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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은 통일 시험장 … 확실한 정경분리로 ‘불씨’ 지켜야

남쪽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야경. 밤이면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북한이지만 개성공단의 야경만큼은 휘황찬란하다. [중앙포토]
2004년 12월 첫 완제품을 생산한 개성공단은 올 연말 사상 최고인 5억 달러의 생산액을 돌파할 전망이다. 남북한 근로자 5만4000여 명이 함께 일궈 낸 성과다. 남한 입장에선 지난 10년간 매출액 22억 달러를 비롯해 총 32억6000만 달러의 내수진작 효과가 발생했다. 북한도 지난 10년간 임금 수입 3억 달러를 비롯해 토지임대료 등으로 총 3억8000만 달러의 외화 수입을 거뒀다.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추가 투자를 막은 5·24 조치 이후에도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개성공단 10년, 과거 그리고 미래

하지만 개성공단이 갈 길은 아직 멀다. 2007년에 완료된 1단계 개발 3.3㎢(약 100만 평)는 확장구역 포함 전체 개발계획의 5%에 불과하다. 입주기업도 1단계 계획 300개의 40% 수준인 125개에 그쳤다. 남북한이 이미 합의한 2단계(150만 평), 3단계(350만 평) 개발은 시작도 못 했다. 정치·군사적 불안요소를 비롯해 3통(통행·통관·통신) 문제, 북한 노동력의 공급 부족, 미국 등 서방권의 한국산 불인정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3단계 개발이 완료되면 남한엔 642억8000만 달러의 내수진작 효과가, 북한엔 43억9000만 달러의 수입이 기다리고 있다.

정치·군사 변수에 휘둘려선 미래 없어
개성공단의 취약점은 남북 간의 정치·군사적 변수에 휘둘린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 입주업체 100%와 전문가 집단의 71.4%가 ‘남북 간 정치·군사적 영향에 민감하다’는 점을 개성공단의 최대 문제로 꼽았다. 실제로 2008년 12월 통행 제한조치와 지난해 가동 중단조치 등은 생산·수출 감소, 해외 바이어 이탈 등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개성공단을 지속 가능한 경협 모델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경분리 원칙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가동 중단 이후 이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남북 공동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개성공단이 앞으로 경제 외적인 요인으로 방해받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우리 정부가 5·24 조치 완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을 위한 신규 투자를 허용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개성공단 투자는 내수에 기여하는 만큼 해외 진출 기업을 개성으로 유턴(U-turn)하게 하고, 개성 이외의 곳에서도 인력 수급을 확충하는 등 발전전략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제조업에 머무른 1단계 개발을 마무리하고 관광·상업·물류 등이 추가된 2·3단계 확장을 서두를 필요도 있다. 현재 개성공단의 성장은 섬유·의류 업종이 이끌고 있다. 이들 업종은 내수시장이 커서 새로운 납품처를 찾기가 수월한 편이다. 개성공단 공동 의류브랜드인 ‘시스브로(SISBRO:형제자매라는 뜻)’의 성장 전망도 밝다.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행사 때 봉사단 옷을 제작해 주목을 받았고, 홈쇼핑에서 완판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지속적인 설비 투자가 필요한 전기·전자·기계금속 업종은 5·24 조치와 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가 큰 편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국내산으로 인정하기로 한 성과를 토대로 한·미, 한·유럽연합(EU) FTA에서도 ‘역외가공지역’으로 특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은 1994년 중동 평화협정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요르단·이집트 등의 특정공업지구(QIZ)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때 특혜 관세를 부여하고 있다. 입주업체들은 또 상시 통행, PC방 형태의 제한적 전산센터 운영과 인터넷·휴대전화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면 출입경사무소(CIQ)에 휴대전화를 맡겨야 한다.

개성 공단 가치는 돈으로 못 따져
최근 북한이 일방적으로 임금 상승한도 5%를 폐지하기로 해 논란이 됐지만 입주업체들은 일단 담담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아직 현실화된 것도 아니고 남북 간에 공식적으로 얘기가 오간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북한이 외화 고갈을 이유로 계속 임금 상승을 요구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2014년 현재 최저임금 70달러는 북한 노동력을 고려했을 때 아주 높은 임금이라고 할 순 없다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이 보여 준 남과 북의 협력 가능성은 금전적 가치 이상이란 게 중론이다. 협업 10년이 넘어가면서 개성공단의 남북한 근로자들은 생업을 공유하는 가족적인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개성공단 개발·운영 과정에서의 긴밀한 접촉과 자유왕래, 법·제도적 장치 마련과 산업 인프라 확충 등은 사실상의 ‘통일 시험장’ 운영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정치·군사적 논리를 철저히 배제하고, 법·제도적 장치를 확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북한 노동력의 추가 투입을 유도하고, 투자 업종 다양화를 통해 개성공단, 나아가 북한 내 경제특구를 확대·발전시키는 게 남북한 모두에 이득이라는 결론이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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