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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인플루엔자

인플루엔자 - 김혜순(1955~ )


새라고 발음하면

내 몸에서 바람만 남고

물도 불도 흙도 다 사라지는 듯

그 이름 새는 새라는 이름의 질병인가

새는 종유석 같은 내 뼈에서 바람 소리가 나게 한다

날지 못하는 새들은 다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죽일 새도 없으니 산 채로 자루에 넣어

구덩이에 파묻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나 시집와서 며칠 후 도마 위에 병아리를 올리고

그 털 벗은 것에 칼을 들어 내리치려 할 때

갓 낳은 아기의 다리를 잡고 있던 기분

그 털 벗은 것이 바들바들 떠는 것 같아

강보에 싸서 안아주고 싶었다

제 가슴을 베개 삼아 머릴 드리우고 잠들던 그것

정말 우리는 끝 가까이 다 온 걸까?

악몽의 막이 찢기고 그 속에서 죽음이 탄생하고 있다

(…)

가장 여린 감성을 구사하는 방식으로 가장 참혹한 현실을 고발한다. ‘명령’이 그리 아플 수 없고 고발이 스스로 가여워질밖에 없다. 인간은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만 다른 생명보다 더 진화했다. 그 연민도 스스로 여리디 여려지는 쪽을 택한다. 희생되는 짐승들보다 인간이 차라리 말짱한 채로 더 가여워질 때까지. 모더니즘이 시사(時事)를 제대로 만나 이룬 기적 가운데 하나. <김정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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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