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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수순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백가쟁명식 견해만 무성해 일반인으로서는 누구의 말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게다가 노사 간 견해차이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부처 간 의견 차이는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구조개선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은 비정규직을 보호하라고 했더니 뜬금없이 웬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를 들고 나오느냐는 것이다. 부실한 사회안전망을 보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데 해고 유연성을 강조하는 것은 근로조건의 하향 평준화를 지향하는 것과 같다는 입장도 유사하다.

또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동의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 견해를 달리하는 경우도 많다. 우선 해고라는 수량적 유연성을 강조하느냐, 임금이나 근로시간의 기능적 유연성을 강조하느냐의 차이다. 해고의 유연성에 있어서도 정규직을 대상으로 하느냐,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하느냐도 중요한 차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모두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모두 진영논리에 빠진 주장이거나 장님 코끼리 만지듯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만 강조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문제는 고차원 연립방정식처럼 모두를 동시에 다루어야 풀 수 있다.

한국 노동시장은 전반적으로 경직된 것이 아니라 특정 부분, 즉 대기업과 공기업의 일부 정규직이 단체협약 등으로 과도한 고용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이 부분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기도 하다. 또한 취약계층 근로자들에게는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안전망의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따라서 과보호 받는 집단에는 유연성 제고가, 취약계층 근로자에게는 사회안전망의 보완이 동시에 필요한 것이다.

또한 선진 외국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고용창출이 중요하다면 정규직의 전반적인 고용보호 수준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고용보장은 일자리로의 유입과 퇴출을 교란시켜 장기적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과보호 정규직의 고용보호수준을 그냥 둔 채 저보호 비정규직의 고용보호수준을 하향조정하는 것은 고용창출은 되지 않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만 심화시켜 소득 불평등 확대를 초래한다.

수량적 유연성보다는 기능적 유연성이 우선이라는 견해도 일견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문제의 핵심을 우회하려는 단견이다. 한국의 임금구조는 연공서열이 심해 생산성과 관계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증가하기 때문에 작금의 현실에 적용되기 어렵다. 과거 고성장 시기에는 처음에는 본인의 생산성보다 적게 받고 나중에 많이 받는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가능했다. 그러나 저성장시대에 접어들고 국제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 계속된다면 경쟁력 저하, 청년실업과 노인빈곤의 확대로 직결된다.

10여 년간 지적돼 온 임금체계의 경직성 문제가 풀리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연공서열 임금체계에 대한 대표적 대안인 직무급이나 성과급은 직무 분석과 성과측정이 개별 기업에서 개인별로 정확히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또한 이에 대한 이해 당사자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역시 기업 차원에서 노사의 양보와 합의가 필요하다. 과거의 암묵적 약속이 파기되기 위해서는 기득권의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력한 노동조합의 과도한 보호를 받는 일부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정규직은 고용보장이 강철 같기 때문에 임금체계의 개편 논의 자체가 어렵다. 더구나 2016년부터 60세 정년이 법으로 강제되지만 임금체계의 개선은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임금체계 개선에 쉽게 동의할 이유가 없다. 이는 적어도 경직적 부분에서는 수량적 유연성과 기능적 유연성이 결합돼 있기 때문에 양자가 동일선상에서 논의돼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에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의제를 정하고 해결방안에 대한 합의까지 맡긴 채 기다리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중요의제의 경우 노사 간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의제로 삼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의제는 정부가 공익의 도움을 받아 정리하고 노사에 합의할 일정 기간을 주는 것이 적절하다. 그 뒤에 노사합의가 된다면 존중하고, 되지 않더라도 정부와 공익 주도로 구조개선의 고차원 연립방정식을 푸는 것이 답이다.



유경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 코넬대 경제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을 거쳐 현재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전공은 고용과 노동. 저서는 『비정규직 문제 종합연구』 등.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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