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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영자들, 스스로 칸막이 쳐 혁신 더디게 만들어”

다쏘시스템
“경영자들이 스스로 만든 칸막이에 갇혀 있다. 그게 한국 기업의 혁신이 더딘 이유다.”

세계 최고 혁신 기업, 다쏘시스템 버나드 샬레 회장

버나드 샬레(사진) 다쏘시스템 회장 겸 CEO가 최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의 혁신이 더딘 이유와 관련해 분석을 내놓았다. 다쏘시스템은 세계 제일의 3D 솔루션 기업인 동시에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다쏘는 올해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세계 100대 지속 가능성 기업 부문에서 5위(삼성전자는 34위, LG전자는 82위)에 올랐다. 전 세계 항공기의 90%, 자동차의 80%가 다쏘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설계된다. 지난해 27억 달러(약 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 대우조선해양 등도 이 회사의 고객사다.

샬레 회장은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최근 성장 정체 상태인 것과 관련해 “무엇보다 경영자가 스스로 자신의 업무 영역을 줄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자들이 모든 보고를 다 받는 것 같지만, 결국엔 특정 현안에 대해 해결책 세 가지 정도만 보고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자사 제품을 둘러싼 실제 시장이나 정보에 어두워지고, 필요한 만큼 충분히 ‘생각의 가지’를 뻗지 못해 관성적인 경영만 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정 부서에서 올라오는 해결책이 전체의 답이라고 생각하는 건 실패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샬레 회장은 이어 “하고 있는 일들이 유기적으로 잘 맞물려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현재 디지털카메라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면 카메라 한 가지의 기능적 효용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그 카메라를 가지고 주변의 어떤 제품(이를테면 스마트폰처럼)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은 특정 제품의 효율성이나 생산성뿐 아니라 다른 제품과의 디지털 연결성(digital continuity)이 중요한 시대로 변했다”며 “이 연결 고리를 잘 찾을 수 있거나, 만들어낼 수 있어야 통섭과 융합이 주는 열매를 누릴 수 있고, 그게 지속 성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샬레 회장은 협력회사와의 협업도 강조했다.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론 시장에서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협력회사를 비롯한 외부 환경의 지원을 골고루 이끌어 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자사의 기술 노하우를 할애하는 담대함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다쏘시스템은 2013년에만 거래업체를 2만 개가량 늘려 현재는 전 세계 17만 개의 업체와 거래 중이다. 지속 성장의 비결은 뭔가.
“딱히 이렇다 할 비법은 없다. 해야 할 일을 하나로 묶어서 보려고 노력한다. 비즈니스를 분절적인 여러 개의 딜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총체적인 묶음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또 고객사도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가치를 제공하려 한다. 고객이 살아야 우리도 사는 것 아닌가.”

-많은 한국 기업이 성장 정체의 덫에 빠져 있다.
“한국 기업들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느낀 건 많은 기업과 경영진들이 근시안적인 사고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경영자들은 우리의 3D 소프트웨어를 그냥 제품을 설계하는 정보기술(IT) 도구로만 이해한다. 그리고 그 도구의 활용은 전적으로 IT부서에 맡긴다. 물론 IT소프트웨어 하나하나의 구동방식까지 경영자들이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제품 개발이 이뤄지고, 어떤 식으로 확장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은 경영자의 몫이다. 가장 기초적인 제품 개발 로직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넓은 범주의 신(新)시장에 대한 생각을 펼쳐가겠나. 경영자들은 너무 많은 것을 모르고 넘기고 있다. 경영자들이 먼저 많은 것을 배우고 의사결정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제조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맞다. 분명한 강점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르게 애플을 따라잡은 것도 그런 기본기 덕분이겠지. 그래서 그런지 ‘제조만 강하면 될 것’이란 믿음이 불안할 정도로 강하다. 하지만 소비자를 이해하는 일이나 글로벌 시장을 통찰하는 일에는 아직 약점이 있다. 한국 기업들이 제조기업에서 혁신기업으로 이행하는 단계가 아닌가 한다.”

-혁신기업이 되려면 어떤 역량을 쌓아야 하나.
“혁신기업의 핵심은 ‘과학기업(scientific company)’이다. 다양한 과학과 응용수학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예측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은 자연과학만이 아니다. 인문과학까지 포함한 의미의 과학이다. 결국 시장에서 제품을 사는 이들은 사람 아닌가. 대신 구매자를 비롯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계량적인 모델이 동원되겠지만.”

-기업마다 새 시장을 찾는 데 주력한다.
“한국 기업들은 자신의 강점인 제조 능력과 디자인을 연결하는 데 약점을 보인다. 제품 생산이 분절적으로 이뤄진다는 느낌이다. 이래선 디지털 연속성을 이뤄낼 수 없다. 단위 공정에서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하나로 통합해 전 공정에서의 생산성을 고민해야 한다. 고객을 정의하는 일에서부터 제품이나 서비스를 전달하는 과정을 포함해서 말이다. 애플도 결국 기존 기술들을 잘 묶어 새 시장을 연 것 아닌가. 새 시장을 너무 멀리서 찾지 말라. 우리 같은 경우 기존의 3D 디자인 기술을 활용해 천연자원의 유무와 매장량 등을 예측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인 지오비아(Geovia)를 최근 내놓았다. 결국 시장은 우리가 잘 아는 어딘가에서 열리는 법이다.”

-다쏘는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성장하는 걸 추구하나.
“기업마다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회사이면서 스마트폰 제조사, 냉장고 제조사 아닌가. 우리는 기존 3D 솔루션 외에 이를 기반으로 한 가상 제품 시장에도 도전 중이다. 3D 기술을 활용해 인체 내부에서 어떤 약품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도 본다. 과거엔 제약업체나 의공학업체들의 영역이었다. 가상현실 시장에도 일정 부분 진출해 있다. 모든 영역의 기초에는 3D 기술이 있다.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진화하건 우리의 원천 기술을 단단히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다.”



버나드 샬레(Bernard Charles) 회장=1995년부터 20년째 다쏘시스템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에콜 노르말쉬페리외르 공대를 졸업하고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최고 교수 자격증인 아그레망가시옹(기계공학 전문)도 갖고 있다. 83년 다쏘시스템에 합류한 이래 다쏘 내에 신기술·연구개발·전략 전담부서를 각각 만들어 다쏘를 세계 제일의 3D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키우는 데 기여했다.

다쏘시스템=1981년 설립됐다. 자동차와 항공 등 12개 산업군 17만여 개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한 해 매출은 3조원 선(2012회계연도 기준). 전 세계 140여 개국에 1만1000여 명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 중 연구개발 부문 인력만 3600여 명에 달한다. 매년 매출의 30%가량을 연구개발에 쓴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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