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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 아끼려 부실 방염 … '합격 건물' 63%가 기준 미달

1 방염처리한 합판·벽면·커튼 안 쓰고 검사도 허술

이성은 호서대 교수팀이 고시원 화재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한쪽 방은 방염처리를 하지 않고(위 사진) 다른 한쪽 방은 벽면 합판(아래 사진)에 방염처리를 했다. 10분간 불을 붙였다. 방염처리를 하지 않은 방은 20초 뒤부터 불이 벽을 타고 올라가 65초 뒤 최고온도에 도달했다. 반면, 방염처리를 한 방은 실험이 끝날 때까지 천장으로 불이 번지지 않았다. 최고온도 도달시간도 120초가 걸렸다. [사진 이성은 교수 제공]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50층 규모의 J빌딩 3층. 지난해 신축된 건물 내부 바닥은 대리석 재질로, 복도의 벽면은 베이지색 목재 합판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돼 있었다. 그런데 본지가 방염(防炎) 전문가인 여상규 한국방염협회 회장의 조언을 받아 안전이란 각도에서 다시 찬찬히 살펴봤다. 소방시설법(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건물을 포함해 11층 이상 건물(아파트 제외) 숙박·종교·문화·집회·학원·수련·교육·운동·의료시설·영화관 등 다중이용업소는 화재 발생 때 연소를 늦추도록 방염처리가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경찰청 수사에서 이 건물 목재 합판은 3분 이상 불이 붙으면서 유독연기를 뿜어냈다. 길이 6.5㎝의 토치에 접촉하면 10초 안에 불이 꺼져야 하는데 이런 방염처리 규정을 어겼던 것이다. 이 건물주는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에 그 뒤 “방염처리를 했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여상규 협회장은 “샘플링 검사를 하지 않으면 전문가조차 육안만으로는 방염 처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준공 당시 이 빌딩의 소방검사 기록에는 방염처리 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돼 있었다. 처음부터 부실한 소방 검사를 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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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경찰청은 지난 7~8월 방염처리 기준 합격 판정을 받은 전국의 신축 건물 25곳의 목재 벽면을 무작위로 수집해 방염 성능을 검사했다. 방염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건물은 63%(16곳)나 됐다. 호텔·병원·교회 뿐 아니라 어린이집도 포함됐다. 방염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는 비용(1000㎡의 건물의 경우 약 1500만~2000만원)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검사의 허점을 이용해 다섯번 칠할 방염 도료를 2~3번만 사용하는 건물도 많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이들 건물에서 작업했다는 방염업체가 작업한 106 곳 중 103 곳에서 문제점을 적발했다. 무자격 방염업체가 정식으로 등록한 방염업체의 등록증을 빌려 불법으로 영업하거나, 등록한 방염업체가 방염처리를 하지 않고도 돈만 챙긴 채 소방서로부터 방염처리 확인증을 받아 인테리어업체에 건네거나, 등록업체가 소방검사를 위해 소방서에 거짓 시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중앙소방본부에 따르면 화재 사망자의 60% 이상은 질식으로 숨진다. 불에 타 숨지는 경우보다 질식자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5월에 발생한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전남 장성군 노인요양병원 화재 때도 피해자들은 유독가스에 대거 질식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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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염처리가 잘 돼 있을수록 화재가 삽시간에 확산하는 플래시오버(flash over)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지연시켜 준다. 방염 처리를 잘하면 화재 발생 때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을 더 길게 확보할 수 있다. 유독가스 배출도 늦춰 인명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서울대 SNU컨설팅센터 김윤철 교수는 “모든 건축 시공 재료를 불연재로 의무화하면 이상적이지만 비용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의 방염처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과 직결되는 방염처리가 이렇게 허술한 가장 큰 이유는 방염처리 여부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상규 협회장은 “방염 처리가 제대로 됐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용된 자재 일부를 떼어내 직접 태워보는 수 밖에 없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건축주와 인터리어 시공업자들이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고 방염처리 관련 부정과 비리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고 말했다.

 방염처리를 점검하는 법 규정도 허술하다. 163명이 숨진 대연각호텔 화재 사건(1971년)을 계기로 정부는 73년 다중이용시설을 방염대상 건물로 지정하고, 방염처리를 의무화했다. 소방관이 불시에 이런 시설을 찾아가 방염처리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그런데 2003년 이 규정이 사문화됐다. 소방관들이 건물주와 유착해 방염 검사를 봐주는 일이 생기고, 소방인력이 부족해지자 규제 완화를 논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소방관이 찾아가던 제도를 없애고 대신 건물주가 방염처리된 재료를 소방서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방염처리를 하지도 않고 방염처리 한 일부 시료만 검사용으로 제출하는 편법과 꼼수가 퍼졌다. 한 방염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방염업체가 면허제로 운영돼 문제 있는 영세업체는 퇴출됐는데, 등록제로 전환되면서 싼 가격에 부정을 저질러 주겠다는 업체들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건축 과정에서 방염처리를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관행도 문제다. 한 방염업계 관계자는 “건축설계를 할 때부터 방염 처리를 감안해 예산을 짜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어디를 방염처리해야 하는지 미리 계산해두지 않고, 완공한 뒤 방염업계가 알아서 처리를 하도록 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최종 설계도에 방염처리 여부를 표시해둔 경우도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방염전문가가 건축 설계 단계부터 자문한다. 한국방염협회에 따르면 방염처리에 따른 표준 단가도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비용 절약을 위해 싼값에 후려치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

 이성은 호서대 방재학과 교수는 “시료를 채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레이저로 방염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라며 “그동안 방염 시료를 제출하는 게 논란이었는데 이 기술이 만들어지면 예전처럼 소방관들이 현장을 찾아 검사를 할 수 있는 검사 체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염처리는 고사하고 방염물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노재봉 한국방염시험연구원장은 “방염 처리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에 다중시설에 방염 커튼 등을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이상화 기자


2 카이스트 재난학연구소장 박희경 교수
“미국, 9·11테러 분초 단위 기록 … 세월호는 데이터 방치”


“세월호 침몰 사고 전후를 1분 1초 단위로 기록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뭐가 문제인지를 찾아 고치고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난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된 적이 없고 진정한 반성을 못하니 또 다른 재난을 맞는 것이다.”

 박희경(57·사진) 카이스트 재난학연구소장(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은 세월호 비극을 경험한 한국 사회가 2014년을 보내면서도 진정한 반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토목공학과와 미국 일리노이대(환경공학 박사)를 나온 그는 현대건설과 미국에서 모두 11년간 엔지니어로 일하다 1995년부터 카이스트 교수로 일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뜻을 함께 한 학자들이 모여 KIDS(KAIST Institute for Disaster Studies, 카이스트 재난학연구소)를 9월1일 출범했다. 융합연구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양시스템공학·항공우주공학자 뿐 아니라 인문·의학·사회과학 전공자 등 카이스트 교원 60명, 다른 대학 및 연구원 종사자 20명 등 80명이 참여한 대형 연구소다. 이들을 대표해 박 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해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의 대응과 정부 대책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점검했다. 박 소장은 “대형재난은 설비·구조 등 기술적 결함, 사회정책과 제도 미비, 기업의 과실과 휴먼에러(인재) 등 복합적 요인이 겹쳐 발생한다”며 “재난 원인, 발생과정, 대응 및 사후처리 문제 등을 이해하기 위해 공학은 물론 인문학·사회과학 측면에서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의 사후 대응을 어떻게 보나.

 “재난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재난이 진행될 때는 언론을 비롯해 온갖 상상과 가정으로 재난을 분석하더니 재난 이후에는 모든 것을 덮으려 한다. 재난은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작용해 일어나기 때문에 재난이 진행 중일 때는 진짜 원인을 찾아내기 힘들다. 그런데 모든 데이터들이 드러나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할 시점인데 오히려 모두가 조용하다. 미국은 9·11을 분초 단위로 기록했다. 신뢰 측면에서보면 과거의 기록을 남긴 독일과 그렇지 못한 일본의 차이는 크다.”

 -정부의 재난 대비가 여전히 부족한가.

 “원전사고 등 사회적 재난은 부정부패·무능·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다. 안전진단 과정에서 부정이 저질러지면 아무리 잘 준비해도 문제가 생긴다. 부정부패를 줄이면 사회적 재난을 많이 줄일 수 있다. ‘파리형 부정부패’ 뿐만 아니라 ‘호랑이형 부정부패’도 많다.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과 직접 연루된 자들이 호랑이다. 이들이 없어지지 않으면 파리는 다시 들끓게 되고 재난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재난학연구소에 인문학도가 참여한 이유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재난학은 22개 학문 분야가 관여해야 하는 융합분야다. 재난을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융합팀을 만들어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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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