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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가 느끼할 때쯤 매콤달콤 보쌈이 내 입을 달랬다

9년째 요맘때쯤 나오는 책이 있다. 『트렌드 코리아』(김난도 외 공저)시리즈다. 지난해의 트렌드를 되짚어 보고 새로운 한 해를 예측해 보는 내용이다. 몇 페이지 뒤적이다 보니 공감하는 단어가 나온다. ‘결정장애’. 그렇다. 우리는 계속 고민한다. 뭘 사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즐겨야 할지 결론을 못 낸다. 하다못해 한 끼 식사도 그렇다. 오죽하면 ‘오늘 뭐 먹지’라는 TV프로그램이 생겨났을까. 늘 별 게 없다면서도 세상천지가 맛집이다. 알면 알수록 이것도 당기도 저것도 군침이 돈다.

이도은 기자의 거기 <7> 한남동 인더랩

그러던 와중에 서울 한남동에서 ‘인더랩’을 발견했다. 마치 끼니의 결정장애를 도와주는 식당이다. 메뉴판을 들여다 봤을 때 처음 떠오른 단어는 ‘짬짜면(짬뽕 반+ 짜장면 반)’ 혹은 ‘커플냉면 (물냉면 반 + 비빔냉면 반)’이었다. 첫 페이지에 적힌 음식은 보쌈 정식. 그런데 뒷장을 넘기면 샌드위치와 햄버거, 샐러드와 달달한 고열량의 디저트 리스트가 한 가득이었다. 마치 한식과 양식, 정찬과 간식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주겠다는 듯.

막상 주문한 대로 상이 차려지고 보니 그 모양새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한가운데엔 보쌈 정식. 간이 살짝 배어있는 돼지고기와 함께 상추·무속김치·무채·파김치·생마늘·고추·새우젓, 그리고 메밀 막국수가 사이드 메뉴로 따라붙었다. 그 양 옆으로 까르보나라를 연상케 하는 ‘치킨 위드 크림’, 불고기 맛의 ‘오사카 비프 스테이크 버거’가 놓였다. 포크와 나이프, 젓가락과 숟가락이 놓이는 동서양 식기의 만남까지-. 그 시각적 불일치 탓에 보쌈으로 통일시키고 장국과 밥을 추가로 시킬 걸 그랬나, 아니면 스테이크로 보쌈을 대신한 걸 그랬나 잠시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환상의 궁합이었다. 샌드위치가 어느 정도 느끼해질 때쯤 보쌈을 한가득 입에 넣고 매콤달콤 소스의 국수를 집어 매운맛으로 갈아탔다. 젓가락질 몇 번에 약간 자극적이다 싶으면 빵과 고기로 눌렀다. 어느덧 접시에는 풋고추와 스테이크와 치아바타 빵 조각이 하나로 모아졌다. 젓가락과 포크를 들었다 놨다 접시를 종횡무진 하는 ‘크로스오버 식사’도 하다 보니 자연스러웠다.

어쩌면 이 공로를 샌드위치의 공으로 돌려야 할 듯 싶다. 누군가 이곳의 샌드위치를 두고 ‘해체 샌드위치’라는 표현을 썼는데, 맞는 말이다. 빵에 재료를 끼워넣는 식이 아니라 그것들을 따로 담아내 준다. 작게 잘라진 빵조각 속에 먹는 이가 알아서 메인 식재와 샐러드를 끼워넣으면 된다. 치킨 위드 크림은 마치 스프레드처럼 부드럽고, 비프 스테이크는 한 입 크기로 잘라져 있어 큰 무리가 없다. 이러다 보니 일단 잡으면 흐트러지기 전 한번에 먹어치워야 하는 보통 샌드위치의 방식을 탈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인더랩은 ‘연구소(LAB)’라는 이름만큼 다양하고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빵은 물론이고 김치와 장, 젓갈을 모두 직접 만든다고 자랑한다. 홈메이드라는 단어 앞에 굳이 ‘리얼’을 넣은 것도 그 의지를 엿보게 한다.

세상엔 정석을 따르는 파인 다이닝도 있어야 하지만 그만큼 제 3의 길을 찾는 식당도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경쟁하고 공존하는 생태계란 그래야 한다. 모두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목적에 이견이 없다면 말이다.

▶인더랩: 서울 용산구 한남동 745-11, 070-7718-0190, 보쌈정식 2인분(2만원, 런치 스페셜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30분까지), 네 가지 치즈 샐러드 1만5500원, 치킨 위드 크림 9800원, 오사카 비프 스테이크 1만1000원,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까지(월요일은 오후 3시까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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