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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감독이 앞치마를 두른 이유





[매거진M] 존 파브로 감독의 저예산 요리영화 ‘아메리칸 셰프’

‘아메리칸 셰프’(원제 Chef, 12월 31일 개봉)는 할리우드의 재주꾼 존 파브로(48)가 각본, 주연, 감독에 제작까지 맡은 영화다. 고급 레스토랑의 성공한 주방장이 우여곡절 끝에 소규모 푸드 트럭으로 요리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줄거리는 ‘아이언맨’ 시리즈 등의 블록버스터로 이미 큰 성공을 맛본 존 파브로가 이 작고 소박한 영화로 돌아온 모습과 묘하게 겹친다. 그 결과는 유머와 가족애라는, 존 파브로의 장기를 다시 확인시킨다.



주인공 칼(존 파브로)은 미국 LA의 고급 레스토랑 주방장이다. 새로운 메뉴 개발에 열을 올리는 그에게 사장 리바(더스틴 호프만)는 만들던 메뉴나 계속 만들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유명한 음식 비평가 램지 미첼(올리버 플랫)은 그의 요리가 진부해졌다며 트위터에 혹평을 날린다. 잔뜩 화가 난 칼은 램지에게 트위터로 욕설을 보낸다. 하지만 트위터에 익숙하지 않아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탓에 일파만파로 일이 커져 결국 일자리를 잃는다. 전처 이네즈(소피아 베르가나)는 실직한 그에게 길거리 음식을 파는 푸드 트럭 장사를 권유한다. “난 셰프야. 어떻게 푸드 트럭을 해?” 펄쩍 뛰던 칼은 자신만의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내 마음을 바꾼다. 이후 전개되는 건 칼이 마이애미, 뉴올리언스 등 미국 각지를 옮겨 다니며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만들어 파는 모습이다. 이렇다 할 갈등 대신 존 파브로 특유의 코믹한 대사와 황홀한 요리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에 아들 퍼시(엠제이 안소니)와 함께 요리하며 부자 사이가 돈독해지는 모습이 더해진다.







존 파브로는 명실상부 할리우드의 흥행사다. ‘아이언맨’ 시리즈 1·2편(2008·2010)의 감독 겸 제작자로, ‘어벤져스’(2012, 조스 웨던 감독)와 ‘아이언맨3’(2013, 셰인 블랙 감독)의 제작자로 엄청난 흥행 성공을 경험했다. 이런 그가 ‘아메리칸 셰프’ 같은 작은 영화로 돌아온 것은 얼핏 의아해 보이지만 실은 그의 뿌리로 돌아간 셈이다. 그가 각본을 쓰고 주연을 맡았던 출세작 ‘스윙어즈’(1996, 더그 라이만 감독) 역시 저예산 코미디였다. “칼이 고급 레스토랑을 포기하고 푸드 트럭에 뛰어든 것처럼 나도 이 영화로 내 창의성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다.” 존 파브로의 말이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블록버스터를 만들 땐 큰 책임이 뒤따른다. 반면 ‘아메리칸 셰프’를 만들 때는 어떤 도시를 촬영 장소로 삼아야 세금 감면이나 제작비 환급 혜택을 받을지, 어떤 배우가 인기가 많은지 따질 필요가 없었다. 진짜 내가 원했던, 나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주인공 칼과 존 파브로는 공통점이 여럿이다. 우선 둘 다 이미 성공을 경험한 중년 직업인이다. 또 요리와 영화는 각각 여러 가지 재료를 배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업이라는 점이 닮았다. 게다가 존 파브로는 “이 작품을 통해 감독과 요리사 모두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해 도전한다는 걸 알았다”고 말한다.



극 중 칼이 요리에 관해 말하는 대사에서 ‘요리’를 ‘영화’로 바꿔보면 영화에 대한 존 파브로의 생각을 살필 수 있다. 영화 초반 칼은 레스토랑에서 잘린 후 이렇게 읊조린다. “어디든 상관 없어, 난 그냥 요리가 하고 싶을 뿐이야.” 독립영화부터 블록버스터까지, 감독부터 작가·제작자·배우까지 환경과 역할을 가리지 않고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점은 존 파브로도 마찬가지였을 터다. 칼은 이제 막 요리를 배우는 아들 퍼시가 태운 음식을 손님에게 내려 하자 이렇게 말한다. “난 이 일을 사랑해. 요리로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고 나도 거기서 힘을 얻지. 그래도 이 샌드위치를 손님에게 줘야 할까?” 칼은 반대로 자신의 요리를 혹평한 비평가에게 이렇게 퍼붓기도 한다. “네가 이 개고생을 알아? 내 스태프들 고생을 알아? 아프다고! 그 따위 평을 써놓으면 정말 지랄 맞게 아파!” 이 역시 존 파브로의 심경이 읽히는 대목이다. 그는 직전에 연출한 ‘카우보이 & 에이리언’(2011)으로 평론가들에게 큰 혹평을 받았다. 서부 시대에 외계인이 나타난다는 독특한 설정에 1억6000만 달러의 엄청난 제작비를 들였지만 ‘영화가 가진 좋은 재료로 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텔레그래프)는 평가까지 들었다.



‘아메리칸 셰프’에는 존 파브로의 본래 장기와 새로운 시도가 고루 어우러진다. 우선 장난기 가득하고 리듬감 넘치는 대사의 묘미가 여전하다. 특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카메오로 등장하자마자 주인공 칼을 놀리는 대목은 그의 딱한 처지를 비꼬는 말투와 얄미운 표정이 일품이다. 이런 재치 있는 대사 연출은 20대 초반부터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다 영화계에 입문한 파브로의 특기다. 이후로 그는 영화나 TV 시트콤의 조연급 코미디 배우이자, 자신의 독특한 유머를 직접 시나리오에 녹여내는 작가로 활동 분야를 넓혀왔다. 그의 유머 감각은 ‘아이언맨’ 1·2편의 흥행을 이끈 비결로도 꼽힌다. 가족애라는 주제 역시 그의 영화에서 즐겨 다뤄온 바다. 그가 연출한 ‘엘프’(2003)는 엘프 아들과 일 중독자 아버지의 화해를 그린 판타지 코미디였고, ‘자투라-스페이스 어드벤처’(2006)는 우주를 함께 모험하는 형제를 통해 따뜻한 가족애를 이야기한 SF 판타지였다. ‘아메리칸 셰프’의 초반, 이혼한 칼은 아들 퍼시와 함께 놀이 동산에 가려 하지만 퍼시가 원하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아빠와 대화하며 무언가를 배워가는 것이다. 실직한 파브로는 퍼시를 푸드 트럭에 태워 여행하며 함께 요리한다. 퍼시가 아빠와 함께하는 순간을 매번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는 모습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요리 촬영에 도움을 줬던 요리사 로이 최(맨 오른쪽)와 출연자들.
반면 파브로가 이 영화로 새롭게 도전한 분야는 요리 연출이다. 극 중에는 토스트나 샌드위치처럼 일상적인 음식부터 캐비어, 스테이크 같은 고급 음식까지 다양한 요리가 등장한다. 요리 과정 역시 사실감 넘치면서도 군침 돌게 그려진다. 이를 위해 존 파브로는 실제로 LA에서 푸드 트럭으로 큰 성공을 거둔 요리사 로이 최를 찾았다. 실제로 그의 트럭에서 6주간 일하며 요리 훈련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극 중 요리사를 현실감 있게 묘사하기 위해 앞치마를 매는 방식이나 말투까지 로이 최의 전문적인 조언을 받았다. “파브로가 상황을 근사하게 묘사하려 할 때마다 후줄근하게 바꿔 보다 현실적으로 만들었다. 영화와 현실의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로이 최의 말이다.











글= 김나현 매거진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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