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30년 전 아침 열던 빗자루질, 대구에 돌아왔다

지난 5일 대구시 서구 비산동 주민들이 조기 청소를 하고 있다. 이들은 매달 첫째 주 금요일 오전 7시에 자발적으로 모이고 있다. [사진 대구 서구청]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1970년대 주민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매달 한 차례 빗자루를 챙겨 집 앞에 나가야 했다. 한 시간 동안 동네 구석구석을 이웃들과 함께 쓸고 닦기 위해서였다. 깨끗한 동네를 만들기 위해 벌였던 ‘조기 청소’의 모습이 이랬다.

서구, 9월부터 월 1회 조기 청소
1000명 넘는 주민 자발적 참여
쓰레기 불법투기 감시 활동도



 30여 년 전 사라졌던 조기 청소가 대구시 서구에 다시 등장했다. 매달 첫째 주 금요일 오전 7시. 대구시 서구 주민들이 청소 도구를 챙겨들고 지난 9월부터 집 앞 골목에 모이는 시간이다. 주민들은 오전 8시까지 한 시간 동안 골목 구석구석을 함께 다니며 청소를 한다. 하경호(48) 서구청 조기청소 담당은 “지난 9월 첫 조기 청소에 1500여 명의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데 이어 10~12월에도 1100명 이상이 빗자루를 들고 집 앞과 골목을 쓸고 닦았다”고 말했다.



 21만여 명이 거주하는 대구 서구는 그동안 대구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가 가장 많은 곳으로 ‘악명’이 높았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적발된 쓰레기 무단 투기가 761건에 달했다. 거주 인구가 서구보다 2배나 많은 수성구의 262건보다 세 배가량 많은 수치다. 인구가 서구보다 세 배나 많은 달서구의 430건보다도 331건이나 많았다. 서구청 관계자는 “대구에서 노후한 주택이 제일 많은 곳이 서구”라며 “아파트 단지도 거의 없는데다 낡고 지저분한 골목이 많다 보니 주민들도 쓰레기를 그냥 내다 버리곤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구의 단독주택은 4만2000여 가구로 전체 6만여 가구의 70%에 달한다. 공동으로 쓰레기를 모아 처리하는 아파트와 달리 골목을 끼고 있는 주택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동네 곳곳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기 일쑤였다.



 대책을 강구하던 서구청은 지난 4월 관내가 얼마나 지저분한지 실태 파악에 나섰다. 조사 결과 내당1동과 비산4동 등 상습 불결지로 꼽힌 골목만 260곳이 넘었다. 서구청은 일회성 대책 대신 보다 실질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런 고민 끝에 조기 청소라는 아이디어를 내놓게 됐다.



 효과는 예상 외로 컸다. 골목마다 늘 두세 곳 이상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던 비산6동 쌈지공원 일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청결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평리동 주택가도 깨끗이 정비됐다. 평리동 주민 정국섭(55)씨는 “조기 청소에 참여해 보니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며 “동네 주민들도 길을 가다 쓰레기가 보이면 바로 주워 휴지통에 넣을 정도로 의식 자체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700여 명의 서구청 공무원들도 주민들의 자발적 호응에 발맞춰 매달 3·4째주 수요일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골목 대청소에 동참하고 나섰다. 지난 10월엔 주민과 공무원이 함께 참여하는 ‘이면도로 청결봉사대’도 발족했다. 이들은 30명씩 조를 짠 뒤 주택가 골목을 1㎞씩 맡아 쓰레기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달부터는 서구 17개 동 부녀회 등 주민단체 회원 160명이 ‘쓰레기 불법투기 명예 감시원’으로 활동 중이다. 오후 6~10시 골목 곳곳을 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무단 투기를 단속하는 게 임무다. 내년엔 서구청 퇴직 공무원들을 명예 감시위원으로 위촉해 해가 진 뒤 쓰레기 무단 투기를 집중 감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류한국 서구청장은 “길에서 쓰레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싱가포르 수준의 청결함을 갖출 수 있도록 조기 청소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