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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해방부터 박정희까지 … 공로명의 외교 50년

나의 외교노트

공로명 지음

기파랑, 344쪽, 1만6500원




19세기말 이래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변곡점에 국제정치적 동력이 강하게 작동해 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과 식민지 전략의 비극에도, 한반도 분단과 6·25 전쟁, 남북한의 오랜 대립과 반목의 역사과정에도 국제정치적 요인이 주된 배경이었다. 그 역경과 시련을 뚫고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로 성장했다. 국민적 단합과 높은 교육열, 정치리더십 등을 발전 요인으로 간주하지만, 결코 녹록하지 않았던 국제환경 변화에 우리가 외교적으로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뒷전에 묻히는 경향이 있다.



 1990년대 중반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공로명 동아시아재단 이사장이 최근 출간한 이 책은 한국의 발전 배경으로서 외교전략적 대응을 중심주제로 직접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책 전반에 흐르는 시대인식은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은 “강대한 이웃과 평화롭고 안정된 여건 하에서 어떻게 생존하는가는 아시아 동북단 반도국인 우리의 영원한 과제”라고 썼다. [중앙포토]
 외교관들의 현장경험과 시대 관찰은 외교사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자료다. 특히 한국 외교사 연구에 적실한 1차 자료의 부족은 학계의 갈증이기도 하다. 신문이나 정부발표문에는 현장감이나 생동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외교관들의 회고록은 적절한 보조적 가치를 가진다. 그러나 외교관 개인의 신변잡기나 편견에 가까운 개인적 판단, 불필요한 수준의 자화자찬 때문에 1차 자료로서의 의미가 반감되기도 한다. 개인사일 뿐 공적 역사로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지적 노력의 결실이다. 해방 이후 70년대 말까지 한국 외교를 다룬 통사류의 책에 가깝다. 그렇다고 현장감이 전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1950년대 한일회담 협상과정에서는 외교부 선배들의 경험을, ‘이대용 공사 석방 비밀 협상’과 같은 대목에서는 당시 협상 당사자였던 저자 자신의 현장감 있는 관찰기를 남긴다. 요컨대 이 책은 팩트 중심의 외교사 교과서와 개인사의 중간 지대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팩트를 다루되 선배, 동료 외교관들의 관찰기를 전달한다. 그래서 부제를 ‘안에서 듣고 보고 겪은 한국 외교 50년’이라고 붙였고, 저자의 직·간접 시대 여행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려하고 있다.



 시대별로 크게 5부로 나눴다. 1부는 해방과 분단 시대를, 2부는 한국전쟁과 제1공화국 시대의 외교사, 3부는 4.19와 제2공화국, 그리고 60~70년대 박정희 시대의 외교는 4부와 5부에 걸쳐 설명한다. 각 시대에서 핵심적으로 기억해야 할 주요한 사건들을 기술하고 있다. 외교 현장의 기록을 남겼던 김용식·김동조·유진오·박동진·이대용 등의 기억을 인용하면서도 그것을 균형감있게 활용하여 본인 스스로의 문장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벌써 후속작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 책은 70년대 말까지 한국 외교사를 다루고 있어 정작 저자 본인이 고위직 외교관으로 활약했던 80년~90년대 한국 외교사는 제외돼 있다. 특히 냉전시대의 종말과 탈냉전 시대 초반에 전개되었던 한국 외교의 기민함은 반드시 역사적 현장의 기록으로 남겨져야 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는 6공화국의 북방정책과 한·소 수교, 한·중 수교, 세계화 선언 등 한국 외교사의 역사적 경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의 후속작도 외교사 서술과 외교관으로서의 현장감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책이길 기대해 본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



김기정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행정대학원장. 저서 『미국의 동아시아 개입의 역사적 원형과 20세기 초 한미관계』 『1800자의 시대 스케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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