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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상 한번 못 탄 회사, 2연속 칸 광고제 대상 비결은

미술관 천장에 공을 매달아 만든 광고. 보는 각도에 따라 ‘찬(pro)’‘반(contra)’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사진 서비스플랜]


35년 동안 상이라고는 받은 적이 없는 광고 회사. 8년 동안 세계적인 칸 광고제에서 50개가 넘는 상을 받은 광고회사. 극과 극처럼 보이지만 같은 회사다. 유럽 최대의 독립광고회사(대기업 계열이 아닌 회사)인 독일의 ‘서비스플랜’이다. 1970년 창업한 서비스플랜은 2005년까지 독일 뮌헨 사무실뿐이었다. 수상 실적도 없었다. 현재 서비스플랜은 한국을 포함해 13개국에 28개 지점이 있는 글로벌 회사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칸 광고제 대상을 받았다. 단기간에 이룬 화려한 변신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럽 최대 독립 광고사, 독일 '서비스플랜' 화려한 변신
"회사 오래가려면 창의력 꼭 필요"
CCO 쉴, 반발하는 직원 설득시켜



 서비스플랜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총괄(Chief Creative Officer)인 알렉산더 쉴(44)을 서울 한남동 서비스플랜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쉴이 2006년 서비스플랜에 합류하면서 변화는 시작됐다.



 “당시에도 서비스플랜은 탄탄한 회사였어요. 직원 700명에 매출도 매년 성장하고 있었죠. 하지만 평범한 광고만 만드는 좀 따분한 회사였죠.”



 쉴은 당시 독일 최대 광고회사인 스프링거&제이커비의 CCO로서 역대 최대 성과를 막 거뒀을 때다. “스프링거&제이커비는 창의적이고 화려한 회사예요. 책으로 치면 표지를 중시하는. 서비스플랜과는 정반대라고 할까요.”



 서비스플랜 창업주의 아들인 플로리안 할레 최고경영자(CEO)가 “표지도 내용도 알찬 책을 만들어보자”고 쉴을 설득했다. 독일 광고업계는 실속 위주의 회사와 창의성을 중시하는 회사로 양분돼 있었다. 이 둘을 합치는 ‘실험’에 쉴은 끌렸다. 1997년 독일 최초로 온라인 광고 전문 ‘플랜넷’을 만들 정도로 기술을 갖춘 서비스플랜에 창의력을 더한다니.



서비스플랜은 그간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광고를 선보여 왔다. 학대받는 아동 24만1095명의 이름을 모아 신문 형태로 만든 광고(①, ②), 날씨 채널 카메라에 광고 현수막을 노출한 광고(③), 햇빛에 비춰야 보이는 태양광에너지협회 연간보고서(④), 영수증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볼 수 있는 수퍼마켓 체인의 친환경 보고서(⑤), 레고 조각이 스타워즈 주제곡을 연주하게 만든 조형물(⑥), 공항 광고판에 광고 문구의 반쪽만 넣고 바닥에 비친 부분까지 합쳐서 읽으면 완성된 문구가 보이도록 한 BMW 광고(⑦). [사진 서비스플랜]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알렉산더 쉴. [사진 서비스플랜]
 -35년 동안 없던 창의력을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나.



 “목표, 마음가짐이 변화의 시작이다. ‘지금도 돈을 많이 버는데 왜 창의적으로 하라는 거냐’는 직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회사 첫 행사 때 ‘우리 목표는 창의적인 광고회사 부문 1위’라고 선언했는데 정말 아무도 듣지 않고 딴청을 부려 무대 위에서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50~60위 정도였으니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렸을 거다.”



 -어떻게 설득했나.



 “우리 회사가 오래가려면 반드시 창의력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까지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롤모델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 해낸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이듬해 칸 광고제 수상작이 나오자 회사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수상작이 하나둘씩 늘면서 완전히 흐름이 달라졌다. 지금은 아무도 ‘우리가 어떻게 창의적인 광고를 만드느냐’고 하지 않는다. 창의력에서 세계 1~3위로 꼽힌다.”



 첫 수상작은 호텔 예약 사이트인 익스피디아 광고였다. 예산이 적은 광고주에 맞춰 전통적인 광고가 아닌 게릴라 이벤트를 했다. 날씨 채널에서 각 지역에 설치해 놓은 카메라 앞에서 방송에 나올 시간대에 맞춰 ‘익스피디아’ ‘이비자섬의 누드 비치로’ 같은 문구를 스프레이로 뿌려 쓴 대형 현수막을 들고 서 있었다. ‘공짜 TV 광고’를 한 셈이다. 엄청난 화제를 낳아 신문·방송에도 오르내렸다. 쉴은 “요즘 유행하는 바이럴 동영상 광고의 효시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1년 만에 새로운 형태의 광고로 상까지 받다니 놀랍다.



  “아이디어를 내라고 독려하고, 그 아이디어가 사라지지 않고 현실화하도록 뒷받침했다. 함부르크에 새 지점을 내고 스프링거&제이커비 출신 6명을 데려왔다. 하지만 뮌헨은 실속, 함부르크는 창의력 식으로 따로따로 사업을 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함부르크를 ‘아이디어 자유구역’으로 두고 뮌헨에서 누구나 아이디어를 들고 자유롭게 찾아오게 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 회사가 커진 지금은 함부르크 사무실만 220명이다.”



 창의적인 작업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약점이 오히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광고’를 이끌어냈다. 열 명 중 아홉 명은 “이건 도대체 뭐냐”고 묻는다는, ‘광고인 듯 광고 아닌 광고 같은 광고’는 서비스플랜의 상징이 됐다.



 독일 리드 사진상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프로-콘트라(찬-반)’는 다이치토르할렌 현대미술관 전시장 한복판 천장에 공을 수십 개 매달아 놓은 설치미술 작품이다. 언뜻 보면 불규칙한 형태의 추상 작품 같지만 한쪽에서 보면 ‘pro’, 다른 쪽에서 보면 ‘contra’로 보인다. 소형 모델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3차원 애니메이션을 총동원해 모양을 만들어냈다. 쉴은 “크레인을 동원해 와이어로 미술관 천장에 공을 매다는 순간까지도 ‘이게 과연 될까’ 조마조마했었다”며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칸 광고제 대상을 비롯해 ‘상이란 상은 다 휩쓴’ 작품은 오스트리아 태양광에너지협회의 연간보고서다. 특수잉크로 인쇄해 백지처럼 보이지만 햇빛이 닿으면 글씨와 그래픽이 나타나게 해 ‘태양의 힘으로 에너지를 얻는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지난해 칸 광고제 대상을 받은 작품은 프랑스 수퍼마켓 체인인 오숑의 지속 가능성 보고서다. 영수증에 인쇄된 바코드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스캔하면 상세한 보고서를 읽을 수 있게 해 99.7%의 종이를 절감한 친환경 보고서다.



 영화 스타워즈 3D가 개봉했을 때 독일 모든 극장에 키보드와 레고 2만 개로 만든 거대한 통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한 적도 있다. 정교하게 계산된 위치에 레고 조각들을 배치해 통을 손으로 돌리면 레고 조각들이 키보드 건반을 눌러 스타워즈 주제곡을 연주했다. 독일 커피전문점 델리스타와 함께 ‘오디오 커피’도 만들어냈다. 왼쪽과 오른쪽 음향의 주파수를 다르게 해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뇌가 각성하는 효과가 있는 음악을 만들어 CD와 음원으로 배포했다.



 쉴은 “기존의 신문·TV 광고를 조금 더 잘 만드는 정도로는 안 된다. 전혀 새로운 형식을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단순히 일회성 광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입소문이 퍼지고, 언론이 기사로 다룰 정도로 화제를 낳아 계속 확대 재생산된다고 설명했다.



 -광고주가 새로운 형태의 광고를 꺼리지 않나.



 “그동안 거둔 성과 덕분에 지금은 괜찮지만 초기엔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절충안을 냈다. 주어진 기간이 4주라면 2주는 새로운 형태의 광고 시안을 일단 만들었다. 광고주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나머지 2주 동안 밤을 새워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고.(웃음)”



 쉴은 “기존의 미디어를 완전히 다른 식으로 이용하는 것도 혁신”이라고 말했다. 2012년 11월 19일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 캠페인을 위해 그가 택한 매체는 신문이었다. 174개 기사가 실린 48페이지 신문을 만들었는데, 제목과 본문을 모두 24만1095명의 어린이 이름으로 채웠다. 매일 학대 받는 어린이 숫자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9개국, 23개 도시에서 72만 부가 배포됐고 지난해 칸 광고제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올해는 시각장애 아동들이 독일 렌바흐미술관에서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레고를 조립하는 ‘레고 블라인드 아트 프로젝트’로 칸 광고제에서 상을 받았다.



 “수상작 대부분이 꼭 공익 광고 같다”고 하자 쉴은 “브랜드가 표방하는 가치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술력 향상으로 제품의 품질이 비슷해지면서 어린이를 소중히 여기는 블록 완구, 환경친화적인 생수라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과 지속 가능성은 함께 실현돼야 합니다.” 프라하 국제광고제에서 세계 1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뽑힌 쉴의 철학이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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