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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했다 아니, 새 사람이 됐다 그곳을 다녀 왔기에

원월드아카데미 캠퍼스 전경. 건물 앞 정원은 남인도의 자연을 그대로 살렸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경유, 인도의 첸나이에 도착하고도 다시 2시간을 차로 달렸다. 몸은 이미 반실신 상태다. 전날 새벽까지 야근을 하고 겨우 아침 비행기에 몸을 실은 탓이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가야 하나요?” 열흘 휴가를 내기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일하는 나를 보던 후배의 한 마디였다. 한때 나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

인도 명상학교 ‘원월드아카데미’

첸나이 칸치푸람에 자리한 명상학교 ‘원월드아카데미(One World Academy·OWA)’를 찾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1월 우연히 ‘명상계의 하버드’라는 명성을 접하게 된 뒤 인도행을 감행했다. OWA는 다보스경제포럼의 최초 의장이었던 로렌스 블룸, 파타고니아의 전 사장 케이티 등 세계적인 명사들이 자주 찾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초행길에는 명상 수업을 듣는다는 게 사치가 아닐까 싶었다. 늘 바쁘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고, 직장인·딸·아내·며느리로서 할 일이 천만가지인데 마음 공부라니! 그런 건 여유롭고 덜 바쁘고, 아니면 마음의 위안이 절실한 이들의 피난처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명상 학교를 통해 나는 변했다. 아니 새 사람이 됐다. 지난 8월 망설임이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그곳을 다시 찾은 이유다.

리조트풍 시설에 매크로비오틱 채식 메뉴
보리수 나무가 그려진 문 앞에 차가 멈췄다. 큰 연못을 돌아 건물이 보인다. 동남아 고급 리조트 같은 외관. 방 역시 5성급 호텔이 부럽지 않게 넓고 깨끗하다. 보송하고 하얀 시트 속으로 몸을 누이고 첫 밤을 보낸다.

다음날 어슴프레 해가 뜰 무렵 눈이 떠졌다. 밖으로 나가 정원을 통과해 15분쯤 걸으니 바닷가가 나온다. 해변 데크에서 몇몇이 벌써 요가를 하고 있다. 팔과 다리를 쭉 뻗고 고개를 들어 수평선 위로 막 고개를 드는 태양과 마주한다.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 짭조름한 바닷 내음과 어우러져 이 세상이 아닌 곳에 있는 듯한 묘한 전율이 느껴진다.

아침 식사를 위해 데크 옆 식당으로 향한다. 메뉴는 걸쭉한 두유를 부은 라이스 오트밀에 땅콩 버터와 무화과 절임을 곁들인 것. 여기에 인도 전통 먹거리인 ‘도사’와 참깨 페스트가 나온다. 도사는 발효 쌀과 검은 렌틸콩 반죽을 크레페처럼 넓고 얇게 부친 인도의 빵이다.

OWA의 음식은 매크로비오틱의 채식을 위주로 한다. 뿌리·잎·줄기 등 특정 부분을 자르지 않고 온전한 채소를 모두 이용해 조리하는 방식이다. 고기처럼 씹히는 버섯 탕수육, 두부 패티에 곡물을 빼곡히 박은 햄버거, 말린 두부와 각종 야채의 태국식 볶음요리 등이 입맛을 돋워 준다.

식사를 마치고 ‘삶에서의 자유(Freedom in Living)’의 첫 수업을 위해 강의실로 갔다. 수업 5분 전을 알리는 징이 울리자 사리를 입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맞는다. 엄지로 미간 사이에 금색 점을 찍어주며 하나하나 껴안아 준다. “웰컴 홈!” 수강생 모두의 표정이 순간 풀어졌다. 교실에는 왕골 돗자리가 깔린 바닥 위에 푹신한 앉은뱅이 의자가 놓여 있다. 아이보리색 광목 담요, 허리와 다리를 받치기에 그만인 매트, 그리고 동시통역용 헤드셋도 비치돼 있다. OWA의 FIL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는데, 한국 섹션이 열릴 때는 한국어도 동시통역 된다.

사람들이 모두 앉자 사마달쉬니지(이름 뒤에 붙는 ‘지’는 선생님이란 뜻이다)가 강단으로 올라가 의자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미륵반가사유상처럼 깡마른 몸매, 길쭉한 손가락, 커다란 눈, 곱슬머리를 한 아름다운 여인. 그가 눈을 감고 잠시 침묵을 유지하자 교실 안의 흥분과 열기, 웅성거림은 쥐죽은 듯 가라앉는다.

“10대엔 좋은 대학을 가고, 20대엔 취업하고, 30대엔 결혼하고, 40대엔 통장잔고가 최소 얼마여야 하며, 50대엔 노후를 준비하고… 우리는 내가 혹은 사회가 제시하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립니다. 여기에서 벗어나면 실패자가 될 것 같고. 그렇게 쫓기듯 달리죠. 결국 우린 ‘도착지’만 중요하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침묵 대신 다양한 경험담으로 채워지는 명상 수업
그는 이제부터 7일간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를 바라보고,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에 대해 배울 것이라고 했다. 방법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수업이 진행되는데,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 그것을 일으키는 생각, 이에 휘둘렸을 때 주로 하는 선택과 행동들, 그로 인해 내 삶과 내 주변 그리고 세상에 미치는 영향 등까지 다루게 된다. 그리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나’는 내 마음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관찰하고, 느끼고, 녹여내는 체험과 명상 수업이 이어진다. 예상과 다르다. 느긋하게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휴식하는, 그런 명상이 아니다. 무슨 공부를 이렇게나 해야한단 말인가.

OWA의 유일한 한국인 트레이너 민진희씨가 설명을 해줬다. “예를 들어 뱃살 때문에 운동을 하기로 했어요. 그때 뱃살이 찌는 원인, 뱃살과 연관된 근육과 효과적인 운동법을 안다면 무턱대고 운동하는 것과 효과가 확연히 다르겠죠. 마음은 왜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마음도 몸의 근육처럼 원칙과 성품이 있어요. 이를 이해하면 명상이 삶을 바꾸는 지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되죠. 그래서 이 공부가 필요한 거예요.”

실제 강의는 수많은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마음 공부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원리만 설명하면 먼나라 이야기로나 들리기 때문이다. 대신 이곳에 왔던 참여자 혹은 선생님 본인의 실질적인 경험담을 들려주는데, 신기하게도 그게 다 내 얘기처럼 들린다. 모두가 자신의 고통과 상황이 가장 힘들다고 하지만, 인간의 마음 습성이란 딱히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이야기를 듣다보니 실마리가 잡힌다. ‘나도 그런 적 있었어! 저런 마음으로 이런 행동을 했었구나. 그래서 상대방은 나한테 또 이렇게 행동한거구나.’

OWA에서는 이것을 ‘명상’이라고 불렀다. 눈을 감고 호흡을 하거나, 바닥에 작은 콩을 하나 두고 그것에 집중하는 등의 방식이 아닌(사실 이런 명상은 졸리거나 잡생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야기를 통해 나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아주 현실적이고 실질적으로, 내 마음 속을 여행하는 셈이다.

▶OWA에서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FIL 강좌가 내년부터 마련된다. 4월 1일, 8월 10일, 11월 14일에 시작하는 강좌는 처음 참가하는 이들을 대상이다. 등록 및 문의는 OWA코리아 (02-545-0390), 홈페이지(www.oneworldacademy.com), 페이스북(facebook.com/koreaowa)을 통해 가능하다.
불완전한 나의 내면을 발견하는 과정
사흘째 되는 날, 담당 선생님인 크리슈나라즈지와 상담을 했다. 참여자들은 배운 내용 중 궁금한 것, 혹은 그것을 본인에게 적용했을 때 생기는 질문, 변화 등에 대해 담당 선생님과 이야기한다. “당신은 자신의 불편함에 대해 ‘사랑받고 싶으니까’란 말을 반복적으로 해요. 물론 모두가 사랑받고 싶어하고 그건 아름다운 경험이지만 왜 그렇게 남들의 사랑에 집착해요? 당신은 어떤 사람이 돼야 사랑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나는 답했다. “정의로운 사람. 질투하지 않는 사람. 겸손한 사람이요. 불의를 보면 몸을 사리지 않고 세심하게 모두를 챙겨주는 그런 사람이요. 남편에겐 요리도 잘하고 현모양처이지만 밤에는 요염하고, 회사에선 유능해서 상사에게 사랑받지만 아첨은 떨지 않아서 후배들에게도 존경 받는 사람….’

그렇게 한참을 얘기하다 문득 깨닫는다. “내가 원하는 ‘나’는 신이에요!”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당신은 신이 아니에요. 신 위의 신인걸요. 설령 신이라도 지금 얘기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을걸요? 그런데 설마 본인이 그걸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명백히 아니다. “왜 이루지 못할 걸 뻔히 알면서도 그걸 향해 달려가나요? 우린 그걸 쾌락이라고 불러요. 쾌락은 내가 커지는 경험이죠.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나를 포장하고 그런 척하며 가면을 쓰고 사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그건 내가 원하는 ‘나’에 대한 과도한 욕망입니다.”

그는 내가 ‘원하는 나’를 부여잡기 위해, 완벽한 이미지가 훼손될까 집착하며 살아온 삶에 대해 명상을 주문한다. 평생을 노력해도 결코 이룰 수 없는 프레임을 만들어두고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해 얼마나 안달하며 살았는지, 때문에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자책하며 또 누군가를 원망했는지. 결국 내 삶엔 ‘만족’이란 없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할 여유 따윈 없는 일상. 그래서 난 늘 혼자였고 외로웠다. 하지만 그런 ‘실패’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켜선 안됐다. 내 삶에 ‘나’는 없고 ‘쇼맨십’만 남았다.

일주일간의 명상은 지금의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완벽한 나’가 될 수 없다는 ‘진실’을 인정하는 순간, 평온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처음으로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기쁨이 샘솟는 순간을 느낀다. 세상 수많은 것들에 감사하게 되면서.

인도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지 이미 넉달 째다. 하지만 오늘도 담당선생님으로부터 SNS 메시지를 받는다. OWA는 수강생들이 그곳을 떠난 후에도 6개월간 문자 혹은 다중통화(통역사, 나, 선생님)를 통해 배운 것을 현실에 잘 적용시키고 있는지, 궁금한 것은 없는지 상담해준다. 그가 언제나 묻는다. “How are you Fazin?” 내 답은 한결 같다. “I’m very good!”


칸치푸람(인도) 글 이화진 ‘보그’ 뷰티디렉터 fazin.lee@doosan.com, 사진 원월드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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