아니다. 글로벌 정유회사가 많아 외국인도 많고 국제학교에는 이들의 자녀가 다닌다. 내전은 2002년 완전히 종식돼 안정적이다.



엄마 김은수(오른쪽)씨와 아들 김병찬군.
오랜 기간 동안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탓인지 아직까지 백인을 두려워하는 정서가 팽배하다. 또 지도층은 여전히 백인이 많아 흑인에 대한 차별도 심한 편이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차별받는 흑인이 동양인을 굉장히 얕본다는 사실이다. 사실 우리가 처음 앙골라에 갔을 때만 해도 한국인은 현지 흑인에게 백인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 노동자가 대거 이주해오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도로 건설 등 큰 공사에 필요한 노동력을 중국 재소자로 채웠는데, 이들이 공사장에서 옷도 함부로 벗고 다니고 먼지 속에서 아무렇게나 식사하는 등 무질서한 모습을 보이자 동양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거다. 앙골라 사람들과 마주치면 조롱기 섞인 말투로 “니하오”(‘안녕’이라는 뜻의 중국말)라며 놀려댄다.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온 건 2010년이다. 앙골라가 특별히 살기 힘들어서라기보다는 에쉬콜라 인터내셔널 스쿨이 8학년(한국 중2)까지밖에 운영하지 않아 학교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학교를 옮겨야 한다면 이젠 좀 더 편안하고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었다. 남편은 앙골라에 계속 있어야 하니 비교적 가까운 나미비아나 남아공 도시를 주로 알아봤다.



크라포드 칼리지 졸업식. 아이들 인종과 국적이 다양해 국제학교 같은 분위기다.


나미비아도 교육적으로 좋은 환경이다. 독일 식민 지배를 오래 받은 영향인지 질서가 잘 잡혀있고 치안도 잘 정비돼 있다. 아프리카 내에서 나미비아 사람들은 선량하고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이곳 학교를 졸업하면 독일 대학에 진학하기 쉬운 것도 매력이었다. 나미비아 외에 남아공의 유명 관광도시 케이프타운도 알아봤다. 하지만 한인 사회에 위험하다는 평판이 나 있었다. 관광객이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적지 않아, 딸을 데려가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고심 끝에 고른 곳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신도시인 샌턴 시티다. 지금 사는 아파트는 지은 지 50년 정도 됐는데, 어찌나 관리를 잘하는지 정원이나 수영장이 깔끔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또 도로는 반듯반듯하고 새 건물이 많아, 이곳 한인들끼리 샌턴 시티를 ‘남아공의 강남’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외국인이 워낙 많이 살아 정부에서는 치안에 더 각별히 신경을 쓴다. 경찰차가 수시로 순회할 정도다. 문화 시설까지 잘 갖추고 있어 이곳을 한 번 돌아보고 나니 살고 싶어졌다.



둘째 병찬이의 크라포드 프렙 스쿨 7학년 졸업식. 프렙 스쿨의 교장(오른쪽)이 졸업 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남아공에 온 후 아이들을 사립학교인 크라포드 칼리지 샌턴 캠퍼스(Crawford College Sandton)에 보냈다. 큰딸 별이는 이미 이 학교를 졸업해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 치의예과 1학년에 재학 중이고, 병찬이만 8학년에 다니고 있다. 학교 이름에 칼리지가 붙어 있어서 한국 사람들은 대학이 아니냐고 묻기도 하는데, 남아공은 중고교 과정을 칼리지라고 부른다. 우리로 치면 초등 과정인 프렙 스쿨(preparatory school)은 7년 과정, 칼리지 과정은 5년이다. 8~9학년까지는 해외 봉사나 각종 운동 경기, 여행 다니는 체험 관련 수업이 많다. 한국으로 치면 바로 이때가 중학교라고 볼 수 있다. 10~12학년은 본격적인 대학 입시 준비 기간이다. 성적을 최대한 올려놔야 한다. 이 시기 성적과 8~9학년 때 쌓아둔 예체능이나 봉사 점수를 합산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크라포드 칼리지는 샌턴 캠퍼스를 포함해 6개의 캠퍼스가 있는데 모두 대학 진학률이 높아 한인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현재 샌턴 캠퍼스에는 한국인 10여 명을 포함해 동양인이 40여 명 정도 다닌다.



1. 크라포드 칼리지는 9학년까지는 체육 시간이 많아 하루 종일 뛰어논다. 학교 대표를 선발해 다른 사립학교와 대항전을 벌이는 일도 잦다. 2. 크라포드 칼리지 축제 모습. 춤·노래 등을 연습해 학부모와 교사 앞에서 공연한다.
요하네스버그는 사립학교뿐 아니라 국립학교도 시설이나 커리큘럼이 훌륭하다. 자리가 쉽게 안나서 국립학교에 못 보내는 거지, 국립학교가 별로라 사립에 가는 건 아니다. 국립학교도 수준에 따라 학비가 다르다. 한국 돈으로 월 40만원 정도 내는 학교는 어지간한 사립학교만큼이나 시설이나 교사진이 훌륭하다. 자리만 있으면 외국인도 얼마든지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래 거주하는 외국인은 자녀를 이런 국립학교에 많이 보낸다. 상대적으로 비싼 학비 탓인지 흑인은 많지 않다. 흑인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국립학교는 학비가 월 10만~20만원 정도다.



크라포드 칼리지는 외국인 학생이 많아서 국제학교 분위기가 물씬 난다. 가장 특징적인 건 이론과 실기 수업 비율이 거의 똑같다는 거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체험하는 수업이 그만큼 많다. 이론 수업 역시 딱딱한 설명식 강의가 아니다. 예컨대 역사 시간에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배운다면 ‘히틀러는 정말 나쁜가’라는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한다. 가장 기초 단계에서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나머지는 토론을 통해 발전시키도록 한다. 그러니 시험은 생각과 의견을 쓰는 에세이 형식이다. 심지어 체육 수업 때도 토론을 한다. 미혼모나 마약·성병 등이 체육시간에 다루는 주제다. 한국이라면 학교에서 금기시할 만한 주제인데 여기서는 사춘기 아이들이 이런 주제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준다.



별이가 한국에서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녔던 터라 한국 학교가 어떤지 대충 안다. 수행평가를 할 때 보면 실습조차 답이 정해져 있어 기계적으로 똑같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으니 오히려 공부를 훨씬 깊게 한다. 다른 학생보다 더 참신하고 깊이 있는 의견을 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시험 내용뿐 아니라 방식도 한국과 전혀 다르다. 한국에선 2~3일만에 전 과목 시험을 끝내지만 이곳은 한 달에 걸쳐,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두 과목씩 나눠서 치른다. 예체능은 필기와 실기 시험 둘다 필수고, 미술이나 디자인은 실기 시험만 10시간 가까이 보기도 한다. 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 실력은 쌓으면서도 시간에 쫓기지 않아 이런 방식이 훨씬 마음에 든다.



첫째 별이 졸업 파티 사진. 이날은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는다.
크라포드 칼리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자유로운 면학 분위기다. 한국 사람들은 ‘면학 분위기 조성’이라고 하면 엄숙하고 통제된 분위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여기서는 체험과 독자적인 의견을 중시하기 때문에 뭘 억제하는 대신 다 표현하게 만든다. 또 시험에서 실수해도 얼마든지 만회할 기회가 있어 한번 시험을 망쳤다고 조급해하지도 않는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남아공에서도 치대와 의대는 최상위권 성적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 별이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치대에 들어가기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국에선 부모의 입시 전략이 중요하다는데, 내가 부모로서 해준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이 스스로 진로를 정하고 모든 걸 교사와 준비했다. 10학년부터 담임 교사와 카운셀러 교사, 심지어 학교장까지 아이와 심층 면담을 해 적성에 맞는 학과와 대학을 추천해주고 부족한 성적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는 등 학교는 진로와 관련해 아주 체계적으로 지원해준다.



졸업식날 별이(맨왼쪽)가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다.
남아공도 사교육이 있다. 한국과 달리 공교육 교사도 과외 수업을 할 수 있다. 병찬이도 지금 한 사립학교 교사로부터 일주일에 2번씩 방문 수업을 받고 있다. 일주일에 두 시간 수업 받고, 교통비를 따로 줘도 주 4만5000~5만원 선이면 충분하다. 이런 유료 과외 수업을 현재 재학 중인 크라포드 교사에게도 받을 수 있다. 만약 아이를 직접 가르치는 교사에게 보충수업을 요구하면 학교 안에서 일주일에 2번 정도 무료로 수업 해준다. 하지만 아이를 지금 가르치고 있지 않은 교사에게 따로 과외를 받고 싶다면 다른 학교 교사에게 하듯 수업료를 지불하면 된다.



크라포드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 매사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마음껏 뛰어놀고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밝힐 수 있는 분위기 덕분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아프리카에서 아이를 키우느냐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곳에서 가르칠 수 있어 만족스럽다.



정리=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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