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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객 3000만 … ‘Duty Free’는 ‘불황 Free’

내년 2월 26일까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의 신규 입점 신청을 받기로 하면서 면세점 업계 입찰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여행객들이 지난 달 28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에어스타 애비뉴’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11일 인천시 중구 공항로에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옥 대강당. 오후 2시가 되자 정장 차림 남녀 1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인천공항 내 면세점 사업자를 새로 선정하기 위해 공항 측이 마련한 설명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이었다. 2시간 예정으로 진행된 설명회 동안 입찰요령 등에 대한 참석자들의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대기업·중기·지자체까지 뛰어드는 면세점 사업

면세점 사업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해외직구·온라인쇼핑몰의 등장으로 유통업계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면세점 사업만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07년 2조6442억원에서 지난해 6조8000억원으로 6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성장했다. 매출 규모로 세계 1위다. 2위인 영국(3조8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올해 인천공항을 통한 국제여객 수가 4470만 명으로 1년 새 400만 명이 증가했다”며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에 오는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어 면세점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아직 큰 편”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임대료 지난해 6150억원
면세점 사업은 크게 공항과 시내로 양분되는데 모두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국내 면세점 사업의 경우 롯데가 1979년, 신라면세점이 86년 허가를 받은 뒤 갱신해 왔다. 정부는 일부 대기업에만 허용된 공항 사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지난해 1월 관세법을 개정했다. 중소·중견기업에 20% 이상을 허가하고 대기업 허가 비중은 60% 미만으로 낮추기로 했다.

공항 사업은 ‘자리 값’이 매우 비싸다. 지난해 롯데·신라·한국관광공사가 인천공항 측에 낸 임대료만 6150억원에 달한다. 한마디로 큰돈 벌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도 업체들은 눈독을 들인다. 인천공항이 국내 면세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 데다 한국의 관문에 위치해 기업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날 인천공항이 실시한 설명회에도 국내외 30여 개 기업이 몰렸다. 롯데·신라·한국관광공사 등 기존 면세점 사업자 외에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 신세계 등 대기업들이 참여했다. 세계 1위 면세 사업자이자 인천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DFS를 포함해 듀프리, 킹파워 등 외국계 업체들도 참석했다. 면세 사업 운영 경험이 없는 GS홈쇼핑과 과거 금강산과 개성에서 면세점을 운영했던 현대아산도 참여했다. 내년부터 인천공항 12개 면세구역 가운데 4개 구역을 중소·중견기업에 할당하기로 하면서 한식당 경복궁을 운영하는 엔타스와 대구 그랜드호텔, 듀티프리코리아, 동화면세점, 하나투어 등도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한 업체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자에게 인천공항 입점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외국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기도 쉽다”며 “적자만 나지 않는다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공항공사 측은 이번 3기 사업자 선정을 위한 최소 입찰금액을 7080억원으로 정했다. 지난해 기존 면세 사업자 3곳이 낸 임대료보다 15%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이 임대료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매년 2%씩 오를 전망이다. 이번에 선정된 면세 사업자는 5년간 운영을 보장받는데 임대료로만 수조원을 감당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다음달 29일까지 입찰 참가 신청을 받아 2월에는 신규 면세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공항 면세점이 시설권자인 공항 측과 임대차계약을 맺은 사업자가 관세청에 사업 허가 신청을 내 이를 승인받는 방식이라면, 시내 면세점은 법인이 직접 관세청에 영업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자본금 10억원 이상과 영업장소 확보, 사업계획서 등 요건을 갖추면 관세청이 심사해 허가해 준다. 단,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라 국내에서 수입품을 파는 사업자가 동일한 물건으로 면세 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관세청 통관지원국 나종태 사무관은 “같은 사업자가 동일한 창고에 보세 물건과 세금을 낸 물건을 함께 두면 탈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생긴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유통 전문업체인 롯데가 호텔롯데를 통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라면세점도 호텔신라가 사업을 진행한다.

“공항서 큰돈 못 벌어도 시내서 벌면 돼”
시내 면세점은 공항에 비해 비교적 ‘돈이 되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면세점이나 신라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매출액의 평균 5~7% 정도로, 8%대인 백화점보다는 다소 낮다. 백화점의 경우 입점업체가 판매하는 금액에서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떼고 재고 부담 등 관리비는 입점업체가 떠안아 영업이익률이 높다. 반면 면세점은 사업자가 판매할 물건을 모두 구입하기 때문에 자본금이 많이 필요하고 재고 관리도 직접 맡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다소 낮아진다.

중요한 건 시내 면세점 매출이 연간 10%씩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유통업체 임원은 “공항에서 적자만 안 본다면 돈은 시내 면세점에서 벌면 된다”며 “자본력이 있는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내 면세점은 서울 7곳, 부산·제주도 2곳 등 전국 17곳에 문을 열고 있다. 정부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특별 공고를 통해 지방 12개 시내 면세점을 중소기업에만 내줬으나 이 중 네 곳이 허가권을 반납했고, 한 곳은 관세청으로부터 이달 3일 면허 취소를 당했다.

신규 허가 지역·개수 이르면 이달 발표
정부는 시내 면세점을 최소 2~3곳 추가하는 내용을 조만간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서울에도 허용된다면 2000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에 새 면세점이 탄생한다. 나종태 사무관은 “시내 면세점 신규 허가지역과 개수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이르면 이달 안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사업에는 기업들 외에 지자체도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산하 기업인 서울관광마케팅이 시내 면세점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 준비를 위한 별도 팀이 최근 새로 꾸려져 준비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인천시도 관세청에 시내 면세점 지정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조만간 제출할 계획이다. 매년 외국 관광객 100만 명 이상이 인천을 방문하고 있어 시내 면세점 한 곳(구월동에 내년 2월 개장)으로는 쇼핑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 ‘세계 책의 수도’ 행사와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가 인천에서 열려 시내 면세점 추가 개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내 면세점 신규 지정 움직임에 기존 사업자들은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중소·중견 면세점협의회는 최근 “아직 매월 수천만~수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일부 면세점이 있는데 시내 면세점을 추가 허가하면 생존이 더 어려워진다. 정부를 믿고 투자한 사업자의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행정소송 등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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