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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동 칼럼] 클래식 음악이 죽었다고?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은 음반을 팔기 위해섭니다. 양 교수도 바쁜 사람인데 여길 왜 왔겠습니까? 음반이 한 장이라도 나갈까 싶어 왔죠.” 지난달 24일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교수가 브람스·슈만 음반을 내고 클래식 음반 매장 풍월당에서 음악회를 마련했다. 연주에 앞서 박종호 풍월당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우아한 자리에서 나온 노골적 표현이라 좌중에서 민망한 웃음이 터졌다.

박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중국의 랑랑이나 유자왕이 음반을 내면 4000만 장이 팔립니다. 우리 음악가가 내는 음반은 수백 장에 불과하죠. 메이저 음반사는 이왕이면 팔리는 음반을 내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청중은 더 이상 웃지 않았다. 지난 9일 박 대표에게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고 청해 마주 앉았다. 그가 특유의 신랄한 어법으로 들려준 클래식 음악 동네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랐다.

-음반을 한 장 산다는 것의 의미는.
“작품에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돈을 내고 안 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지갑을 여는 것은 예술가를 존중하고 레코드산업을 살리며 자신이 성장하는 길이다. 진지한 예술 향유자라면 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안 산다.”

-음반 사는 것이 교양 있는 시대를 만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 교양이 없는가.
“없다. 모두들 같은 드라마·뉴스를 보고 그 이야기만 한다. 교양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의해 만들어진다. 스스로 선택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어야 한다.”

-서양 클래식 음악이 특별히 존중받아야 할 이유가 있나.
“있다. 걸그룹 음악이 200년 흐른다고 고전이 되느냐? 베토벤의 음악에는 자신의 사상이 드러나 있다. 19세기부터 200년간 서양에서는 모든 장르가 시대 사상을 담아냈다. 괴테·위고·니체·톨스토이가 쓴 소설도 그렇지 않나. 다른 시기, 다른 지역에서 없던 현상이다.”

-서양에서도 클래식은 노인만 듣는 음악이 되지 않았나.
“모르는 소리다. 젊은이들이 연주회에 가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데 그들은 진정한 청중이 아니다. 학생들이 진학을 위해, 또는 선생의 연주회에 참석할 뿐이다. 유럽 청소년들은 클래식 공연을 보는 게 꿈이지만 돈이 없어 못 간다. 은퇴를 하고 연금을 받게 되면 비로소 극장을 찾는다. 그래서 유럽의 콘서트홀이 허연 머리로 가득한 것이다.”

-클래식 음악의 앞날은.
“미국인이 팝과 재즈만 듣는 줄 아느냐. 시스템이 완비된 오페라극장이 50개나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클래식 시장이다. 영국 BBC프롬스는 청중으로 미어터진다.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이 피아노를 치면 유럽인들은 쓰러진다. 중동의 아부다비와 두바이에도 세계적인 콘서트홀이 들어선다. 유럽에서는 활기가 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클래식은 무대를 옮겨 가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풍월당이 12년 만에 흑자를 냈다.
“음반매장은 여전히 적자다. 풍월당마저 없으면 사람들이 음악을 안 들을까 봐 버티고 있을 뿐이다. 5년째 열고 있는 ‘아카데미’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

박 대표는 거의 일주일 내내 오전·오후에 주제별 강의를 하고 외부 강사도 초청해 음악 이야기를 들려준다. 직(職)은 풍월당 운영자이지만 업(業)은 ‘교사’로 살고 있다고 자신의 요즘 삶을 정의했다.

마지막으로 최근의 서울시향 사태에 대해 물었다. 박 대표는 세금을 너무 많이 쓴다고 말했다. 돈은 한국에서 벌고 명예는 외국에서 얻는다고도 했다. 마침 테너 마크 패드모어와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가 한국 공연을 앞두고 풍월당에서 연주회를 열기 위해 방문했다. 박 대표가 말했다. “저들은 세계 최고의 예술가입니다. 몇십 명 앞에서 연주하기 위해 이런 허접스러운 곳을 찾아오잖아요. 시향도 낮은 데로 임해야 합니다.”


최정동 영상 에디터 choijd@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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