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김식 기자의 야구노트] 최희섭도 알아서 뛴다, KIA 바꾼 '형님' 김기태

김기태(왼쪽) KIA 감독은 ‘형님’으로 통한다. 강한 카리스마 뒤에는 격의없고 열린 마음이 있다. 김 감독은 LG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의 방법으로 KIA 선수들의 마음을 돌리고 있다. [사진 KIA]


“내가 지옥훈련을 시켰나? 난 충분히 쉬게 해 줬는데….” 김기태(45·사진) KIA 감독이 웃었다. 지난달 일본 미야자키 가을 캠프의 성과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지옥훈련’하면 김성근(72) 한화 감독이 떠오르지만 KIA의 훈련량도 상당했다. 차이가 있다면 ‘김성근 캠프’는 선수 전원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고, ‘김기태 캠프’는 비주전급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 강도를 높인 것이다.

선수들과 소통 중시하는 리더십
성적 부진 땐 미련 없이 옷 벗어
LG 떠난 건 포기 아닌 용기



 김 감독은 독특한 스타일로 KIA를 바꿔가고 있었다. 선수들을 편하게 해 주면서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지난 2년간 거의 뛰지 않았던 최희섭(35)이 미야자키 캠프에 참가한 것만 해도 큰 변화다.



 KIA는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늪에 빠진 듯 가라앉고 있다. 성적이 나빠지자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가 벌어졌다. 구성원 대부분은 패배의식에 젖어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다가가 격려하고, 농담을 던지고, 조언을 해 준다. 그는 “팀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도 선수들과 소통할 자신은 있다”고 말했다. 3년 전 LG에서 그랬던 것처럼 김 감독은 ‘형님 스타일’로 KIA 선수들 마음부터 조금씩 돌려놓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의 최대 미스터리는 지난 4월 23일 김기태 감독이 사임한 것이다. LG 구단은 김 감독이 떠난 뒤에도 20일이나 그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LG는 양상문(53) 감독을 임명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LG를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리더다. 그가 사퇴할 당시 LG는 최하위였지만 17경기만을 치렀을 뿐이었다. 김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겠다”며 미련없이 돌아섰다. LG 구단과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야구계 인사들은 “지나치게 빨리 포기한 게 아니냐”고 했다. 심지어 “다른 구단이 감독으로 모셔가겠다고 약속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지난 주 만난 김 감독은 “적어도 오해는 풀었다”며 웃었다. 그가 말한 오해란 다른 구단과의 밀약설이다. 감독 인선이 모두 끝났을 때 그의 이름은 없었다. 지난 10월 말 선동열(51) 전 KIA 감독이 재계약 엿새 만에 사퇴했고, 김 감독이 선임됐으니 그가 빈손으로 LG를 나온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올 겨울 5개 구단이 감독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김 감독 이름은 계속 거론됐다. A기업은 “시즌 중 팀을 떠난 건 무책임하다”고 반응했다. B기업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다. 선수들을 위할 줄 안다”고 평가했다. 누구는 그가 팀을 포기한 것으로 생각했고, 다른 누구는 그가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를 가졌다고 봤다. 김 감독에게 “LG를 나온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전혀 아니다. LG가 더 잘 됐지 않은가”라고 답했다. LG는 양 감독 부임 후 상승세를 타더니 정규시즌을 4위로 마쳤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패했을 때 그는 사퇴를 고민했다고 한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는데 패한 건 자기 탓이라는 거다. 4월 중순 LG가 연패에 빠지자 선수들이 단체 삭발을 했다. 앞서 LG 선수들은 “올해 계약이 끝나는 감독님의 재계약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자 삭발까지 한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감독을 위해 뛰어서야 되겠는가. 그런 부담을 갖고 있으면 야구가 안 된다. 내가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걸 포기라고 한다면 김 감독은 포기를 잘 하는 편이다. 만 35세였던 2004년 SK에서 타율 0.320(6위), 홈런 10개를 기록했던 그는 구단의 2년 계약안을 뿌리치고 1년만 계약했다. 이듬해 주전에서 밀려나자 미련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누가 봐도 이른 은퇴였다.



 지도자가 돼서도 비슷했다. 2012년 9월 12일 SK전 0-3이던 9회 신인투수를 대타로 냈다. 이만수(56) SK 감독의 경기방식(잦은 투수교체 등)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는데, 이는 경기포기 논란을 불렀다. 그러나 LG 선수들은 “우리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상대가 그랬겠는가”라며 독기를 품었다.



 김 감독은 “KIA에서도 마찬가지다. 안 되는 걸 붙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 식대로 해보고 안 되면 뭐든 내려놓을 거라는 뜻이다. 그게 김 감독이 말하는 용기다.



김식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