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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안의 도서관 … 30만권 갖췄습니다

배기식 리디북스 대표가 태블릿PC로 리디북스의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키고 있다. 국내 전자책 시장 1위 기업인 리디북스는 최근 4개 밴처캐피털로부터 8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김경빈 기자]

대기업들이 최근 2~3년새 전자책 시장에 속속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신세계그룹의 IT서비스 회사인 ‘신세계I&C’, SK 계열의 온라인상거래회사 ‘11번가’, ‘KT미디어허브’ 등 여러 대기업 계열사들이 디지털 콘텐트를 강화한다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모두 이렇다 할 성과 한번 못 내보고 올해 중 전자책 사업에서 손을 털었다.

 대기업들이 줄줄이 큰 코 다치고 나간 전자책 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부동의 1위를 달리는 기업이 있다. 배기식(35) 대표가 30세에 창업한 벤처기업 ‘리디북스’다. 현재 18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리디북스는 국내 최대 규모인 30만권의 전자책을 제공한다. 교보문고와 예스24와 같은 기존 서점업계 강자 기업은 물론 네이버까지도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사용자 수나 콘텐트 양에서 리디북스가 월등히 앞선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리디북스 사무실에서 만난 배 대표는 “작은 벤처회사가 대기업이나 기존 서점업체를 앞지를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소프트웨어가 답”이라고 답했다. 소비자들은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더라도 마치 진짜 책을 읽듯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서비스를 원한다.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 소프트웨어 개발에 철저하게 ‘올인’했다는 것이 배 대표의 설명이다.

 서점은 매장 관리가, 인터넷서점은 빠른 배송을 위한 물류 시스템이 사업의 본질이지만 전자책 사업의 본질이자 핵심은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배 대표의 생각이다. “단순히 ‘콘텐트 유통’이라고만 생각한 회사는 나가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리디북스는 전자책 업계 최초로 독자 성향에 따라 책을 추천하는 ‘개인형 맞춤 서비스’, 문자·이메일로 책을 선물하는 기능 등을 제공하고, 밑줄을 그어 따로 저장하는 ‘메모기능’과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는 ‘TTS(Text to Speech)기능’을 추가하는 등 소프트웨어 품질을 개선하며 전자책 업계를 선도해왔다. 전자책은 본문이 사라지거나 소프트웨어가 작동을 멈추는 등 자잘한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배 대표는 “리디북스는 오류 발생이 비교적 적고, 버그 등의 문제점을 빨리 개선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99학번인 배 대표는 2000년대 초반, 학과 선배들이 정보통신기술(IT)이 만든 변혁의 흐름을 타고 벤처 기업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2006년 삼성전자 벤처투자팀에 입사한 후에는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애플의 아이폰이 촉발한 혁신의 현장을 목격했다. 국내에 스마트폰이 도입되면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하게 새로운 시장과 사업의 기회가 생겨날 것이라고 봤다.

 2008년 회사를 나와 2009년 초부터 준비한 것이 전자책 사업이다. 먼저 서비스를 만들 우수한 개발자를 찾고, 자신이 모아둔 돈은 물론 주변 지인들의 투자금과 대출금까지 끌어 최대한의 자금을 확보했다. 출판사 관계자들을 만나 콘텐트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서른살짜리가 사장이라고 하면 신뢰를 얻지 못할 것 같아서 ‘실장’ 명함을 파서 가지고 다녔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순간 책을 보는 사람은 급격히 줄어든다” “전자책 시장마저 기존 서점업체에 내준다면 업계 기득권을 모두 뺏기게 된다”는 논리로 출판사 사장들을 설득했다.

 2009년 11월 리디북스는 서비스를 처음 출시했다. 아이폰의 국내 출시일과 2주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니 타이밍은 완벽했다. 그러나 그 뒤로는 길고 지루한 ‘치킨게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비스 첫 출시 당시 대여섯개 기업에 불과했던 전자책 시장에 아이패드가 출시된 2011년 즈음 너도나도 뛰어들기 시작해 30개가 넘는 기업이 난립하는 상황까지 갔다.

 배 대표는 흔들림 없이 소프트웨어 개발과 서비스 개선에만 계속 집중했다. 대기업 못지 않은 대우를 보장하며 우수한 개발자들을 모셔왔다. 현재 리디북스에 근무하는 60여명 인력 중 40%가 개발자다. 배 대표는 “전세계의 전자책 업체 중에서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한 회사는 미국의 ‘아마존’, 일본의 전자상거래회사 라쿠텐 자회사인 ‘코보’, 그리고 리디북스 밖에 없다”고 자신한다. 대부분의 업체가 외주 개발사에서 전자책 솔루션을 사서 사용하다 보니 직접 개발한 리디북스와 서비스 품질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배 대표의 사업 목표는 단 하나,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책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보다 3배는 잘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매일 아침 전 직원이 모여 고객들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불만과 의견을 검토한다. 출판사도 리디북스의 고객이다. 출판사가 전자책 등록을 요청하면 만 하루 안에 서비스를 개시해 줄 정도로 빠른 처리를 자랑한다. 등록에서 내용 검수까지 모든 과정이 프로그램으로 웹 상에서 자동화되어 있어서 가능하다.

 올해 여름, 처음 TV광고를 내보내기 전까지는 거창한 마케팅을 한 적도 없다. 다른 전자책을 써보고 불편함을 느낀 독자들이 하나 둘 리디북스로 몰려왔다. 그 사이 업계에서 벌어진 치킨게임이 끝나 주요 업체 5곳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2011년 월평균 1억원도 채 안되던 리디북스 매출은 3년만에 20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자책 시장 자체는 매년 20~30% 성장에 그쳤지만 리디북스 매출은 매년 2~3배씩 늘었다. 올 상반기에는 국내 1~20위 출판사가 전자책에서 올린 매출 중 리디북스 비중이 모든 회사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매출은 올해 2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아직 국내 전자책 시장은 전체 출판시장의 3~4% 선으로 비중이 미미하다. 30%를 육박하는 미국과 비교된다. 배 대표는 “저가형 태블릿PC가 보급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한다. 독자 입장에서는 콘텐트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리디북스는 올해 여름 상금 7000만원을 걸고 ‘로맨스 소설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전자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투자를 시작했다. 이번달 초에는 네오플러스·미래에셋벤처투자 등 4개 벤처캐피털에서 8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해 사업 확장의 실탄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배 대표는 “리디북스 ‘제2의 도약기’가 시작됐다”며 “장차 국내 시장을 넘어 아마존과도 경쟁할 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박미소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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