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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도 한국전 기념비 … 노병들 "통일 한국 보고 싶다"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템스 강변에서 한국전 기념비 준공식이 열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대신해 참석한 글로스터 공작과 참전 용사 320명이 희생된 전우를 애도했다. [런던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지난해 7월 23일자 본지 1면에 실린 한국전 정전 60주년 기획 기사. 한국전의 의미를 되새겼다.
러시아의 털모자인 샤프카가 낯설지 않은 날씨였다. 그만큼 영국 런던의 템스 강 바람은 차가웠다. 여든 안팎인 노병들은 그러나 대부분 코트를 입지 않았다. 군 정복(正服)인 블레이저 차림에 베레모만 썼을 뿐이다. 덕분에 가슴 가득한 훈장이 드러났다.

참전 16개국 모든 수도에 건립
포천서 석재 가져와 기단에 사용
참전 320명 "꿈 이뤄 자랑스럽다"
윤병세 "희생과 기여 영원히 기억"



 영국 가디언은 “이들 320명의 노병은 젊은 시절 아주 극소수의 영국인만 알 수 있을 가혹한 추위를 경험했다”고 썼다. 바로 한국전 참전용사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5년 만에 유엔의 결의에 따라 이름도 모르는 나라,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국민을 구하기 위해 머나먼 한반도로 향했던 이들이다. 당시 20세 안팎의 젊은이들을 맞은 건 혹한이었다. 사계절이 밋밋한 유럽과 달리 한반도는 “영하 25도, 30도까지 내려가곤 했다”(존 보울러·82)고 한다. 어쩌면 노병들이 이날의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터다.



 당시 영국은 8만1000여 명을 파병했다. 유엔군 중에선 미국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이 중 1106명이 전사했고 1060명이 포로가 됐다. 적지 않은 희생이었다. 그러나 정작 런던엔 참전 기념비가 없었다. 한국전에 전투병을 파병한 16개국 중 유일하게 수도에 기념비가 없는 나라였다.



 그나마 있는 게 추모 동판인데 세인트폴 대성당 지하에 있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가장 가까이 있다는 시설도 런던 서북쪽 200㎞의 버튼온트렌트시 외곽의 국립현충식목원에나 가야 볼 수 있었다. 지역·부대·전쟁별로 마련된 200여 개의 추도 공간 중 하나다.



 비로소 3일에야 달라졌다. 템스 강변과 국방부 사이 런던 중심부에 포틀랜드석을 깎아 만든 5.8m 높이의 첨탑이 세워졌다. 그 바로 앞엔 영국 조각가 필립 잭슨이 조각한 모자를 벗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영국군 조상이 서 있다. 희생된 전우를 애도하는 모습이다. ‘한국전=추위’였던 터라 겨울군복 차림이다. 기단의 일부엔 경기도 포천에서 가져온 석재가 사용됐다. 이를 세우는 데 한국 정부와 기업·교포들이 낸 성금 100만 파운드(약 17억원)가 들었다.



 사실 런던에 참전기념비를 세우자는 움직임은 오래됐었다. 1995년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건립된 게 계기였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야 드라이브가 걸렸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영국을 방문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재일동포 2세 출신의 영국 귀족인 로더미어 부인의 도움도 컸다고 한다.



 곡절을 잘 아는 노병들은 준공식 내내 감개무량한 듯했다. 토미 클라프(83)옹은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의무병으로 참전한 앨런 가이(82)옹도 “꿈이 이뤄진 것”이라며 “내 평생에 성사되리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조 허블(82)옹도 “이 기념비가 참전 군인들에겐 말 그대로 기념비”라며 “모두 오늘을 자랑스러워한다”고 했다.



 노병들은 특히 한국이 잿더미 속에서 오늘의 번영을 일군 걸 고마워했다. 클라프 옹은 “53년 서울에 높은 건물이 딱 하나 있었는데 전쟁 통에 그것마저 무너졌다. 평양이 엉망이 됐다곤 하나 서울이 더했다”며 “2010년 인천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들어가면서 믿을 수 없어서 고개를 흔들곤 했다”고 말했다.



 일부 노병은 ‘꿈’을 얘기했다. “내 평생 통일된 한국을 보고 싶다. 그러면 금상첨화일 텐데….”(한국전 참전용사 대표인 마이클 스윈들 장군)



 한편 이날 준공식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국전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하지만 영국 군인들의 희생과 기여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글로스터 공작이 대독한 원고를 통해 “참전기념비가 두 나라 우호 증진의 가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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