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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금융가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금융회사 임원 다섯 중 하나는 정치권과 연줄이 있는 ‘정피아’ 출신으로 파악됐다. 관치(官治)가 떠난 자리에 정치(政治)가 판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지분을 보유한 금융사 36곳의 대표·감사·이사 등 임원 279명 가운데 50명(17.9%)이 정피아로 분류됐다.


 박근혜 정부 초기엔 정치권에서 일했거나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문역으로 활약한 인물이 금융사 요직에 차례로 임명됐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대표적이다. 홍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4월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임명될 때 정책금융 경험이 없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노조로부터 받기도 했다. 홍 회장은 박 대통령과 출신 대학(서강대)도 같다.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강금융인회(서금회)’ 회원이라는 의혹에 스스로 “서금회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임명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박 대통령 후보시절 대선 캠프에서 자문교수로 일한 경력이 있다. 그해 말 임명된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박 대통령 후보 대선 캠프에서 특별직능단장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대선 당시 야당의 문재인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도를 넘는 비방을 한 것이 문제돼 지난 4월 국회 기재위 여야 의원들이 공동으로 사퇴를 촉구하는 합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 들어선 정치권 주요 인사와 출신 학교 등으로 연결된 인사가 금융계에서 약진했다. 올해 3월 취임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서금회 핵심 인사로 알려져있다. 서금회 소속인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선출 절차를 시작하기도 전에 내정설이 돌면서 ‘낙하산’ ‘정피아’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금융회사 감사·이사 자리에도 정피아 출신 인사가 포진해 있다.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같은 금융 공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이 지분을 갖고 있는 KDB대우증권,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에도 정피아 인사가 감사나 이사로 속속 임명됐다. 이 가운데 정수경 우리은행 감사, 정송학 자산관리공사(캠코) 감사 등은 금융 경력이 아예 없다.

 이 때문에 KB금융지주 사태를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배제된 자리를 정피아가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피아로 비판 받았던 주택금융공사 최희철·이순홍 이사가 최근 사퇴했지만 일부 사례에 그치고 있다. 정치권 주요 인사와 학연, 지연으로 얽힌 인사가 금융계 요직을 차지하는 일은 최근 서금회 논란처럼 오히려 늘고 있다.

 박경서 고려대(경영학) 교수는 8일 글로벌금융학회가 주최한 포럼에서 “지배주주가 없는 금융회사의 경우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임원 선임에 있어 외부 세력에 의한 경영 개입이 심해질 여지가 있다. 임원 선임권이 약해지면서 최고경영자의 조직 장악력도 훼손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의 일정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가 주주권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주주협의회 제도 도입, 이사회 평가와 공시 강화, 주주총회 내실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현숙 기자

◆정피아(政fia)=정치(政治)의 ‘정’자와 마피아(Mafia)의 ‘피아’를 합쳐 만든 말. 정치 권력을 배경으로 민·관 주요 자리를 차지한 부류를 통칭한다. 과거엔 정치인 출신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정치권 주요 인물과 학연, 지연으로 연관이 있는 인사도 속속 정피아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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