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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구강기 남자들의 나라

김형경
소설가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미디어에 출연한 남자 배우에게 리포터나 진행자가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키스신이 있느냐? 그 장면 촬영할 때 어땠느냐?” 대중 미디어에서 영화를 홍보하며 감독의 철학이나 배우의 연기론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터뷰마다 키스신 촬영 에피소드가 거론되는 것은 좀 이상하다. 심지어 구체적인 행위 방법과 감각에 대해서까지 이야기된다. 어떤 배우는 “감독님께 NG를 많이 내달라고 부탁해서” 일곱 번쯤 되풀이 찍었다고 말한다. 그가 드러내는 만족감을 보며 리포터는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가 듣기에 그것은 감독과 배우가 짜고 행한 성적 무례함(성추행이라고 쓰고 싶지만 파장이 큰 단어라 피해 간다)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자행되는 욕심 채우기 행동이다. 그런 장면이 공공 미디어의 전파를 타고 온 국민의 안방으로 전달된다는 사실은 좀 의아하다.



 프로이트는 인간 발달 단계를 제안하면서 생후 1년 정도를 구강기라 명명했다. 먹으려는 욕구가 주요 관심사이며, 입과 젖가슴, 빠는 것과 삼키는 것의 쾌락을 느끼는 시기다. 심리적 특성은 욕심이며, 성인이 된 후 발현되는 탐욕, 애착 대상에 대한 독점욕, 지식욕 등이 이 시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프로이트 다음 세대 정신분석학자인 멜라니 클라인은 이 시기를 편집분열적 자리라 명명하는데, 심리적 특성으로는 시기심과 공격성을 꼽는다. 시기심과 공격성에서 비롯되는 불안과 박해감도 매우 커서 이 시기가 잘 보살펴지지 않으면 성인이 된 후 불안과 분노를 다스리는 일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 다음 세대 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이 시기에 인간의 기본 정서 중 신뢰감과 불신감이 갈린다고 제안한다. 엄마의 수유와 보살핌이 아기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충족되면 외부 세계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타인과 세상을 믿지 못하는 성격, 비밀한 것을 추구하는 성향을 갖게 된다고 한다.



 가끔 우리 사회는 구강기 단계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키스신에 대한 관심, 술과 음식에 대한 추구, ‘입으로 터는’ 문화 등 구강과 관련된 일에 관심이 집중된다. 분노를 잘 다스릴 줄 모르고, 서로 불신하며 은밀한 비밀의 문화를 만드는 일까지. 최근에는 ‘빠는 즐거움을 누리는 물질’을 놓고 이야기가 많았다. 담뱃값 인상은 심리적 관점에서 보면 서민들의 쾌락에 대해 권력이 가하는 제동처럼 보인다. 젖 먹던 시기, 우리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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