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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님, 출장 때 촬영기사 대신 셀카봉 챙기시죠

체코 등 5개국 글로벌 연수(참가인원 3명 총경비 900만원), 프랑스 등 4개국 글로벌 연수(8명 2400만원), 오스트리아 등 5개국 글로벌 연수(4명 1200만원), 이탈리아 등 5개국 글로벌 연수(12명 3600만원) 등….



강남구청 매년 직원 해외 배낭여행 보내고 외유성 해외출장까지

지난해 강남구가 구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지급한 해외연수 경비 내역 중 일부다. 강남구청의 ‘2011~2014년도 공무국외여행 내역’을 확인한 결과 강남구는 2011~2013년 3년간 직원 연수(여행)에만 총 3억2000여만원을 썼다. 연수라는 이름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모두 순수 여행 경비다. 홍명숙 강남구청 총무과 후생팀장은 “인사 고과를 기준으로 매년 30여 명을 선발해 배낭 여행을 보내준 것”이라며 “글로벌 체험을 통해 구청 직원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재충전을 시켜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구 예산, 다시 말해 세금으로 구청 직원 여행을 보내준 셈이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한국공공행정연구원장)는 “최근 몇 년간 경기 침체로 가계와 민간기업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구청이 세금으로 (업무와 상관없는) 공무원 외유를 보내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 2월에만 ‘해외 선진사례 및 관광자원 벤치마킹’(미국 하와이, 2명 670만원)과 ‘유럽 역세권 개발 벤치마킹’(영국·프랑스·독일, 3명, 1214만원), ‘문화재 활용분야 지자체 역량강화 연수’(불가리아·세르비아·보스니아·크로아티아, 1명, 310만원) 명목으로 2200만원을 쓰는 등 지난 4년간 출장에 7억여원을 썼다.



문제는 해외출장 중 상당수가 구 행정에 꼭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외유성 출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구의회사무국 직원 8명은 단체로 대만·중국 5박 6일 출장을 다녀왔다. 선진 지방의회 벤치마킹 명목이었다. 대만과 중국 의회에서 뭘 배웠을까. 당시 출장을 다녀온 강순성 의회사무국 의사팀장은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을 다녀오면 더 좋았겠지만 짧은 일정에 다녀오려니 중화권을 골랐다”며 “의회 운영 아이디어를 얻자는 차원이었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간 출장은 아니었다”고 했다.



지난 4년간 강남구청 공무원이 다녀온 출장·연수 경비내역이 담긴 ‘공무국외여행 내역(2011~2014)’.
이밖에 통상촉진단 파견 명목하에 2012년 이후 매년 한두 차례씩 유럽과 남미, 동남아, 러시아 등에 다녀오기도 했다. 출장 명칭엔 ‘통상’이 들어있지만 순수한 실무 출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예를 들어 지난달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에 5박 6일 다녀온 ‘강남구 CIS 통상촉진단 파견’ 출장 명단(7명)엔 신연희 구청장을 비롯해 보건소 직원과 총무과 직원, 심지어 외부 사진촬영 기사까지 들어있었다. 정작 관련부서인 지역 경제과 직원은 임기제 5급과 7급 두 명 뿐이었다. 당시 출장경비로 3115만원을 썼다. 강남구청 측은 “통상 뿐 아니라 도시계획 개발 등 다른 취지도 있었다”며 “외부 촬영기사는 신 구청장 뿐만 아니라 참가한 민간업체를 홍보용 사진을 찍으려는 목적으로 동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남구청측은 출장에서 돌아온지 3일만인 지난달 19일 당시 출장 실적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냈다. S사가 11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가 뛰어났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당시 동행한 한 업체 관계자는 “구청측이 현지 바이어와의 만남을 주선해준다기에 비용을 냈는데 막상 가보니 아무 미팅도 잡혀있지 않아 (강남구청에) 클레임을 많이 걸었다”고 주장했다. 구청이 39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업체의 관계자 역시 “계약을 체결한 게 아니라 상담을 진행했을 뿐”이라며 “상담규모도 39만 달러가 아니라 26만 달러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선웅 강남구의회 의원은 “최근 몇년새 강남구민을 위한 공공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줄었다”며 “강남구가 예산을 직원을 위한 해외연수나 꼭 갈 필요도 없는 출장 경비로 쓰는 대신 공공 서비스 개선에 투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강남구청의 ‘2011~2015년 중기지방재정계획’ 등에 따르면, ‘구립도서관 운영’ 예산은 3년 전 31억원에서 올해 24억원으로, ‘보도 유지보수 공사’는 13억원에서 9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방범용 CCTV 및 관제센터 운영 유지관리’도 같은 기간 27억원에서 18억원으로 줄었다. 예산 삭감으로 강남주민들이 구립 도서관 교차대출 서비스 등 전에 누리던 혜택을 더이상 못누리게 되는 동안 구청 공무원은 세금으로 매년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충전을 한 셈이다.



 강남구청의 이같은 연수·출장 비용 지출은 서울 다른 자치구에 비해 많은 편이다. 강남구의 지난해 연수·출장 지출은 3억원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재정자립도 최하위인 노원구(8000만원)의 세 배가 넘는다. 또 강남구의 직원 복지 비용 역시 서울 자치구 중 높은 수준이다. 민간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도 강남구의 콘도 이용비 지원 금액은 2억7000만원으로 서울시 평균 1억5700만원을 훌쩍 넘었다. 퇴직 공무원 지원 금액 역시 3억7600만원으로 평균(1억7326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강남구의 재정자립도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다.



이러니 강남구민들이 좋은 시선으로 볼 리가 없다. 직장인 신모(43·대치동 거주)씨는 “구청 입장에서는 근거가 있어 비용을 집행했겠지만 세금을 내는 구민 입장에선 예산낭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생 김모(21·역삼동 거주)씨 역시 “구청 공무원 여행보내줄 예산이 있다면 차라리 구민 복지에 써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와 관련해 신 구청장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하지 않았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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