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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이 된 지방자치, 이제 행정구역 넘어선 '행복생활권' 만들자

12월3일부터 6일까지 광주에서 개최된 지역희망박람회 준비와 지역발전 정책을 주제로 좌담회에 참석한 이원종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 차미숙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김준한 대구경북연구원장,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왼쪽부터). [사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차미숙 박사(사회)=지난 2002년부터 12년간 중앙일보 기사를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토나 지역관련 이슈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았다. 이전에는 개발·건설·수도권 등의 키워드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국민·안전·행복·주택·대중교통 등 생활 인프라나 ‘사람’이 전체 이슈로 부각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은 모두 지역행복생활권 정책과 연관이 있다. 지역에서는 행복 생활권 정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실무자들로부터 연대협력이나 생활권이란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 지역정책 실무자와 연대협력 실무자 19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지역 연계 협력 사업 중요도가 86%나 나와서 연계협력에 대한 필요성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판단된다.

지방자치 20년, 지역 스스로 정책 추진을

-이원종 위원장=박근혜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의 최종 목표점은 국민의 행복이고 지역의 희망이다. 지역발전정책이 시작된 지 500일, 그 목표점을 향해 달려왔는데 이제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고 본다. 그동안 기반을 탄탄하게 확립했다. 1년 전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을 통해 지역발전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을 확립했고 5년간 박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을 담은 계획이 수립되어 국무회의 의결만 남겨놓고 있다.

또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지역발전정책인 ‘호프(HOPE)프로젝트’가 지난 7월 확립됐다. HOPE는 주민들이 실생활에서 행복과 희망을 체감하는 H(Happiness), 좋은 일자리와 사회·문화적 기회를 고르게 보장하는 O(Opportunity), 주민·지자체·중앙부처가 자율적 참여와 협업을 통한 동반자관계를 형성하는 P(Partnership), 전국 어디에 살든지 기본적인 삶의 질을 충족시킨다는 의미의 E(Everywhere)를 담고 있다.

두 번째, 과거에는 중앙집권적이었지만 이제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성년의 나이인 20년이 되면서 지역의사를 지역 스스로 결정하고 정책을 만들게 됐다. 지역으로부터 2100개 희망사업을 신청 받아 심사, 1475개의 지역정책을 선택한 뒤 예산에 반영해 국회에서 확정됐다.

세 번째는 구체적인 사업이 진행된 것이 있다. 키워드가 달라진 것이 삶의 질로 옮겨갔다. 지난 500일간 해왔던 일은 두 마리 토끼를 좇은 것이다. 하나는 도 단위의 특성을 살려서 지역의 경쟁력과 비전을 키워주는 특화 프로젝트를 했고, 하나는 주민 개개인의 삶에 한발 다가가 섬세하게 돌봐주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상수도·가스·쓰레기 문제 등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시행해 왔다. 또 한 가지 잊지말아야 할 것은 과거 정부로부터 해오던 것을 계속 이어주는 것이다. 참여정부 때의 정책 과제였던 혁신도시 건설이나 세종시 계획 등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또 MB 정부 때의 선도사업 프로젝트도 차질없이 이어가고 있다.

-김준한 원장=과거에는 광역권 단위를 중심으로 추진됐는데 지금은 지역생활권인 기초 자치단체 인접 지역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용도 산업중심에서 주민 생활 밀착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로 간 필요한 사항들, 예를 들어 상수도·쓰레기처리장 문제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생활단위이다. 문화예술회관 등 건립에 있어서도 두 세 개 지역 모두 교통이 편리한 곳을 정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큰 규모의 사업은 사실 주민들 피부에 많이 와 닿지 않는다. 주민 생활과 주변 시설의 안전 등 프로젝트가 주종을 이루기 때문에 주민의 관심이 많아졌다. 경북지역에는 현재 도시학교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2주전 2달간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대구시에서 8개 팀이 주말에 10명씩 참가해 마을에서 시급한 문제를 논의했다. 중앙부처가 예산을 배분하던 시대에서 이제 지역주민이 정책을 선정해 추진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고 같은 예산으로도 주민이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다. 안전마을로 지정되면 신호등·CCTV 등 장비를 지원받게 되는데 마을간 경쟁이 치열하다. 주민 스스로 자신의 마을을 발전시켜야겠다는 열의를 느낄 수 있다.

-정재훈 원장=그동안 중앙정부의 모습만 많이 보였는데 이제는 농촌지역과 지식 서비스·의료·문화 등이 어우러져 지역사회를 윤택하게 만든다. 영주 특산물 사과도 유비쿼터스 공법으로 농사를 쉽게 짓고, 전남 외딴 섬 지역에 사는 주민도 화상시스템으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생활 속에서 기술이 연결되어 국민이 행복을 느끼고 희망을 느끼도록 퍼져나가게 하는 것이 행복 생활권이다.

-김=사실 국가도 지방도 가까운 이웃과 사이가 가장 나쁘다. 이제는 인접지역 간 협력이 이뤄진다는 것은 대단히 큰 변화다. 이웃 간의 경쟁에서 벗어나 공동시설로 서로 간 협력하는 여건이 조성됐다. 경주·포항의 형산강 100리 프로젝트, 영덕 쓰레기 처리장, 문경·상주 사회기반시설 공동 활용 등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 효율성을 극대화시킨 사례다.

이제는 광역 행정구역을 넘어 지자체간 협력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소백산 권역의 강원 영월, 충북 단양, 경북 영주가 에코힐링벨트사업을 벌이고 있고 전북 무주, 경북 김천, 충북 영동이 호두 공동 브랜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대구의 경우 11월 25일 한뿌리 상생프로젝트가 발족해 다양한 연계협력 사업을 강구하고 있다. 광주·전남 상생발전위원회도 출범해 지역발전을 위한 공동노력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4층에서 지역발전정책 500일을 평가하고 향후 추진될 지역발전사업을 점검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로테크·중간테크 … 지역 특성 살리기 확산

-차=지자체 실무자는 그동안 지역 내에서만 정책을 추진하다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어 힘들겠지만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 차체가 성과라 볼 수 있는데 산업 쪽 사례를 본다면?

-정=산업 부문에서는 묶어주는 역할을 중앙정부가 했는데 그 사이 틈이 있게 마련이었다. 현재는 자발적으로 불씨를 살리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 산업이다. 스스로가 발의한 정책을 협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의 법칙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지역산업도 처음에는 다들 바이오나 하이테크 같은 비슷한 사업들을 앞세우고 나왔다. 주민들이 느끼는 것은 간접효과에 불과했다. ‘로테크·중간테크’가 주민들과 직접 연결이 된다. 고추장·머드팩·치즈 등 산업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자기형 만년필은 영국 헤롯백화점에서 팔릴 정도로 고급품으로 전통산업도 하이테크로 로 묶어 그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지역산업에서 행복생활권의 스펙트럼이 완성되면서 넓게 스며들고 있다.

-차=자랑할 만한 지역행복생활권 관련 사례가 또 있다면 ….

-이=최근 다녀온 곳 중 작은 프로젝트가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례가 두 군데 있다. 지자체 경계가 국경보다 높다는 말이 있었는데 진안·장수의 경우 상수도가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 양쪽 지역을 교차해 설치하니까 주민들이 행복해 한다. 김해·양산 사례는 인접 자치단체 간 쓰레기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한 사례다. 양산에 쓰레기를 매립하는 데 김해에서 나는 토양을 배합해 가연성 가스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가스 생산 이익을 주민에게 돌려주기 때문에 양쪽 지역 주민의 혜택이 높아져 이웃지역간 갈등이 상생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정책이 현장에 적용되어 주민들이 행복해지면 큰 보람을 느낀다. 갈등 사례가 해결되어 상생으로 바뀐 것이 전국에 56개 생활권에서 진행 중이다.

-차=기존의 광역권 사업과 행복권 사업을 연계해 나갈 수 있을까.

-정=광역선도사업과 신특화사업으로 이원화돼 있던 지역산업 지원정책을 이어받아서 간다. ▶지역주력사업(시·도) ▶산업협력권사업(시·도 연계) ▶지역전통(연고)사업(시·군·구) 등 3개 사업으로 개편했고, 기존 지역사업을 통해 육성된 산업군을 모두 고려해 지역의 혁신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혁신도시와 지역의 관련사업을 연계시키는 것도 새롭게 추진되는 사업이다.

지역행복생활권 예산 10조2000억원 배정

-차=지역산업 관련 예산은 늘었다. 예산 확보과정과 어느 분야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예정인가.

-이=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예산이 없으면 추진할 수가 없다.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행복생활권 사업 예산이 대거 반영됐다. 지역행복생활권 추진과 관련된 예산이 처음으로 10조2000억원이 반영돼 국회서 확정됐다. 마이크로한 것도 중요하지만 매크로한 시각도 중요하다. 큰 눈으로 보는 것이 지역의 미래와 경쟁력이다. 지역의견을 존중해서 만들어진 특화발전 프로젝트 15개가 선정됐고 향후 3조5000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번에 국비 2조원이 반영됐다. 포괄보조사업도 3조원에서 4조60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지역발전특별회계는 그동안 제주에만 있었는데 세종시가 새로 생기면서 10조1000억 원 규모로 예산이 늘었다. 중복되는 예산도 4조원이 되기는 하지만 직·간접 예산이 16조 원 정도로 대폭 늘어났다.

-김=다른 예산은 줄어드는데 지역발전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엄청난 변화다. 내용을 보면 지역발전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지역행복생활권 정책 성과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예산의 내용은 경제발전 계정과 생활기반 계정으로 나뉘는데 생활기반 계정이 1조원 이상 대폭 늘어났다.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프로젝트를 중점 지원하겠다는 의지라 생각된다.

-차= 최근 취약지역 추가 예산 배정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

-이=지역발전정책은 국민의 행복이 목표다. 특정 국민의 행복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행복해야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힘든 생활을 영위하는 주민이 많다. 산사태·홍수·화재 등 위험과 위생 환경이 열악한 곳 등에 사는 주민을 위한 사업이 취약지역 개조프로젝트다. 시설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각과 동기부여, 희망까지 바꾸는 것이다. 주민도 자립정신을 갖고 모두 손잡고 소득창출을 기대한다. 공모사업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큰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학생 봉사활동이나 해비타트 협조를 받고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공헌 활동과도 연계해 이미 확보한 550억 원의 예산보다 더 많은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차=생활기반시설 확충에 중점을 두다 보니 지방에서 산업분야 비중이 낮아지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또 향후 일자리 창출 문제는 어떻게 추진될지 ….

-정=지역산업발전계획은 산업분야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 산업이 무너지면 행복생활권도 존재할 수 없다. 지역산업 발전 세부계획을 다듬어서 지역의 큰 산업은 지키고 경제협력권 사업이나 지역전통산업을 통해 장년·노년층 세대가 동네에서 멀리 가지 않고 일거리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차=노령화 될수록 주민 이동이 줄어 그 지역에서 노후를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이 주목받고 있는데.

-정=이전에는 노인을 분리시켜 요양원에 보냈는데 이제는 집에서 하는 일을 찾아 하면 치매도 예방하고 마을 자체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전통산업 하이테크 산업 고리로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한 삶 위해선 문화·예술 소프트파워 필요

-차=지역의 소프트파워를 증진시키려면 어떠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지.

-이=사회기반시설이나 물질이 편리하고 풍요감을 주는데 충분하지만 행복을 주는데 한계가 있다. 행복하게 살기위해 소프트파워가 가미돼야 한다. ‘멘탈인프라’라는 말을 많이 쓴다. 머릿속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좋은 양념이 들어가야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처럼 그 지역의 문화와 접목시키는 것이 지역의 수준을 높여주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 부산 감천마을을 보면 낙후된 지역이었는데 화가들이 힘을 합해 골목 구석구석을 작품으로 만들었더니 관광객도 몰려오고 마을 지역주민 생각도 변했다. 뒷골목이 예술적으로 갖춰지면서 깨끗해지면서 주민들은 긍지와 사랑이 생겼다. 멘탈인프라의 중요성은 이 때문이다.

-김=지방의 문화요소를 멘탈인프라로 엮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가지 문화요소를 산업화나 브랜드화가 되면 일자리 창출로 갈 것이다. 전통 천연물감 등 전통문화적인 요소와 일반 생활 소재를 활용하면 고부가가치 상품이 될 수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사업은 할머니 스토리텔러를 통해 조손 간 문화소통과 인성교육에 도움을 주고 있다. 소프트파워 활용이 정책방향이다.

관객이 주인공 되는 체감형 지역희망박람회

-차=지역별로 자랑하고 싶은 성과가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지역희망박람회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이=이번 박람회는 현 정부 지역발전정책의 실질적인 첫 수확이라 볼 수 있다. 획일적인 전시가 아닌 스토리가 있는 전개로 콘텐트를 강화했다. 정적인 제품보다 사람과 이야기 중심으로 실생활에서 행복과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시도별로 구성한 전시장도 특성화시켜서 각 지역의 정책 취지를 표현했다.

송덕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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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