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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대통령이 불편해야 나라가 편안"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지난 주말 청와대 민정수석실 전·현직들을 취재했다. 모두들 “연풍문을 나서면서 다 잊어먹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간간이 흘려놓은 부스러기들을 모아 모자이크를 만들어 본다.

 - 진짜 청와대 ‘동향보고서’인가.

 “보고서 양식은 청와대 진품이 맞다. 문제는 내용이다. 민정수석실 내부에만 회람하는 참고용 첩보 같다. ‘~라고 함’이나 ‘~라는 설(說)’ 같은 낮은 수준의 약식 보고서다. VIP에게 올라가는 보고서는 작성 원칙이 따로 있다. 다만 ‘비서실장 사퇴설’ 관련 정보라 민정수석이 비서실장에게 귀띔한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 VIP용 보고서 작성 원칙은?

 “첫째가 팩트다. 확인되지 않는 사실은 쓰지 않는다. 둘째, 실명과 기명(記名) 원칙이다. 누구에게 들었는지 반드시 실명을 붙인다. 마지막이 크로스체크다. 싱글 소스에 기초한 VIP용 보고서는 본 적이 없다. 동일 사안에 2~3명 이상의 실명 멘트를 다는 게 예의다. 편향된 정보는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는다.”

 - 정윤회가 진짜 실세라 보는가.

 “과대포장된 느낌이다. 오히려 정반대가 진실일 듯싶다. 조응천에게 보낸 ‘정윤회입니다. 통화 좀 하고 싶습니다’라는 휴대전화 문자부터 웃긴다. 아무리 센 공직기강비서관도 49명의 비서관 중 한 명일 뿐이다. 실세였던 권노갑·이상득만 봐라. 일개 비서관에게 그런 문자를 보낸 역사가 없다. 진짜 2인자라면 비서실장 등 훨씬 높은 곳을 통해 소리 없이 해결했을 것이다.”

 - 비선의 인사 전횡이 터져 나오는데.

 “청와대 내부 인사는 비서실장과 총무비서관이 합의하면 그걸로 끝이다. 청와대 파견 경찰 인사에 대통령 일정담당인 제2부속비서관 이름이 나오는 게 어색하다. 채동욱 뒷조사에 왜 총무비서관실에서 전화를 거는가. MB시절 민간인 사찰도 민정수석실이 맡아야 할 사안에 노동비서관이 설쳐 사달이 났다. 항상 정치권에서 넘어온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의 오버로 청와대가 오해를 산다.”

 - 이번 사태가 왜 일어났을까.

 “캐릭터도 문제다. 이번 사태의 주인공 중 일부는 예전에도 사석에서 ‘곧 민정수석실에 간다’는 등 허세를 부려 MB 청와대에서 스크린했던 인물이다. 인격적 결함과 직업윤리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왜 박근혜 청와대가 그런 인사들을 뽑아 썼는지부터 의문이다.”

 -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 보는가.

 “미혼의 여성 대통령은 특별한 존재다. 노무현·MB는 영부인의 잔소리(?)를 피해 관저에서 일찍 집무실로 출근했다. 박 대통령은 관저가 훨씬 편할지 모른다. 머리 손질과 치장에도 공을 들일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연풍문 출입은 비서실에서 눈치채지만 관저 출입구인 인수문으로 드나드는 인사는 극소수의 부속실과 경호실 요원밖에 모른다. 박 대통령이 금단의 관저에 너무 오래 머물면 비선 의혹이 생긴다.”

 - 청와대가 무엇부터 바꿔야 하나.

 “위민1관의 비서실장 방 위에 큰 회의실이 하나 비어 있다. 지하 벙커와도 아주 가깝다. 박 대통령의 집무실을 그곳으로 옮기면 ‘세월호 7시간’이나 ‘문고리·비선’ 의혹은 상당 부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본관에선 어전회의와 공식 외빈 접대만 하고…. 미국 백악관과 이스라엘 총리실이 그런 구조다. 대통령이 좀 불편하더라도 나라가 편안해지는 지름길이다.”

 어제 박 대통령이 “찌라시 같은 얘기들로 나라가 흔들리는 건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 했다. 보고서가 찌라시 수준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국민들의 눈에 이번 사태가 어떻게 비칠지도 헤아렸으면 한다. 등장인물인 정윤회·부속실 3인방·조응천·박관천·유진룡 가운데 국민들의 손으로 뽑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부 박 대통령이 고른 인물들이다. 그런 인사들의 배신과 폭로로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린다. 막장드라마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심정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과연 누가 부끄러워해야 할지 궁금하다.

이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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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