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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한 명 전단 외면 … 동물 탈 쓰고 건네자 효과 두 배

송영오 중앙SUNDAY 인턴기자가 서울 시청역 부근에서 망아지 형태의 인형 옷을 입고 광고 전단 배포 실험을 하고 있다. 왼쪽 아래는 인형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전단을 건네려 하자 행인들이 외면하고 지나치는 모습. 김춘식 기자
출근길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면서 전단 돌리는 이를 보는 순간 짧은 고민에 빠진다. 주머니에서 손을 빼 건네받을까, 아니면 외면하고 지나칠까. 내가 받아야 단 몇 초라도 그의 ‘알바’가 빨리 마감될 것이라는 생각과 쓰레기 생산에 일조하기 싫다는 ‘환경 의식’이 교차한다. 그러다 결국 손을 뺀다.

‘전단 배포 알바’체험기

 인터넷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식당·헬스장·학원 등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단 몇 초 안에 찾을 수 있는 세상, 전단은 변화의 흐름에 저항하는 구시대적 유물로 보인다. 도대체 전단의 생명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광고 효과는 과연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갖고 그 세계를 들여다봤다.

2000년 이후 수요 절반 줄어
우선 최근 받아 모아둔 전단 8장에 등장하는 업소 8곳을 찾아갔다. 40대 남성인 도시락 전문점 사장은 밀린 주문 처리로 바쁜 모습이었다. 그는 “일주일에 세 번 직장인들 출근시간에 200장 정도 전단을 배포한다. 그날은 매출이 30%가량 뛴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손에 직접 가게 이름과 메뉴를 확실하게 전달한다는 게 전단 광고의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나머지 7개 업소 주인에게서도 “적은 비용으로 홍보 효과를 보는 수단”이라는 비슷한 내용의 설명을 들었다. “200장 돌려서 직장인 세 팀만 더 와도 우리는 이득이에요. 한 테이블 밥 값이면 그날 전단 아줌마 알바비는 나오거든.” 한 식당 주인의 말이다. 헬스장과 요가학원 사장은 공통적으로 “상담 손님의 80% 이상이 전단을 보고 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만드는 걸까. 서울 을지로의 인쇄소 밀집 골목에 가봤다. 인쇄소들은 서로 약속한 듯 A4용지 4000장을 기본으로 주문을 받고 있었다. 가격은 10만원. 디자인까지 함께 맡기면 3만∼5만원이 추가된다. 28년째 인쇄소를 운영 중인 정모(59)씨는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전단 수요가 절반으로 줄기는 했지만 신장개업하는 식당, 학생들 모집에 나선 학원, 새로 지은 아파트 광고 등의 수요가 있다”며 “전단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을지로 인쇄소에서 제작하는 전단은 벽이나 전신주 부착용, 배포용, 신문 삽지용으로 나뉜다. 그중 90%가 부착·배포용이고, 신문 삽지는 10%가량이라는 게 업자들의 설명이다. 신문 삽지는 대행 업체에서 A4용지 기준으로 장당 22원을 받는다. 주로 백화점·마트·학원이 광고주다. 배포 ‘알바’는 통상 시간당 8000∼1만2000원을 받는다. 두 시간에 500장이 평균적 할당 규모다.

초보는 30분에 50장 전달 벅차
전단 배포 체험을 해봤다. 겨울바람이 세차게 분 지난 11일 오전 11시30분에 시청역 10번 출구에 요가학원 전단 뭉치를 들고 섰다.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회사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골든 타임’이었지만 주머니 속에 숨은 손들은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네 차례의 헛손질 끝에 50대 남성의 손에 처음으로 전단이 안착했다. 그는 내용을 보지도 않고 주머니로 접어 넣었다. 30분 동안 100번 정도 전단을 내밀었지만 50명가량만 받아갔다. 내민 손을 잠시 보다가 고개만 까딱하고 지나치는 이도 있었다. ‘미안하다’는 의미로 보였다.

 초보 티가 났는지 근처에서 전단을 돌리던 할머니가 말을 걸어 왔다. “이거 한 지 얼마 안 됐나 보네. 여기는 볕이 들어서 좋은 자리이긴 한데, 사람이 너무 없어. 저쪽으로 가봐 아가씨”라며 횡단보도 앞쪽을 가리켰다. 일종의 자리다툼인가 싶어 화제를 돌렸다. “할머니는 이 일 하신 지 오래되셨나 보네요.” 할머니는 “석 달 정도 됐다”고 대답하면서도 행인들에게 재빠르게 손을 내밀었다.

동물 인형 옷 입었더니 기다려서 받아
그 속도로는 목표로 삼았던 ‘한 시간에 200장’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준비해 간 망아지 인형 옷을 입어 봤다. 손이 둔해지고 시야도 갑갑해졌다.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뒤뚱뒤뚱 걷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이 나왔다. 지나는 행인들의 눈길을 끄는 데는 확실히 성공했다. 기다려서 받아가는 이들이 생겨났다. 건네기도 전에 양손을 펼쳐 보이는가 하면 머리를 쓰다듬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인형 옷을 입지 않았을 때보다 두 배 정도의 속도로 손에 든 전단이 줄어갔다. 전단의 내용을 확인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왜 인형 옷을 입고 전단을 돌리는 이들이 많은지 이해가 됐다.

 실험을 마치고 ‘베테랑’들을 만나봤다. 종각역 부근에서 만난 전단 배포 30년 경력의 중년 여성은 “이제는 한눈에 받을 사람인지 아닌지가 보인다”고 했다. “눈을 일단 마주친 뒤에 손을 내밀어야 성공 확률이 높다”는 비법도 알려줬다. 옆에 있던 할머니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는 미리 반으로 접은 뒤에 장갑을 벗은 맨손으로 전달해야 일이 빨리 끝난다”고 설명했다.

공해 유발 눈총 … 절반 이상 쓰레기로
전단 배포의 가장 큰 문제는 공해 유발이다. 절반 이상이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길에 마구 버려지는 경우도 흔하다. 지난달 초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주변에서 전단 수천 장이 무차별적으로 뿌려진 일이 있었다. 이를 발견한 관리사무소가 전단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해 수거를 요청했다. 관리소 직원은 “몇 달에 한 번 정도 그런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단을 전신주 등에 붙이는 현장을 적발했을 때는 5만원의 범칙금을 물리지만 이미 붙어 있는 전단과 관련한 처벌 규정은 없다. 전단 살포나 배포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송영오 인턴기자 nanyougohd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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