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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서 가장 위대한 ‘생명 선물’ 100명을 살린다



지난달 19일, 강원준(59·가명·경남 진주)씨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남긴 인체 조직은 생전의 기증 약속대로 새 조직이 절실한 환자 100명에게 전달된다. 한 해가 저문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와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은 세모를 맞아 우리의 이웃을 돌아보는 ‘생명 순환의 씨앗’ 인체 조직 기증 캠페인을 벌인다.

지난해 김민호(1·가명)군은 엄마가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주전자를 만지다 펄펄 끓는 물에 오른쪽 팔 전체를 데었다. 민호는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을 통해 피부이식재를 지원받아 화상 부위를 치료받았다.

 한국에서 사는 페루 소녀 하이디(13). 그녀는 지난해 어깨 뼈에 암이 생기는 골육종 진단을 받았다. 팔을 잘라내야 하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다행히 인체 조직 기증자로부터 어깨 뼈를 지원받아 오른팔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었다.

 인체 조직은 기증자 한 명당 최대 100명을 살릴 수 있다. 화상 환자는 피부를, 다리 저는 환자는 뼈·연골·인대를, 간암 환자는 장기이식을 위한 혈관을, 시각장애인은 양막을, 심장질환자는 심장판막을 이식받아 새 삶을 살 수 있다. 기증자가 사망한 후 15시간 이내에 피부·뼈·연골·인대·건·혈관·심장판막 등을 구득한다. 인체 조직은 길게는 5년까지 이식재로 사용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체 조직·장기 등 인체 유래물은 가급적 자국 내에서 자급자족하는 것을 권고한다. 국내 인체 조직 기증량이 많아야 하는 이유다.

인체 조직 최장 5년 이식재로 사용 가능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인체 조직 기증 상황은 열악하다. 최근 3년간 국내 인체 조직 수요량은 매년 7%씩 늘어 2012년에는 조직이식재 30만 건이 유통됐다. 하지만 국내 기증자는 248명에 불과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 100만 명당 인체 조직 기증자는 4.7명으로, 미국 133명, 스페인 59명, 프랑스 30명인 것에 크게 처진다(식품의약품안전처·2011년 발표). 필요한 이식재의 78.6%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수백억원을 쏟아붓는다. 이는 의료수가를 높이고, 인체 조직 이식이 필요한 환자의 수술 시기를 늦춘다. 실제 지난해 4월, 미국 보스턴마라톤 대회에서 테러사건이 발생한 후 미국에서 피부이식재의 해외 반출량을 줄이면서 국내 피부이식 재고량이 바닥났다. 이 때문에 피부이식을 받아야 하는 화상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에 신음해야 했다.

유명철 한국인체조직기증원(KFTD)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유교 사상이 강해 부모의 시신을 훼손하면 불효라고 느끼는 유가족이 많다”고 말했다. 시신에서 인체 조직을 구득하면 수술할 때와 같은 상흔은 일부 남는다. 하지만 시신을 최대한 원상태로 복구한다. 그는 “인체 조직이 절실한 환자의 몸과 마음에 자신을 영원히 남긴다는 마음으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체조직기증원, 국가가 직접 관리

인체 조직은 국내 유일의 공적 구득기관인 한국인체조직기증원(서울 중구 동호로 소재)에서 관리한다. 이 기증원은 국내 인체 조직 기증 활성화를 위해 2010년 보건복지부 위탁경영 기관으로 선정됐다(보건복지부 허가 제100호). 기증원은 서울성모병원, 분당차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빛고을전남대병원 등 전국 4개 병원에서 조직은행을 운영하며 인체 조직 구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증원 설립 후 인체 조직 기증 희망 서약자 수는 2010년 1600명에서 2013년 1만1000명으로 약 7배나 늘었다. 이식재 자급률도 13%에 그쳤던 것이 23%까지 증가했다. 유 이사장은 “헌혈-장기기증-조혈모세포 기증에서 인체 조직 기증으로 이어지는 생명 나눔 체계가 확립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체 조직 기증 서약은 만 14~80세면 누구나 가능하다. 기증 희망자가 사망하고, 유가족·의료진이 인체 조직을 기증하겠다고 기증원에 전화(1544-5725)로 접수시키면 된다. 접수 직후 기증원에서 전문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상담부터 기증까지 8시간 이내에 모든 절차를 진행한다. 기증 완료 후 유가족에게 시신을 안전하게 인도한다. 내년 1월 29일 처음으로 인체조직법(인체 조직 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유 이사장은 “인체조직법이 시행되면 국가가 체계적으로 인체 조직을 관리해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더 효율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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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