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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자교도소의 뮤지컬 공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살래요"















“이제 사람들에게 눈물이 아닌 웃음을 주고 살래요.” (수형번호 2△△)

“사람들의 마음까지 치유해주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수형번호 2○○)

“외국인이지만 꼭 한국 경찰이 될 거에요.” (수형번호 1▲▲)



지난 5월 충북 청주여자교도소. 일과를 마친 10~30대 여자 수형자 8명이 각자의 방에서 이런 내용의 편지를 썼다.



개그우먼ㆍ간호사ㆍ제빵사ㆍ경찰ㆍ패션디자이너 등이 되고픈 자신들의 희망을 담아서였다. 행여 동료들이 볼까 봉투에 곧바로 넣었다. 편지는 중앙대 이대영(연극영화) 교수에게 전했다. "수형자들의 실제 희망을 모아 이를 이뤄내는 내용의 뮤지컬을 만들어보겠다"는 이 교수의 말에 따라 일부가 편지를 쓴 것이었다. 이 교수는 편지를 토대로 뮤지컬 각본을 써 내려갔다.



6개월 뒤인 9일 교도소 대강당 안. 수형자와 가족·교도관 등 400여 명 관객이 강당을 메운 가운데 8명의 수형자들의 노랫소리가 흘렀다. “괜찮아~ 잘 될 꺼야~.”, “난 꿈이 있어요~.” 아카펠라로 탈바꿈 한 가요 ‘슈퍼스타’와 ‘거위의 꿈’이었다. 관객들은 박수를 치더니 이내 눈물을 글썽였다.



“감사합니다. 꿈을 이루게 해주셔서.” 무대 스크린에서 주연 배우들의 감사 인사 영상이 나오자 교도관ㆍ연출자ㆍ가족, 다른 수형자들은 끊임없이 그들에게 갈채를 보냈다.



이날 열린 공연의 제목은 아카펠라 뮤지컬 '별빛 달빛'. 출연진은 수감 중인 소년범과 외국인 여성 등이었다. 최모(18)양은 패션디자이너, 김모(16)양은 간호사, 홍모(17)양은 제빵사, 지모(21)씨는 교도관, 정모(21)씨는 개그우먼으로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내용을 연기했다. 외국인 수형자들은 선교사와 경찰,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독백을 한국말로 또박또박 연기했다. 공연을 위해 하루 8시간씩 6개월간 매일 연습했다. 이 교수를 비롯한 충북아카펠라협회 회원들이 연기와 춤·노래를 했다.



처음 연습을 시작할 때만 해도 화음이 이뤄지지 않고 율동은 뻣뻣하기 그지없었다. ‘도레미’ 음높이도 제각각이었고, 몸동작이 맞지 않으면 서로 다투기 일쑤였다. 외국인 수형자들은 ‘꿈’, ‘붓글씨’ 같은 된소리 발음이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교도관 역할을 맡은 지씨는 “몇 개월을 연습해도 되지 않다가 10월말쯤에야 연기가 되고 화음이 맞기 시작했다”며 “멋지게 공연을 끝낸 만큼 앞으로 미래도 멋지게 설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에 살다 지난 2008년 한국에 건너 온 수형자 A씨(31ㆍ여)는 “경찰관인 아버지를 따라 경찰시험까지 합격했지만 무슬림 신도였던 할아버지가 반대해 끝내 이루지 못했다”며 “5년 뒤엔 한국에서 경찰시험에 도전할 수 있다는 말을 교도관으로부터 듣고 더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교도소는 수형자들에게 함께 사는 법을 가르치기 위한 교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뮤지컬 공연을 준비했다. 청주여자교도소 권민석 소장은 “한 번 실수로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수형자들에게 삶의 의지를 심어주고 싶었다”며 “오늘 공연을 멋지게 연기했듯 내일의 삶도 각자의 무대에서 주인공처럼 빛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교도소는 지난 2010년 개봉된 영화 하모니의 실제 모델인 ‘하모니 합창단’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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