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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성년 맞은 지방자치, 발달장애 벗어나려면

육동일
충남대 교수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
내년 7월 1일이 되면 1995년 부활한 민선지방자치가 만 20년을 맞이한다. 성년이 된 것이다. 그러나 몸집만 성년이지 생각과 행동은 여전히 미숙하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성년으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의 지방자치가 성숙한 어른이 되려면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는 다음의 네 가지 요소가 성공의 조건이다. 자율성, 지방선거, 권한이양, 주민교육이다. 이 네 가지 조건들을 놓고 볼 때 현재의 지방자치는 성공을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먼저 네 가지 조건을 중심으로 지난 20년 지방자치의 공과를 검토해 보자. 첫째, 지방자치는 자율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더 이상 중앙정부의 결정을 단순히 집행하는 하부 행정기관이 아니다.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해 지역문제를 스스로의 역량과 책임하에 풀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독립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주민 직선의 단체장이 필요하고, 그를 견제하기 위한 지방의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립적인 제도가 확보되었다 해도 지방자치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제도가 자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제도를 움직이는 자치권한이 있어야 한다. 즉 지방이 스스로 법규와 조직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행정사무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돈을 스스로 조달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권한·돈·인재·정보들을 여전히 독점하면서 지방에 자치권을 획기적으로 부여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역의 자율적인 역량과 창조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자치제도의 도입은 요원하기만 하다. 지금처럼 국회에 입법권이 독점된 상황에서 다양한 자치제도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지방자치의 자율성은 크게 신장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지방선거의 조건이다. 지방자치는 선거로 시작하고 선거로 끝난다. 그만큼 선거는 지방자치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방자치의 미래와 성패를 좌우한다. 그러나 공정한 선거법과 제도의 미비, 왜곡된 정당공천, 잘못된 선거관행 등은 아직도 지방선거를 본궤도에 올려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것은 지방자치 위기의 근본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역대 지방선거들은 한결같이 지방선거 본래의 의미와 기능이 실종 내지 퇴색된 채 철저하게 정당의 대리전으로 치러진 선거였다. 그 결과 지방자치는 여전히 중앙정치에 예속돼 있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가 주민들로부터 외면받고 그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권력의 이양이다. 주민과 관련된 사안의 의사 결정권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양하는 지방 분권화가 지방자치의 핵심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한 자치단체 내에서도 위에서 아래로의 권한 이양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방민주가 아닌 지방독재에 불과하다. 더 궁극적으로는 관(官)에서 민(民)으로의 권한 이양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분권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다시 말해 관관(官官)끼리만, 그것도 사무이양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주민들의 폭넓은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교육이다. 지방자치는 지역주민들의 자치의식을 기본으로 한다. 지방자치를 실시한다고 해서 주민들의 민주적인 자치의식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간의 지방자치 경험을 통해 주민의 권리 의식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식과 공동체의식은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현 지방자치를 치료하려면 당장 필요한 것이 민주시민 교육이다. 그러나 학교도 정부도 지역사회도 시민교육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아직은 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지난 8일,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에는 지방자치의 중요한 과제들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제시한 지방자치의 성공조건을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최종 의사결정은 지금까지 대통령에게 단순 보고만 했던 다른 위원회들과는 달리 관련 중앙부처와의 협의와 조정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위원회 자체 안들은 상당 부분 삭제 내지 축소되었다. 그만큼 지방분권과 자치에 대한 중앙정부의 저항이 여전히 크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특히 공을 넘겨받은 국회에서 특별·광역시의 자치구·군 의회 폐지, 교육감 직선제도 개선, 기초단체장 및 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 등 선거와 관련된 민감한 과제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지방자치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지방자치와 분권은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입법과정에서 계획안들이 보다 철저히 보완되기를 기대하고 촉구한다. 이제 성인이 된 한국 지방자치는 을미년 새해부터 희망의 새 역사를 써야 한다. 그래야 지방자치가 국민들의 품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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