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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아시아 게임

올해도 저물어 가고 있다. 누구나 지금쯤 지난 시간을 뒤돌아볼 것이다. ‘올해 내 인생에서 큰 변화가 있었나’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나’ 등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러시아인으로서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들을 뒤돌아볼 때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소치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크림반도 병합(우크라이나 사태), 중국과의 천연가스 공급 계약 체결, 남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 계획인 ‘사우스 스트림’ 프로젝트 취소, 국내 경제 악화로 이어진 국제유가 하락 등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러시아의 국내 상황은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크게 바꿔놓았다. 아마 올해 러시아만큼 격동의 시간을 보낸 나라도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발간하는 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1996년 제시했던 개념을 적용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이는 ‘룰 파괴자, 룰 제정자, 룰 수용자(rule breaker, rule maker, rule taker)’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는 방법론이다. 러시아는 과연 어느 역할에 더 충실했을까.

우선 룰 파괴자라는 관점에서 보자. 2000년대 들어 빠른 경제성장을 보인 국가들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됐다. 중국·러시아는 물론 한국·멕시코·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경제력이 커진 국가들은 규범 준수보다는 자신의 영향력 확대에 더 치중해 왔다. 특히 올해는 아시아 지역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던 것 같다.

다음은 룰 제정자 관점이다. 이와 관련, 러시아에 대한 평가는 사뭇 모호하다. 반(反)러시아파는 러시아에 대해 비판적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러시아는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적극적이었다. 서방의 압력에 맞서 자신의 룰을 만들고 이를 고집했다.

마지막으로 룰 수용자 관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서방은 러시아에 대해 경제제재 등으로 강력히 대처했다. 러시아는 이를 비판하면서 에너지를 무기로 맞대응했다.

특히 러시아는 서방 측이 내세웠던 논리도 그대로 활용했다. 인권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 보호를 위한 생필품 지원 조치 등이 그 사례다.

이상에서 보듯 러시아가 올해 국제사회에서 보여준 일련의 행위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대외정책 무게중심이 과연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느냐다.

현재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 등에 따른 대응책으로 아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서방 간 경쟁에 있어 아시아 지역이 새로운 무대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경제적으로 낙후됐던 아시아는 이젠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 성장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19세기 후반 열강들이 식민지를 둘러싸고 벌였던 ‘아시아 게임’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현재의 아시아 국가들은 과거와는 달리 서구 열강들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상황을 ‘뉴 아시아 게임’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다. 아시아의 목소리가 글로벌 질서를 재편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러시아도 아시아 중시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것이다. 향후 러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파워들의 미래는 아시아의 역할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리나 코르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의 국제경제대학원을 2009년 졸업했다. 2011년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의 HK연구교수로 부임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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