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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의 마음과 세상] “설마, 우리 애가”의 함정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전부터 아이들을 괴롭히고 말썽을 부리는 아이가 있었다. 선생님은 교실 분위기가 너무 나빠지자 해당 아이의 집에 자초지종을 상담하기 위해 연락했다. 그런데 첫 반응이 의외였다고 한다.

“우리 애가 그럴 리 없어요.”

아이 엄마는 미안해하기보다 자기 아이가 그럴 리 없고, 다른 아이들과 부모가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이며, 선생님도 장단을 맞추고 있다고 믿었다. 선생님이 차근차근 아이의 행동에 대해 설명했지만 매번 “그럴 리 없다”면서 믿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의 집이 매우 엄해 집 안에선 조용히 지내는 아이였기에 엄마는 학교에서 그런 문제 행동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자기 믿음에 반대가 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심리학에선 ‘확증편향 오류(confirmation bias)’라고 한다. 어떤 가설이나 명제가 주어지면 그것이 맞다는 증거를 찾는 데 몰입해 자신의 기대나 판단과 일치하는 정보에 대해선 무게를 두지만 기존의 신념과 부딪치는 정보는 객관적이고 분명한 것이라 해도 무시하거나 왜곡하게 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디애너 쿤은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쿤은 만화가 그려진 여덟 장의 카드를 여러 벌 만들었다. 어떤 아이가 무엇을 먹고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한 벌의 카드를 아이에게 보여준 뒤 어떤 음식을 먹은 뒤 배탈이 나는지 가리키도록 했다. 대부분 초콜릿 케이크를 배탈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일러스트 강일구
그런데 당근 케이크를 먹은 뒤에도 배탈이 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스토리를 담은 카드들을 제시했을 때도 일부는 초콜릿 카드를 가리켰다. 당근 케이크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담긴 카드는 무시했다. 쿤의 말에 따르면 “자, 여기 내 이론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가 나왔네요. 그러니 내 이론이 옳은 거야”라고 확인하기 위해 카드 속 증거들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런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요인으론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을 피하려 한다는 ‘손실 회피’가 거론된다. 오래 보유했거나 공을 들인 존재에 애착을 갖고 그 존재가 상대적으로 저(低)평가됐다고 보는, 다시 말해 ‘보유 효과’도 판단의 왜곡을 유발하는 이유로 꼽힌다.

아이의 엄마도 그랬다. 자기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일 리 없다고 확증했기에 반대되는 증거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 나아가 그것은 아이와 자신에게 손해되는 일이니 더욱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부모에게 자녀는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감정적 애착이 형성된 존재이니 좋은 쪽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보고 싶은 욕망이 더 컸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눈앞의 현실이 다를 때 불안해지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더욱더 확증편향을 보일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확증편향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자신의 생각이 늘 옳다는 확신이 강해질수록 거기에 머무르지 말고, 반대가 되는 증거들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찾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최근 대통령은 측근들의 일탈적 행위 가능성에 대해 단호하게 “이들이 권력자냐, 말이 되느냐. 일개 비서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혹시 확증편향의 오류는 아닐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jhnha@naver.com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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