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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영 기자의 오늘 미술관] 일하는 손, 생각하는 손



"노동자는 그 노동을 팔 뿐 자신을 파는 것은 아니다."

김근태(1947∼2011) 의원이 서울대 경제학과 시절 노트에 필기한 구절입니다. 21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의 3주기를 맞아 마련된 추모전 '생각하는 손'에는 이 복원된 서재뿐 아니라 노동을 주제로 한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들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한 영상을 소개합니다.

심은식 작가의 '쌍용차 해고 노동자 자동차를 만들다, H-20000 프로젝트'(2013)입니다. 지난해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모여 코란도 한 대를 재조립했던 프로젝트를 담았습니다. 여기서 H는 Heart입니다. 자동차 한 대는 2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집니다. 2만 시민이 모금에 참여했습니다.

라인별로 쪼개 반복되던 공정에 참여했던 일하는 손들이 머리를 맞대 스스로 차 한 대를 완성했습니다. 공장을 떠난 지 7년이 지났지만 노동자의 손끝은 하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3분 41초로 압축된 이 영상이 보여주는 바는, 우리는 조직의 부속품이 아니라는 겁니다.



프로젝트는 한 해고 노동자가 낸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영상 제작에 참여한 심씨는 "실제 작업에 들어가니 흔한 말로 눈빛이 달라졌다. 지치고 무기력해 보이던 얼굴들이 생생하게 살아났다"고 돌아봤습니다. 우리에게 일이란 무엇일까요. 그는 이어 "어떤 참가자는 손이 굳을까봐 머릿속으로 차를 만드는 시뮬레이션을 일상적으로 반복해서 한다고 털어놓았다. 직장으로 돌아갔는데 손이 굳어서 아무 일도 못한다면 동료들에게 짐이 되고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 되니까"라고 말합니다. 우리에게 직장이란 어떤 곳일까요.

한 인물을 주제로 한 '인물전(人物傳)' 형태의 전시는 대개 그 사람의 유품을 늘어놓는 식으로 밋밋하게 구성됩니다. 이 전시는 다릅니다. 김근태의 '따뜻한 시장경제론'을 주제로 노동에 대한 작품을 만들어 오던 작가들이 40여 점을 출품했습니다. 미싱사, 김치공장 노동자 등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반복적 작업을 하는 이 시대 장인들을 담은 전소정씨의 영상, 가슴에 구멍 뚫린 사람들이 사는 나라의 이야기를 통해 잃어버린 우리의 상처를 온기로 보듬는 임민욱씨의 설치와 퍼포먼스 등이 인상적입니다. 박계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초빙교수, 구정화 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 그리고 고인의 딸 김병민 전 홍익대미술관 큐레이터 등 세 명의 기획자가 머리를 맞댄 이 전시는 인물 추모전의 선례가 될 겁니다.



'땅콩 회항'으로 떠들썩했던 한 주입니다. "노동자는 그 노동을 팔 뿐 자신을 파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 김근태가 노트에 꼭꼭 눌러 적었던 저 구절을 다시 봅니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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