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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중국서 뵙겠습니다 … 속도 내는 세계 병원들



말레이시아 IHH헬스케어가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인 병원의 로열스위트. 1박 입원료가 426만원이다.
싱가포르 중심가에 자리 잡은 마운트 엘리자베스 노베나병원에 들어서면 호텔에 와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실제로 입원료가 호텔을 뺨친다. 가장 비싼 로열 스위트 가운데 최상급은 1박에 9298싱가포르 달러(약 785만원)다. 엄청난 가격이지만 아시아 각국의 부유층과 기업인, 정치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블루오션 떠오른 신흥국 의료시장 선점 경쟁
고령화, 소득 증가, 대기오염 영향
중국 1인당 의료비 연 23%씩 증가
말레이시아·미국·싱가포르·일본 …
포화 국내시장 떠나 줄줄이 진출



 말이 제대로 통하기나 할까라는 걱정은 접어도 좋다. 영어와 프랑스어는 물론 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부터 베트남·말레이어까지 통역해주는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예약은 어느 나라에서나 자기 집 안방에서 할 수 있다. 이 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국적과 이름, 여권번호·전화번호·생년월일을 기입하고 증상과 함께 진료 희망 시기를 적어내면 된다. 이 단계에서는 영어를 사용하지만 기본 정보만 입력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다. 전화를 걸어서 직접 예약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병원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와 함께 국민소득 증가로 의료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세계 의료시장 규모는 2005년 4조6000억 달러(약 5140조원)에서 연평균 7%씩 성장해 2012년 7조3000억 달러(약 81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이 이렇게 팽창하자 병원들이 국경을 넘어 의료 서비스 수출에 본격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병원은 주로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해왔고 기껏해야 외국인 환자를 자국으로 불러들여 치료를 했다.





 현재 선진국 의료 공급 능력은 포화 상태다. 반면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신흥국에서는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자 각국의 병원들이 해외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말레이시아에 거점을 둔 병원그룹 IHH헬스케어다. 이 병원은 싱가포르 마운트 엘리자베스 노베나를 비롯해 아시아 주요지역으로 영업망을 확장하고 있다. IHH헬스케어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인 미국 HCA에 이어 세계 둘째 규모를 자랑한다. 화교·말레이계·인도계가 뒤섞인 다민족 국가여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 아시아 최대 병원그룹으로 떠올랐다.



 이 병원이 집중적으로 진출해 온 곳은 지리적·문화적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중국과 인도다. 최근에는 중동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이미 영업을 시작했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앞으로 이들 3개 지역에서 병원 19개를 신설하거나 증설해 현재 6000여 병상을 1만 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해외 네트워크를 빨리 키울수록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더구나 해외 영업망을 키울수록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져 비용은 줄고 수익은 늘릴 수 있다.



 그 중에서도 13억5000만 명의 인구를 발판으로 의료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는 중국이 핵심 공략대상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앞으로 10년 후에는 병원 매출의 절반을 중국에서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대는 중국의 급증하는 의료비를 겨냥하고 있다. 중국의 일인당 의료비 지출액은 현재 세계 93위에 불과하지만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안근배 무역협회 정책협력실장은 “중국은 2007년 일인당 의료비로 113달러를 지출했는데 2012년에는 321달러를 지출하면서 연평균 23.2%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각국이 중국 의료산업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중국의 의료수요 급증은 인구구조 변화가 배경이다. 2012년 중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은 8.67%에 달한다. 이미 고령화사회 기준인 7%를 넘겨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소득 증가, 노동자의 활발한 이동에 따른 전염병 유행, 심각한 환경 문제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급·웰빙형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성인병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당뇨병 환자 수가 9840만 명에 달했는데 2035년에는 1억4000만 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의료수요가 급증하자 중국은 적극적으로 병원을 해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중국 정부는 의료수요가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한 1989년 해외에 나가 있는 화교 병원의 중국 국내 설립을 허용하면서 의료시장을 개방해왔다. 2000년에는 외국자본의 의료법인 설립이 제한적으로 허용됐고, 2012년에는 남아있던 빗장도 모두 풀렸다. 이에 따라 스촨(四川)성이 외국 투자자의 지분을 90%까지 허용했으며 상하이(上海)·베이징(北京)·하이난(海南)을 포함한 7개 지역은 올해부터 외국 투자자 민영병원 설립을 전격 허용했다.



 이에 세계 주요국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IHH헬스케어가 가장 앞서 있는 가운데 미국·대만·싱가포르·홍콩의 병원들이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섰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의료기기 판매 회사인 친덱스(Chindex)는 97년부터 중국에 합작으로 진출했다. 그러다 의료규제가 본격적으로 풀리자 중국 의학과학원과 합작으로 허무지아(和睦家)병원을 설립했다. 현재 베이징 10곳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 17곳의 클리닉과 한 곳의 대형 병원을 운영 중이다. 이 병원은 평균 진료시간 20분 이상, 초진 1시간 이상의 정밀검사로 중국 부유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만큼 가격은 비싸다. 초진비가 미화 200달러 정도다. 대만에서는 22개 병원이 중국에 나가 있다. 이 가운데 대만 최대 그룹인 포모사가 운영하는 창껑(長庚)병원은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 2000병상, 베이징에 1000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언어와 문화를 무기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숟가락을 올린 나라가 일본이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지난해 8월 자신이 직접 본부장을 맡아 ‘건강·의료전략추진본부’를 설치했다. 본부 산하 8개 추진 기구 중 하나로 ‘의료국제화추진팀’을 만들어 중국·러시아·미얀마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김동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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